
아이가 태어나서 엄마 젖을 먹고 자라다가 일정한 시기가 되면, 이유식을 해야 하는데,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이 심해 힘들어 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아이의 건강를 위해서는 당연히 밟아야 하는 과정이지만, 칭얼거리는 걸 그냥 받아주면서 이래저래 미루다 유치(幼齒)는 망가지고 소화기관은 물론 나쁜 습관까지 몸에 배이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답답할 때가 많다.
청렴도 이와 유사 한 건 아닐까? 지금까지의 관행으로 알고 아무렇치도 않던 일들을 떨구기가 힘든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작년 이 맘 때도 ‘청렴 제주 1등 실현’을 다짐에 또 다짐을 했는데, 얼마 전 발표한 청렴도는 공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기 그지없다.
‘꺼진 불도 다시보자’는 심정으로 내가 속한 사무실에 대하여, 나 스스로에 대하여 세심히 들여다본다. 익숙해 있다는 이유로 인해 버리지 못하고 있는건 없는지? 공직자로서의 본분은 다 하고 있는지? 청렴을 생각하며 작은 것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다. 집에서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봉투가 필요하다고 했다. 늦은 퇴근을 핑계로 사무실에서 쓰는 공공용 봉투 한 장을 가져갔다. 아침에 일어나서 봉투를 달라는 아이에게 ‘공공용’이라고 써있는 봉투를 내밀자 아이는 ‘공공용’이 무슨 뜻이예요?, 하고 묻는 게 아닌가. 나는 순간 가슴이 뜨끔했다.
바르게 설명했을 때 아이의 반응이 머리 속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날 이후, 아이에게 떳떳한 부모가 되는 게 곧 청렴의 길임을 새삼 깨달았다. 이 세상에 모든 부모는 자녀에게 존중받는 부모가 되길 원한다. 작은 봉투 한 장이지만, ‘공공용’이라는 표현을 당당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내 모습은 정말 초라했다.
공무원이 갖추어야 할 덕목 중에 선공후사(先公後私)라는 말이 있다. 사(私)보다 공(公)을 앞세움이란 뜻으로, 사사(私事)로운 일이나 이익(利益)보다 공익(公益)을 앞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일을 처리하든지 선공후사를 떠올리며 더욱 겸손한 자세로 일한다면 ‘청렴제주 1등’은 반드시 실현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