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5-06-09 10:32 (월)
[기고]맛있게 익은 김치가 되자.
[기고]맛있게 익은 김치가 되자.
  • 영주일보
  • 승인 2015.02.25 09: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정아 제주시동부보건소

▲ 김정아 제주시동부보건소
-부패한 김치의 운명-

언제부턴가 밥상머리에 김치가 없으면 퍽 서운하다. 화려한 맛 때문이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익어가는 맛의 스펙트럼에서 제 입에 딱! 맞는 맛 찾기가 쏠쏠한 탓이다. 이게 ‘발효음식’의 미덕이다. 문제는 발효만 하면 좋으련만 어느 순간 부패를 한다는 데에 있다. 쾌적한 환경, 적당한 온도 등 최적의 조건이 흐트러질 때 김치는 점차 부패되고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질 운명에 처한다.

김치의 운명과 공직자의 위기를 비유해보자.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공기관 청렴도 종합평가에서 제주도를 전국 최하위권으로 매겼다. 김치의 부패가 진행되었음을 소비자에게 인식시켜준 것이다. 연이어 발생하는 공직비리 언론보도로 인해 지역주민들에게 공직자들에 대한 청렴신뢰도는 밑바닥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이미 진행된 부패를 막으려는 시도는 부질없다. 그렇다면 소비자의 다음 할 일은 무엇일까.

어디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웠던 걸까 고민해본다.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낸 첫 단추는 제주 괸당 문화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혈연, 지연, 학연 등은 공직자가 공직을 수행함에 있어서 마치 김치의 유산균처럼 유익하게 휼륭한 인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정도를 넘어서면 부패세균으로 전락하여 부패의 일등공신이 된다. 연고주의로 인한 업체 수주사례, 실적보다는 개인 충성도에 따른 인사 행태가 이를 대변한다.

이에 대해 도가 먼저 칼을 꺼내들었다. 비위 공직자 내부 공개 등 내부통제시스템 구축 및 정기적인 청렴교육 실시 등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도 그럴 것이 공직자라면 누구나 부패의 위기에 놓일 수 있으며, 관행과 괸당 문화에 길러진 이기심과 탐욕성이 끊임없는 자기성찰 없이는 언젠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직사회에 ‘나 하나부터’라는 청렴 의식의 중요성을 입이 닳도록 강조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소설가 이외수는 이렇게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 부패되는 인간이 있고, 발효되는 인간이 있다. 부패된 상태를 썩었다고 말하고, 발효된 상태를 익었다고 말한다. 신중하라. 그대를 썩게 만드는 일도, 그대를 익게 만드는 일도 그대의 선택에 달려있다.’ 이제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법인명 : (주)퍼블릭웰
  • 사업자등록번호 : 616-81-58266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남광로 181, 302-104
  • 제호 : 채널제주
  •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제주 아 01047
  • 등록일 : 2013-07-11
  • 창간일 : 2013-07-01
  • 발행인 : 박혜정
  • 편집인 : 강내윤
  •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내윤
  • 대표전화 : 064-713-6991~2
  • 팩스 : 064-713-6993
  • 긴급전화 : 010-7578-7785
  • 채널제주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5 채널제주.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channeljeju.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