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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영 칼럼](42)가을
[양대영 칼럼](42)가을
  • 영주일보
  • 승인 2014.12.09 2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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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릴케-

나뭇잎이 떨어진다. 멀리서 떨어져 온다.
마치 하늘이 먼 정원이 시들고 있는 듯하다.
거부하는 몸짓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밤이 되면 이 무거운 지구는
모든 별들에서 떨어져 고독속으로 잠긴다.

우리 모두가 떨어진다. 여기 이 손도 떨어진다.
다른 모든 것을 보라. 모두가 떨어진다.

그렇지만 모든 것이 이렇게 떨어지는 것을
양 손으로 살짝 부드럽게 받아주는 분이 계신다.

 
가을의 서정은 무엇 보다도 낙엽이 아닌가한다. 범신론적 자연 감정의 표출과 아름다운 상징적 풍경시와 자연시를 즐겨 쓴 릴케도 가을을 낙엽에서 찾고 있다.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낙엽과 가을의 상징성은 통하는 것 같다. 릴케는 낙엽이 그냥 떨어지는게 아니라 ‘거부하는 몸짓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나뭇잎이 떨어지고, 지구가 별들에서 떨어져 고독속으로 떨어지고, 우리 모두가 떨어지고, 손도 떨어지고, 모든 것이 떨어진다고 한다. 사랑하는 연인마저 떨어져 나갈 것이다.

그래서 가을은 슬픈 계절일까.

릴케(1875-1926). 로댕에게 사사, 엄밀하고도 정밀한 시어를 구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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