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ㆍ박근혜 수습책 골몰 속 선대위 '김종인-안대희' 투톱체제 가능성도
최경환 전 비서실장의 사퇴로 수습 가능성이 주목됐던 새누리당의 '인적쇄신 논란'이 되레 확대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대선을 70여일 남겨놓고 새누리당이 적전 분열 양상을 보이며 자칫 사분오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8일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은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의 국민대통합위원장 임명시 쇄신특위에서 사퇴하겠다는 초강경 카드를 꺼냈고 당내 일각에서 사퇴압박을 받았던 이한구 원내대표는 물러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박근혜 후보는 "새로 시작하자는 것은 선거를 포기하자는 것"이라며 인적쇄신 요구에 대해 사실상 수용불가 입장을 밝혀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한 전 민주당 상임고문 역시 "백의 종군없다"며 '퇴진론'에 맞대응 자세를 취하고 있다.
◇"최경환만으로 안돼"…거세지는 인적쇄신 요구
전날 최 의원의 비서실장직 사퇴는 친박계를 겨냥한 당내 쇄신 요구를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 짓자'는 박 후보와 지도부의 뜻을 반영한 조치로 읽혔다.
스스로도 "저 최경환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으로 당내 불화와 갈등을 끝내 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며 당내 갈등을 봉합하자는 메세지를 전달했다.
하지만 인적쇄신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 압박 강도가 더 세지고 있다.
친박계 퇴진론을 주장해 왔던 비박계 김용태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최 전 비서실장의 퇴진은 인적쇄신의 출발이 돼야 한다. 이제 시작이다. 책임질 사람들이 물러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되풀이했다.
최고위 회의에서 '주류 몇 사람이 (당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문제제기를 한 바 있는 정우택 최고위원도 "전면적 쇄신을 주장하는 쪽에서 봤을 때는 진정성 측면에서 상당히 미흡하다고 판단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사퇴의 불씨는 계속 잔존할 것"이라고 봤다.
반면 최 전 비서실장과 서병수 사무총장, 황우여 대표 등과 함께 친박계 후퇴론의 대상으로 지목됐던 이한구 원내대표는 "사퇴한다고 써라. 그러면 오보가 확실하다"며 당내 일각의 사퇴요구를 일축했다.
또 경제민주화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김 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한 사퇴압박을 가한 데 대해서도 "그건 박 후보한테 물어보라. 내 생각까지 얘기해야 하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박 후보에게 이 원내대표를 퇴진시키지 않을 경우 본인이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외부인사 영입 '불협화음' 더 커져
박 후보가 국민대통합의 차원에서 전격적으로 영입한 외부인사를 놓고도 당내 잡음은 심화되는 양상이다.
안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5일 새누리당 입당을 선언한 한 전 고문과 관련해 "지난 토요일 긴급 회의를 열어 그 분이 임명된다면 저와 쇄신위 상당수는 사퇴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한 전 고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렸던 인사로 당 안팎에서는 그가 박근혜 캠프의 국민대통합위원장직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본인도 이날 라디오에서 앞으로 맡을 직책에 대해 "대통합하는 그런 자리가 아니겠냐"며 속내를 내비쳤다.
하지만 안 위원장을 비롯한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는 비리전력이 있는 한 전 고문의 영입은 당 쇄신작업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는 입장이다.
한 전 고문은 지난 2000년 나라종금 퇴출 무마 청탁과 관련해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2005년 7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2008년 광복절 특사로 특별복권된 바 있다.
하지만 한 전 고문측은 "새누리당에 국민대통합을 위해 들어갔는데 다른 직을 맡으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백의종군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반발하고 있다.
◇박근혜 "새롭게 시작하자는 것은 선거 포기"…최종선택 주목
사태 수습의 열쇠를 쥐고 있는 박 후보는 이날 대전 카이스트에서 과학기술인들과의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선거가 두 달 남짓 남았다"며 "여기서 모든 것을 뒤엎어 새롭게 시작하자는 것은 선거를 포기하자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최 의원이 비서실장직을 사퇴한 만큼 더 큰 폭의 인적쇄신 요구는 거둬 들이고 연말 대선에 매진하라는 경고성 메세지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지금은 선거 승리를 위해 각자가 '내가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인가', '누구를 탓하고 누가 잘못됐다'를 말하기 전에 당을 위해서 '나는 내 몫을 하고 있는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며 당내 화합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안 위원장이 사퇴 카드를 꺼내든데 대해서도 "제가 지금 여기(대전)에 와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말씀을 했는지 모르지만 기자회견에서 한 말을 제가 가서 잘 보고 안 위원장과 대화를 해보겠다"며 수습의지를 내비쳤다.
또 김 위원장이 이 원내대표와 자신 중 한명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도 많이 도와주기 위해 들어오신 것"이라며 "잘 판단을 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쇄신파 김성태 의원 등 일부 새누리당 재선의원들은 지도부 총사퇴를 이끌어내기 위해 단체 행동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당내 분열이 수습될지는 미지수다.
'안대희-한광옥, 김종인-이한구'라는 대립구도도 워낙 각자의 입장이 강경해 박 후보가 한쪽 손을 들어주지 않고는 해결이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해 당내 일각에서는 인적쇄신 대상으로 거론됐던 황 대표와 이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선대위에서 배제하고 당무만 맡기는 조정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신 '김종인-안대희'를 선대위의 투톱체제로 내세워 돌파구를 모색한다는 것이다.
친박계 한 의원은 "지도부 퇴진은 사실상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의미하는데 대선까지 불과 70여일 남은 점을 감안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선대위의 인적구성만 재조정해 대선을 치르는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