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로서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공이 넘어간 상황이다. 3자 실무진 협의 과정에서 '추석 전 일정이 꽉 차있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제안자인 안 후보 측은 물론, 3자 회동에 다소 미온적이었던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도 언제든지 회동 테이블에 나설 수 있다며 박 후보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추석을 넘기면서 3자 후보들간 이 문제에 대한 협의가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 캠프의 정연순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우리 캠프 조광희 비서실장이 양 후보 측 비서실장에게 전화했다. 박 후보 측은 추석 전에는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일정을 조정한 다음에 연락해주겠다고 했다"며 "박 후보 측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문 후보 캠프의 진성준 대변인도 "저희는 언제든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만나겠다"며 "새누리당이 추석 전에는 일정이 조정될 수 없다고 했는데, 추석 연휴 이후에나 논의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하지만 박 후보 측은 아직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안 후보가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를 하지 않고 완주하겠다는 뜻을 밝혀야 회동이 가능하다'는 '조건부 3자 회동론'이 당내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지난 25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3자 회동을 하려면 안 후보가 대선을 완주하겠다는 입장을 먼저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박 후보가 과거사에 대해 결단을 했듯, 안 후보도 분명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3자 회동을 하자고 말하면서 문 후보와의 단일화를 의논하고 있다면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혜훈 최고위원도 최근 이와 비슷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는 안 후보의 제안에 '조건'을 내걸면서 정국의 주도권을 뺏어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3자 회동을 야권 단일화에 대한 안 후보의 의중을 파악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새누리당의 '조건부 3자 회동론'에 안 후보 측과 문 후보 측은 반발하고 있다.
안 후보 캠프의 정 대변인은 "대선후보들이 국민 앞에서 어떠한 태도로 선거에 임하겠다고 밝히는 것과 대선에서 완주한다는 것과는 서로 무관하다고 본다"며 "정치 쇄신의 모습을 보이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조건을 붙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 캠프의 진 대변인도 "터무니 없는 억지다. 네거티브 선거 대신 선의의 경쟁을 하자는 취지의 회동이고, 좋은 공약이 있으면 서로 받아서 이행하자는 것인데 그것이 후보 단일화 포기와 무슨 상관이냐"며 "대놓고 반대하기 어려우니 조건을 붙이는 것이고 일정 핑계를 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안 후보 측과 문 후보 측이 한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새누리당이 회동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회동의 성격도 '새로운 정치, 선의의 경쟁을 해보자'는 것이어서 이를 외면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3자 회동을 둘러싼 치열한 신경전 속에서 '선거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박 후보가 어떤 선택을 내릴 지 주목된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