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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性범죄 남일 같지 않다'…'을' 입장 알바생 대상 성폭력 대책시급
'잇단 性범죄 남일 같지 않다'…'을' 입장 알바생 대상 성폭력 대책시급
  • 나는기자다
  • 승인 2012.09.09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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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대 여대생이 일주일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A(21)양은 학원 수강비를 벌겠다며 아르바이트(알바)를 하고 있었다.

A양은 그날 자신과 함께 일하던 직원들과의 술자리가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에 따르면 A양은 지난달 27일 고모(27)씨와 신모(23)씨와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 한두잔 기울였던 술잔은 새벽까지 이어졌고 결국 A양은 만취상태가 됐다.

고씨 등은 만취한 A양을 다음날 오전 4시35분께 수원의 한 모텔로 데려갔다. 신씨와 고씨는 차례로 A양을 성폭행한 뒤 모텔을 빠져 나왔다.

이후 고씨는 A양이 연락이 되지 않자 같은날 오후 2시40분께 모텔을 다시 찾아가 의식을 잃은 A씨를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지난 4일 오후 6시30분께 숨졌다.

경찰은 만취한 여성을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로 고모(27)씨와 신모(23)씨를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A씨의 사망 원인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2. 충남 서산에서는 20대 여대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학 4학년생인 이모(23)씨는 졸업을 한 학기 남겨놓은 채 올해초부터 휴학하고 알바를 해왔다.

서산경찰서에 따르면 10일 오후 5시10분께 서산시 수석동의 한 야산에서 이모(23)씨가 아버지의 승용차 안에 연탄불을 피워놓고서 숨진 채 발견됐다.

꽃다운 나이였던 이씨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었을까. 피자가게에서 알바를 하던 중 사장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기 때문이다.

이씨가 지니고 있던 휴대전화에는 "알바하는 피자가게 사장으로부터 협박을 당했다. 협박이 무서워 내키지 않았지만 함께 모텔에 가서 관계를 갖게 됐다"는 내용의 유서가 남겨 있었다.

이씨는 피자가게 사장 안모(37)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나체사진을 공개하겠다는 협박까지 받았다. 이씨는 이에 따른 심적 갈등을 이기지 못한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

이씨가 안씨에게 보낸 문자에는 더이상 괴롭히지 말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안씨를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중곡동 주부 살해사건, 나주 초등생 납치 성폭행 사건 등 최근 우리사회 곳곳에서 여성과 아동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끔찍한 강력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이같은 범죄가 남일이 아닌 사람들이 있다. 바로 알바생들이다. 용돈과 등록금을 벌기위해 사회경험을 미리 맛보기 위해 청소년, 대학생, 취업준비생들까지 알바에 몰리고 있다.

알바생들은 임금착취에 고용불안을 느끼며 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각종 성범죄에 노출돼 있기도 하다. 다른사람한테 하소연도 하지 못한다. 가슴앓이를 하면서 고통속에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을 뿐이다.

고용하는 사람과 고용된 사람…. 이런 상하 관계를 악용해 성폭력을 휘두르는 나쁜사장과 직원들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에서 알바를 하는 여성들이 이런 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

알바생들이 성범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청소년·대학생 알바생들 성범죄 그늘 여전

알바를 하면서 성폭행을 경험한 청소년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청소년 28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 조사에 따르면 알바 중 성폭행을 경험한 학생은 172명(6.0%)에 달했다. 이번 사건과 유사한 성범죄가 매년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알바 청소년의 4.8%가 성희롱이나 성추행 등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즉 20명 중 1명꼴로 성범죄에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생들도 성범죄의 어두운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는 지난 6월1일부터 8일까지 알바 경험이 있는 전국 남녀 대학생 3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8%가 '알바 고용주로부터 횡포나 착취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경험했던 부당한 횡포·착취 중 성희롱은 3%를 차지했다.

그러나 청소년·대학생을 알바생으로 고용한 사업장에서의 성희롱 예방교육 의무 위반은 여전했다.

고용부는 올해 여름방학 기간(7월9일~8월10일) 청소년·대학생을 고용한 사업장 894곳을 대상으로 임금 체불이나 근로시간 위반 등에 대한 점검을 벌여 3585건의 법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

성희롱 예방교육 의무 위반은 343건에 달했다. 현장에서 여전히 예방 교육이 잘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 관계자는 "사회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대학생들은 고용주의 횡포나 착취에 대처하는 능력도 떨어진다"며 "경제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절실함까지 더해지다 보니 고용주의 횡포에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소규모 사업장이 더 무서운 알바생들

최근 알바생들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고용주들이 잇따라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치킨집, 편의점, 호프집 등 업종을 불문하고 벌어지고 있다. 알바생이 고용된 곳은 언제나 성범죄 발생 가능성이 내포돼 있다.

한국 성폭력상담소의 피해상담사례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피해자 가운데 3분의 1은 직장 성폭력으로 분석됐다. 특히 알바생들이 주로 일하는 소규모 사업장이 취약했다. 60% 넘는 피해가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어났다. 5인 미만 사업장도 16%가 넘었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지난 5일 자신이 운영하는 치킨집에서 알바를 하는 10대 여학생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김모(28)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지난 7월18일 오후 5시께 부산 북구 자신이 운영하는 치킨집에서 알바생 B(16)양에게 "가슴이 작다"며 성적수치심을 주고 엉덩이를 만지는 등 성추행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또 같은달 2일부터 18일까지 새벽시간 퇴근을 시켜준다며 B양을 오토바이 뒷좌석에 태워 몸을 만지는 등 9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가 운영하는 치킨집에서 최근 모두 18명의 알바생이 일을 그만둔 것으로 드러났다.

충북 청주상당경찰서는 지난달 24일 자신이 운영하는 편의점 알바생을 성추행한 C(48)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C씨는 지난달 21일 오전 1시44분께 청주시 상당구 내덕동 자신의 편의점 계산대에서 일하고 있던 종업원 D(19)양의 신체 부위를 강제로 만지는 등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C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이 너무 많이 취해 나도 모르게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에서도 10대 알바생을 아버지의 친구인 고용주가 성추행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E(54)씨는 지난달 17일 자신이 운영하는 인천의 한 농장에서 용돈을 벌기 위해 알바를 하던 F(18)양을 껴안고 가슴 등을 만졌다.

E씨는 F양의 소변보는 모습을 지켜본 뒤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은 전했다. 그는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적극적 신고-근로기준법 관리·감독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근로기준법을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강력한 처벌과 알바생에 대한 사회적 안전장치 마련도 필요하다고 했다.

청년유니온 한지혜 위원장은 "성추행 등 부당행위가 사라지기 위해서는 지금 있는 근로기준법에 대한관리·감독을 강화해서 지킬 수 있게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사회적·성적 약자는 성폭력을 당해도 해결하고 극복하기 위한 도움을 받을 방법이 거의 없다"며 "알바생에 대한 실태조사와 피해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폭력 관련법을 엄격히 적용해 알바생들이 고용주의 부당한 요구를 당당히 거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적극적인 신고와 상담도 중요하다고 했다.

성희롱을 당한 알바생들은 스스로 신고를 하거나 상담을 받는 경우가 많지 않다. 자기가 직접 이야기하는 것이 많이 망설여지고 수치스러움이 큰 탓이다.

알바생은 정규직 근로자와 달리 제도적으로 보호받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다는 점도 신고와 상담을 꺼리게하는 이유중에 하나다.

경찰 관계자는 "성희롱과 같은 성범죄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이 수치심으로 신고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를 당한 여성들의 적극적인 신고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알바인 관계자는 "알바생에 대한 부당 대우 중 임금 체불뿐만 아니라 폭언, 성희롱, 폭행 등도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에 직접 방문하거나 우편, 온라인 접수를 통해 피해 사례에 대한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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