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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배·할매 구수한 이야기 들으며 기장 등대길 걷기
할배·할매 구수한 이야기 들으며 기장 등대길 걷기
  • 나는기자다
  • 승인 2012.09.03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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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으로 부는 바람의 시원함과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여름의 끝자락, 부산 기장 등대길(해동용궁사~동암마을~오랑대~젖병등대~대변항)에서 이야기 할배·할매와 함께 구수한 부산 이야기에 빠져본다.

1일 오전 부산 기장군 해동용궁사 입구에서 시민과 관광객 30여 명이 이야기 할배·할매 2명과 함께 등대길 체험에 나섰다.

첫 걸음을 내디딘 곳은 해동용궁사. 고려시대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 혜근이 꿈에 용왕이 나타나 봉래산 끝자락에 절을 짓고 기도하면 나라가 태평할 것이라고 해 '보문사'라 이름 짓고 만든 절이다.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가 1930년대 초 통도사의 운강 이 중창했고, 1974년 정암이 해동용궁사로 이름을 바꿨다.

이 곳에는 십이지신상, 득남불, 사랑대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득남불로 불리며 용궁사 108계단 입구에 있는 '포화대상'은 코와 배 부분이 시꺼멓다. 코와 배를 만지면 아들을 얻는다는 속설이 널리 퍼지면서 명물이 된 것.

용궁사로 들어가면 용녀의 전설이 서려 있는 '사랑대'의 절경을 구경할 수 있다. 원앙대라 불리던 이 곳은 1733년 이조참의 권적이 암행어사 박문수의 호남관찰사 임명을 반대하다가 정3품에서 종3품으로 좌천된 이후 이 곳의 바위에 자신의 심경을 바위에 글자로 새겨 넣어 사랑대로 불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발길을 옮긴 곳은 동해의 마지막 포구인 동암마을. 기장은 다시마가 유명하지만 동암마을에서는 포구의 특징 때문에 다시마 양식이 불가능하다.

동암마을을 돌아 무속인들이 치성을 올리는 작은 암자가 자리 잡고 있는 오랑대에 올랐다. 이 암자의 머리장식이 용머리로 돼 있는 것이 특이하다. 이 곳의 지명은 옛날 기장에 유배온 친구를 찾아온 시랑 벼슬을 한 선비 5명이 절경에 취해 술을 마시며 가무를 즐기고 시를 읊은데서 비롯됐다는 설이 있다.

기장 해안가를 걷다보면 이색적인 모양의 등대가 많은 것을 눈치챌 수 있다.

제일 먼저 눈의 띄는 등대는 2009년 9월에 만들어진 '젖병등대'. 이 등대는 출산률 최저도시인 부산의 고민을 반영해 다산과 풍요의 메시지를 담은 등대로, 등대 상단이 젖꼭지 모양이며 몸통 부분에 어린이 144명의 손과 발 핸드프린팅이 도자기로 제작돼 있다. 부부가 젖병등대를 만지고 기장미역과 기장장어를 먹으면 순산한다는 속설이 퍼지고 있다.

젖병등대와 함께 해안가를 따라 월드컵 등대, 장승등대, 야구등대도 볼 수 있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월드컵 등대는 높이 15m 크기에 중간부분에 월드컵 공식구인 피버노바가 설치돼 있다. 또 칠암 야구등대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 우승을 기념해 세운 것으로, 방망이 형태의 등대 옆에 글러브, 야구공이 설치돼 있다. 글러브 안에는 이대호, 고영민, 정근우 등 당시 우승 주역의 사인이 전시돼 있다.

등대길 마지막 코스는 멸치의 고장으로 국내산 멸치 60%를 생산하는 '대변항'이다. 이 곳은 매년 봄이면 어부들이 구성진 가락에 맞춰 갓 잡아올린 멸치를 그물에서 털어내는 장관을 구경할 수 있다.

특히 대변항에는 부산시 지정기념물 41호로 지정된 '기장군 척화비'가 보존돼 있다. 부산시민도 존재를 잘 모르는 기장군 척화비는 흥선대원군이 서구 열강을 배척하기 위해 세웠던 척화비 중 하나로, 당초에는 대변항 방파제 안쪽에 세워져 있었는데 일제강점기 때 항만을 축조하면서 바다에 던져 버렸던 것을 1947년 마을 청년들이 인양해 어판장 뒤 주택가 축대로 옮겨 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는 대변초등학교 정문 앞에 놓여 있다.

이야기 할배·할매와 함께 등대길을 걷다보면 두 번 감탄하게 된다. 기장의 절경에 한 번, 잘 알려지지 않은 부산의 숨은 이야기를 듣게 돼 또 한번.

부산시와 부산관광컨벤션뷰로는 이 달부터 매주 토요일 해운대와 기장지역 3개 걷기코스에 국내 최초 스토리텔러 '이야기 할배·할매' 10여 명을 파견 중이다.

이야기 할배·할매는 관광객을 인솔하는 여행가이드나 전문적인 역사적 사실을 설명해 주는 문화해설사와는 달리 정해진 코스를 함께 걸으면서 그 지역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얘기해 주고 또 시민과 관광객의 얘기도 들어주는 길동무 역할을 한다.

이들이 투입되는 3개의 걷기코스는 ▲기차소리길(동백섬~미포~문텐로드~해월정) ▲등대길(해동용궁사~동암마을~오랑대~젖병등대~대변항) ▲포구길(일광 학리마을~기장조선소~삼성대~오영수 문학비~이천마을) 등이다. 할배할매는 매주 토요일 오전 9시 누리마루 APEC 하우스 옆 동백섬 등대·해동 용궁사 입구·학리 포구 옆 정자에서 대기해 있다가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오면 같이 다니면서 이야기를 해준다. 【부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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