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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민주화' 외쳤더니 돌아온 것은 두번의 '해직'
'학사민주화' 외쳤더니 돌아온 것은 두번의 '해직'
  • 나는기자다
  • 승인 2012.08.30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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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교사다. 그러나 파면교사다. 나로부터 뜯어 간 살점같은 우리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꺼이꺼이 울음을 삼켜야 하는 나는 지금 파면교사다. 살아갈 날들이 휠씬 많고 가르쳐야 할 아이들이 많기에 지금의 아픔을 감당하는 일은 오히려 평생을 교단에 서기 위해 잠시 쉬는 간이역의 기다림이라고 여기고 싶다.

1명을 위해 99명이 희생되는 학교가 되어가고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감히 '쓰레기' 취급을 당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만이 '좋은' '괜찮은' 아이라고 생각하는 학교 관리자를 보며, 일사병을 앓듯, 숨이 턱턱 막혀옴을 느꼈다. 선생질하는 것이 부끄러웠다.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은 더이상 슬픔의 역사를 살아서는 안된다. 내가 비어두고 나온 교단의 자리를 아이들이 지키려 무던히 싸워왔듯, 나는 이 고됨의 시간을 사랑하며 살아가야 한다. 나는 교사다. 상처받고 떠나간 아이들이 다시금 제자리 돌아와 물푸레나무처럼 낯익은 그런 선생님으로 남고 싶다.

(2004년 8월 4일 인천외고 박춘배 파면교사 일기 중에서)

바람부름으로 비 내리는 아침, 아무도 없는 운동장을 서성인다. 이제는 마음껫 들어가 볼 수조차 없는 이곳...며칠전 너희들의 모습이 잔상으로 남아 머릿속을 슬프게한다. 이곳에서 많은 일이 있었는데...나를 위해 삼보일배를 하고...기도를 하던 너희들의 모습이 아른거려 또 눈물이 흐른다.

여기서 학교를 바라보고 있노라니..20평 남짓 작은 교실에서 너희들과 꿈을 꾸던 그 시절이 너무도 그리워지는구나. 지친 얼굴에서도 잃지 않는 미소와 피곤한 피부사이에서 빛나는 눈빛, 매일같은 시간에 울리는 벨소리와 50분과 10분이 교차하는 매일의 일과...그 사소한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언제쯤이면 너희들 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고맙다는 말로...힘내자는 말로...이렇게로 나마 너희에게 또 한번 고맙다는 말을 전해본다.

(2004년 7월 20일 인천외고 이주용 교사 일기 중에서)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뿔났다.

인천외고 학사 민주화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직된 교사 2명의 복직안이 부결된 결과다.

인천지역 교사·학부모·노동단체 등으로 구성된 '인천외고 완전 해결을 위한 해직교사 복직대책위원회'는 29일 해직교사를 특별채용할 것을 인천시교육청에 촉구했다.

인천외고 해직교사 대책위 소속 회원 400여명은 이날 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교권이 보장되고 상식이 통하는 학교를 만들려다 해직된 2명의 인천외고 교사를 외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대책위는 특히 "외고의 학교법인 이사회가 두 교사의 복직안을 부결하고 시교육청은 복직 문제를 성실히 다루지 않아 결국 두 교사가 복직되지 않았다"며 "교사 특별채용 법규에 따라 두 교사를 특별 채용해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이어 "두 교사의 복직은 사립학교의 민주화와 공공성 강화를 위해, 인천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지역 노동, 시민사회, 교육 단체들과 공동으로 이를 쟁취해 내겠다"고 밝혔다.

인천외고 교사 2명은 지난 2004년 학사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반발해 교권운동을 펼쳐 휴교령이 내려졌고, 학교 측은 이에 대해 학생 학습권에 방해가 된다며 해당 교사 2명을 파면 처분했다.

이에 교사들은 소송을 제기, 1심에서 패했으나 2심에서 징계를 정직 3개월로 줄이고 2012년 7월까지 교사 신분을 유지하도록 하는 화해ㆍ권고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학교법인 임시 이사회 측은 지난 7월 이들 교사의 복직안을 부결했고 두 교사는 7월 말일자로 해직됐다.

한편, 현재 학교법인 신성학원의 이사회는 총 7명의 임시이사 중 교육감이 추천한 이사는 4명이 파견됐으며, 교육계가 추천한 1인, 언론계 추천 1인, 법조계 추천 1인 등으로 구성됐다.

교육감이 추천한 이사로는 이채광씨와 이현숙씨, 홍상진씨, 한재규씨가 임시이사로 파견됐으며, 교육계 추천으로는 김재일씨, 언론계가 추천한 이경서씨, 법조계가 추천한 김준씨가 각각 임시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전교조 인천지부 관계자는 "양심 교사들이 해직될 당시 사태를 책임지고 수습했어야 하는 사람은 바로 나 교육감이었다"며 "나 교육감은 인천외고 사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두 해직교사를 즉각 특별채용하라"고 주장했다. 【인천=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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