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양숙 여사 "지인들로부터 받은 돈"…출처는 못밝혀
검찰 "노정연씨 잇단 불행 배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딸 정연(37·여)씨가 미국 아파트 매매대금 중도금을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불법 송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게 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는 29일 정연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아파트 원주인인 재미교포 경연희(43·여)씨를 같은 혐의로 벌금 1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정연씨는 경씨에게서 220만 달러에 구입한 미국 뉴저지주 웨스트뉴욕 허드슨클럽 435호의 매매 중도금 100만 달러(13억원)를 2009년 1월 제3자를 통해 미국에 있는 경씨에 보내면서 과세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초 수사는 정연씨의 '환치기' 공모 여부에 집중됐으나 검찰은 정연씨가 직접 개입하지는 않은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에 국내 거주자가 외국으로 돈을 보낼 때 당국에 신고하도록 규정한 외국환거래법 제16조를 적용했다.
허드슨클럽 435호는 경씨가 2006년 7월 분양받은 것으로, 정연씨는 2007년 10월 경씨에게서 구입하고 2년 뒤 소유권을 이전받기로 한 것이다.
정연씨는 2007년 9월 경씨 소유의 허드슨클럽 400호를 구입하려 했다가 취소하고 이후 435호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 아파트에 대한 계약금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400호 등기 명의자인 임웡씨에게 송금한 40만 달러로 대체했다.
아울러 경씨는 정연씨로부터 돈을 건네받은 지인을 통해 8억8200만원을 환치기 수법으로 송금받았으며, 2억2000만원은 자동차 수입 대금인 것처럼 속여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로 받았다.
이번 수사는 미국 코네티컷 폭스우드 카지노 매니저 출신인 이달호(45)씨와 동생 균호(42) 형제의 폭로 내용이 한 주간지에 실리고, 보수단체가 정연씨를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씨 형제는 "2009년 1월 초 폭스우드 카지노 호텔 방에서 경씨가 정연씨에게 급하게 100만 달러를 보내라고 했고, (한국에 있던 동생이) 같은 달 10일 경기 과천 지하철역에서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착용한 중년남성'의 안내로 13억원(100만 달러)이 든 상자 7개를 가져왔다"며 "지인을 통해 환치기 방식으로 경씨에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씨 형제는 "이 돈은 허드슨클럽 435호 매매대금이라는 것을 경씨에게 직접 들었다", "경씨가 정연씨에게 돈을 잘 받았다고 하는 것을 옆에서 들었다"고도 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 2월 이씨 형제와 13억원 중 일부를 환치기해 송금한 수입차 판매상 은모(54)씨, 박 전 회장 등을 조사했다.
이후 4·11 총선과 정연씨의 셋째 아이 출산 등을 이유로 숨고르기를 하던 검찰은 지난 6월12일과 6월 말~7월 초 정연씨와 어머니 권양숙(65·여) 여사에게 각각 두 차례에 걸쳐 서면질의서를 발송했다.
이어 지난 20~22일 봉하마을 사저를 찾아 권 여사를 방문조사한 뒤 같은 달 24일 정연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비공개 소환해 2시간 정도 조사했다.
정연씨는 6월25일 등 2차례에 걸쳐 제출한 서면답변서 등에서 "어머니에게 돈을 받았다"고 했고, 권 여사는 "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청와대를 방문한 지인들과 퇴임 이후 봉하마을 사저로 찾아온 지인들로부터 받은 돈을 모아 보관하다 딸에게 줬다"고 진술했다.
또 미국 시민권자이자 변호사인 경씨는 지난 5월28일 자진입국해 이튿날부터 사흘간 검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경씨로부터 "2009년 12월 정연씨로부터 아파트 매입대금 13억원을 받았다"며 "이 돈은 권 여사의 것으로 안다"는 진술을 받아낸 바 있다.
검찰은 돈의 출처와 관련, "권 여사가 지인들에게 십시일반 받은 돈이라고 진술했고 현금으로 보관하고 있던 것이어서 추적이 어려웠다"며 구체적인 자금원에 대해선 밝히지 못했다.
검찰은 그러나 "다만 2009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당시 확인할 만큼 확인했다"며 "이번 13억원이 돈세탁 등을 거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박 전 회장이 권 여사에게 건넨 100만 달러와도 무관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와 함께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착용한 중년 남성'은 권 여사의 친척인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그러나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수부 관계자는 "정연씨는 아버지(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이번 사건 등 잇단 악재로 불행을 겪었다"며 "수사 과정과 사건 처리에서 이런 사정 등을 고려해 배려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윤석렬(53·사법연수원 23기) 전 대검 중수1과장(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은 "이번 사건은 2009년 노 전 대통령 수사 기록 일부를 다시 참고해야 했던 사건"이라며 "중수부에서 수사한다고 비판이 많았는데, 수사기록을 함부로 공개할 수 없어 일선 지검에 내려보내지 못했던 것"이라고 뒷얘기를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