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한반도를 덮친 태풍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위력을 뽐냈지만 역대 최악의 태풍으로 기록된 2002년 '루사(RUSA)'에 비해 다행히 인명피해는 적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현재까지 집계된 태풍 볼라벤으로 인한 직접적인 인명피해는 사망 4명, 부상 2명 등 6명이다.
이날 낮 12시13분께 광주 서구 유덕동 한 도로에서 주민 임모(89·여)씨가 강풍에 떨어져 나간 교회 건물 기왓장에 깔려 숨졌다.
오전 11시10분께는 전북 완주군 삼례읍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아파트 경비원 박모(48)씨가 강풍에 날린 컨테이너박스에 깔려 숨을 거뒀다. 오전 11시께 충남 서천군 한산면 나교리 한 주택 옥상에서 정모(75·여)씨가 강풍에 중심을 잃고 떨어져 숨졌다.
오전 10시13분께 경남 남해군 서면 중현리 정모(80)씨 집에서 정씨가 강풍에 무너진 옆집 가건물 더미에 깔려 숨졌다.
또 태풍의 간접적인 영향으로 사망자도 5명으로 집계됐다.
전남 목포에서는 고장난 병원 엘리베이터 수리를 위해 옥상에 올라갔다가 추락해 김모(52)씨가 숨졌고, 전북 임실에서는 국도에서 가로수를 제거하던 범모(51)씨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했다.
전남 영광군에서는 나모(72)씨가 주택담장이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쳐 숨졌고, 충남 부여에서는 김모(75·여)가 집 주변 담 아래로 떨어져, 천안에서는 강한 바람에 쓰러진 대리석 장식에 깔려 김모(70·여)씨가 사망했다.
앞서 새벽 2시49분께는 제주도 인근 해상에서 중국 선박 2척이 전복되면서 중국인 선원 33명 가운데 18명은 구조됐으나 5명이 숨지고 10명이 실종됐다.
따라서 이번 태풍으로 현재까지 내국인 9명이 숨지고, 외국인까지 포함하면 14명이 사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볼라벤은 역대 우리나라를 찾은 태풍 가운데 다섯 번째로 센 바람을 불러왔다. 서해상을 따라 북상하면서 곳곳에서 강풍 기록을 경신했지만 다행히 사망이나 실종자 등 인명피해는 적었다.
역대 강한 태풍으로 꼽히는 1987년 '셀마(THELMA)', 1995년 '재니스(JANIS)', 2003년 '매미', 2002년 '루사' 등은 적게는 50여명에서 많게는 200여명이 숨지거나 실종되는 등 인명피해가 발생했었다.
하지만 볼라벤은 내외국인을 포함해 14명이 숨지고, 10명이 실종됐다. 내국인만을 포함할 경우 사망자는 9명이 줄어든다.
이렇듯 피해가 적을 수 있었던데는 이동 속도가 느리고 많은 비를 뿌렸던 다른 태풍과는 달리 강한 바람이 불기는 했지만 빠르게 이동하면서 비교적 강수량이 많지 않았던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제주산간에는 700㎜가 넘는 많은 비가 내리긴 했지만 시간당 20㎜가 넘는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됐던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역에는 10㎜가 채 되지 않는 적은양이 내렸다.
여기에 태풍에 대비해 큰 피해를 막기 위한 정부와 각 지자체의 노력도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요인으로 꼽힌다.
중대본은 태풍이 제주도를 강타하기 전날 오후 3시를 기해 비상근무를 최고단계인 3단계로 격상했다. 모든 지자체는 행정력을 동원해 태풍 대응에 만전을 기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2만여명이 비상근무를 했다.
태풍이 계속해서 북상하면서 침수 우려가 있는 해안가와 저지대 지역 280곳, 1063명을 미리 대피시켰고, 타워크레인과 철탑, 전신주, 옥외광고물 등은 물론 산사태와 급경사지, 옹벽, 축대붕괴 등 재해취약지역도 사전점검을 마쳤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초강력 태풍이 접근한다는 예보가 나오면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재난방송과 재난문자 등 상황전파를 통해 대국민 홍보를 강화했다"며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긴장하고 위험지역을 통제하는 등 대비한 것이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요인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