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 같으면 직장인들과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도 없이 붐벼야할 서울 도심 곳곳이 한산하기만 하다.
중심기압 960헥토파스칼(hPa), 중심부근 최대풍속 40m/s의 초대형 태풍이 이날 오후 서울과 수도권에 상륙한다는 소식을 접한 직장인들과 시민들의 발길이 뚝 끊긴 탓이다.
이날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평소 점심을 먹으러 나온 직장인들과 외국인 관강객들로 붐비던 이곳이 적막했다. 새찬 바람에 금방 이라도 부러질 듯 가로수들은 연신 흔들리고 있었다.
무릎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은 20대 여성은 총총걸음으로 횡단보도를 건너갔고 우의를 입은 경찰들은 경광등을 손에 든 채 분주하게 수신호를 보냈다.
간간히 보이는 사람들은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우산 속에 몸을 파고들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직장인들은 바깥 출입을 자제한 채 창문에 신문지와 테이프 등을 붙이며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식당가가 몰려 있는 안쪽 골목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식당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골목 안쪽에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보니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한 식당에는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5명의 손님만이 식사를 하고 있었고 인근 식당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다보니 20여석의 테이블이 텅 비어있었다.
반면 직장이 몰려있는 빌딩마다 음식을 배달하는 배달원들이 분주하게 오갔고 구내식당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이 북적였다.
강남에서 무역회사에 다니고 있는 김모(30)씨는 "폭우가 쏟아지면 지난번처럼 강남 일대가 또 물바다가 되는 것이 아닐지 걱정된다"며 "뉴스에서나 보던 간판이 떨어지거나 창문이 깨지는 등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서정연(33·여)씨는 "밖에 나가 점심을 먹을 엄두가 나질 않아 직장동료들과 음식을 주문해 먹었다"며 "강풍때문에 창문이 흔들릴 때마다 불안하다"고 밝혔다.
인근 상인들은 손님들 발길이 끊겨 울상을 짓고 있다.

1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성모(56)씨는 "경기 불황 여파로 손님들이 부쩍 줄었는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잦은 비에 태풍까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다"고 하소연했다.
성씨 역시 혹시 모를 태풍 피해에 대비하기 위해 입간판을 들여놓고 식당 창문마다 테이프를 붙여놓았다.
이날 험난한 출근길을 경험한 직장인들은 벌써부터 퇴근길이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윤모(28·여)씨는 "출근길에 보니 신호등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태풍이 위협적이었다"며 "퇴근할 때 강풍이 불어 자칫 다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걱정했다.
직장인 최근호(34)씨는 "오후부터 태풍이 서울에 상륙한다는 소리를 듣고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오늘은 직장동료들과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퇴근할 때 집에 갈 생각을 하니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한편 서울시는 폭우 취약지역을 집중 점검하는 등 태풍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대책본부)는 지난 27일 오후 6시부터 태풍경보 수준의 2단계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강풍에 대비해 공사장 타워크레인 공사 등을 중지하는 등에 긴급조치를 취하고 거리의 현수막과 입간판 대부분을 정리했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수해나 정전 등의 태풍 피해를 대비하기 위해 군과 민간 자원봉사자 등 복구인력을 긴급 동원할 수 있는 협력체계도 구축해 놓고 있다"며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만큰 가급적 외출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