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개봉 이후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로 21일까지 82만2327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전야 개봉, 상영횟수 1019회에 불과한 14일을 제외하고 15일부터 20일까지 1만9859회를 상영했다. 하루 평균 2837회나 상영된 셈이다. 14일을 빼고 7일간 관객은 76만9111명, 일평균 10만9873명에 불과하다.
공군의 전폭적인 지원과 '다크나이트', '인셉션' 등 블록버스터를 찍은 할리우드 항공전문 촬영팀 '울프 에어'의 참여, '해운대'(2009)와 '7광구'(2011) 등을 거치며 실력을 키운 국산 CG기술 활용 등으로 만들어낸 손에 땀을 쥐게 하고 가슴을 벅차게 하는 공중전으로 판을 키우고, CF감독 출신 김동원(50) 감독의 유려한 영상미로 한껏 추임새를 넣은 영화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 영화는 개봉 전까지 곡절을 겪었다. 제목은 지난해 초까지 '빨간 마후라'의 영어식 표현인 '레드 머플러'였다. 같은해 10월7일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에서 제작 발표를 할 때는 '비상: 태양 가까이'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개봉을 앞두고 'R2B: 리턴 투 베이스'로 다시 변경됐다.
개봉 일정도 제작발표회 때만 해도 올해 초로 예고됐지만 결국 올해 여름, 그것도 막바지로 미뤄졌다.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는 "CG 등 후반작업에 좀 더 공을 들이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뿐만 아니다. 원톱 주인공인 공군 최정예 파일럿 '정태훈 소령'을 연기한 가수 비(30)는 개봉을 못본 채 지난해 10월11일 육군으로 입대했다. 홍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안타까운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20일 '탑 건'(1987)을 연출한 토니 스콧(68) 감독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다리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는 비보가 나왔다. 거장 리들리 스콧(74)의 동생인 그는 '탑 건' 외에도 '비벌리힐스캅 2(1987), '폭풍의 질주'(1990), '리벤지'(1990), '트루 로맨스'(1993), '크림슨 타이드'(1995), '더 팬'(1996년),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1998) 등 흥행작을 연출했다. 뇌종양을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1일 또 다른 부고가 전해졌다. '빨간마후라'(1964)로 대종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인자(89) 여사가 노환으로 별세했다. 1923년 황해도 사리원에서 태어난 윤씨는 20세때 연극 무대에 데뷔해 '홍도야 우지마라', '황진이' 등에 출연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영화 데뷔작인 '운명의 손'(1954)에서 한국 영화 최초의 키스신을 찍고, 영화 '그 여자의 일생'(1957)에서는 역시 한국 영화 최초의 누드 연기를 펼치는 등 앞서 나갔다. 1976년 속리산 수정암으로 출가한 윤씨는 1987년 환속, 영화 '아제아제 바라아제'(1989)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그해 대종상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부음 뿐 아니다. 서울의 랜드마크라는 점 때문에 북의 서울 상공 기습에서 피해를 입는 것으로 설정된 63빌딩, 정확히 63시티의 운영사인 한화 호텔&리조트도 또 다른 죽음의 희생양이 됐다. 7월 7일과 9일 제주 서귀포시 애월읍 앞바다에 설치된 정치망에서 연이어 잡혀 13일 '아쿠아플라넷 제주' 오픈과 함께 국내 최초로 전시된 고래상어 2마리 중 1마리가 폐사한 사실이 20일 뒤늦게 밝혀졌다. 아쿠아플라넷 제주는 63시티 내 '63씨월드', '아쿠아플라넷 여수'와 더불어 한화 호텔&리조트가 운영하는 아쿠아리움이다. 결국 한화 호텔&리조트는 22일 남은 한 마리를 이달 중 방생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물론, 온통 비보만 잇따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최근 영국 와딩턴 국제에어쇼에 참가, 각국 14개 팀과 경쟁해 에어쇼 디스플레이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영화에서 태훈이 한때 몸담았은 것으로 설정된 팀이다. 태훈은 에어쇼에서 자신의 실력을 뽐내기 위해 금지 비행술인 '제로노트'를 감행했다가 행사장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팀에서 퇴출돼 제21 전투비행단으로 가게 된다. 영화 관계자들로서는 내심 블랙이글스 후광효과를 기대해봄직 했지만, 이 낭보는 개봉일보다 너무 앞서 들려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