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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에미넘 좋고, 팬들 좋고…광란의 맞장구
[초점]에미넘 좋고, 팬들 좋고…광란의 맞장구
  • 나기자
  • 승인 2012.08.20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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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디트로이트 빈민가에서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낸 그는 현실에 대한 탈출구로 자유롭고 반항적인 힙합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언더그라운드 활동을 통해 자신만의 음악 스타일을 구축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속정은 많아도 겉으로는 무뚝뚝할 수밖에 없었던 미국의 힙합스타가 한국 팬들에게 마음을 활짝 열었다. 공연 내내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 에미넘(40)은 수차례 팔을 머리 위로 들어 하트 모양을 그렸다.

19일 밤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펼쳐진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7 에미넴-리커버리 투어'는 살아있는 힙합 전설의 위력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에미넘의 첫 내한을 학수고대한 2만여 팬들의 설렘과 만족감도 한껏 분출됐다.

공연의 흥을 돋울 특별한 공연 장치는 없었다. 노래와 어울리는 영상과 무대 위 찌그러진 자동차 모형 몇 대가 일렬로 서있을 뿐이었다. 에미넘은 그러나 마이크로 내지르는 라임이 돋보이는 속사포 랩과 손짓, 눈빛만으로 진가를 입증했다.

오후 8시25분께 상징과도 다름없는 모자를 쓰고 후드티를 입은 채 무대 밑에서 등장한 에미넘은 2010년 발매한 정규 7집 '리커버리' 수록곡 '원트 백 다운(Won't Back Down)'으로 포문을 열었다.

'3am' '스퀘어 댄스' 'WTP'까지 잇따라 들려준 에미넘은 '킬 유(Kill You)'를 부른 뒤 후드티를 벗어버렸다. 양팔에 새긴 문신이 그대로 드러났고 공연에 대한 그의 열정은 더욱 거세졌다.

2002년 히트곡 '클리닝 아웃 마이 클로짓(Cleaning Out My Closet)'이 흘러나오자 모든 사람이 노래를 함께 부르는 '떼창'이 이뤄졌다.

지난해 에미넘이 미국의 래퍼 로이스 다 5'9"(35)와 손잡고 결성한 그룹 '배드 미츠 이블(Bad Meets Evil)'의 데뷔앨범 '헬: 더 시퀄' 수록곡 '패스트 래인(Fast Lane)도 선사했다. 로이스 다 5'9"가 등장, 분위기를 달궜다.

'라이터스(Lighters)'를 부를 때는 팬들이 일제히 라이터를 켜 야광봉 대신 라이터 불로 공연장이 환해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에어플레인스'가 흘러나오자 팬들은 주최측이 나눠준 종이비행기를 한꺼번에 날리기도 했다.

2000년 '미국 역사상 가장 빨리 판매된 남성 솔로아티스트 음반'의 영예를 차지한 정규 2집 '더 마셜 매더스 LP' 수록곡으로 영국 가수 다이도(41)와 함께 부른 '스탠(Stan)'이 흘러나오자 공연장 분위기는 한층 더 달아올랐다.

'리커버리' 앨범에서 바베이도스 출신 팝스타 리아나(24)가 피처링한 '러브 더 웨이 유 라이(Love The Way You Lie)'역시 팬들을 설레게 했다.

'아이 니드 어 닥터(I Need A Doctor)'가 끝난 뒤에는 깜짝 게스트가 등장, 공연장이 술렁거리기도 했다. 에미넘이 '마이 네임 이스'를 부른 뒤 팬들을 향해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힙합을 좋아하느냐" 고 물은 뒤 헤드폰 브랜드 '비츠바이닥터드레'로도 유명한 미국의 래퍼 겸 프로듀서 닥터 드레(47)가 무대에 나타난 것이다.

닥터드레는 16, 17일 일본 공연에서와 마찬가지로 에미넘과 함께 '넥스트 에피소드' '포갓 어바웃 드레(Forgot About Dre)'를 들려주며 관록의 무대를 꾸몄다. 예전의 반항기가 줄어든 대신 노련미와 여유가 묻어나는 무대 매너가 일품이었다.

드레는 전날 서울 강남에서 에미넘과 함께 헤드폰 관련 행사에 참가하고, 클럽 등지를 방문하기도 했다.

6집 수록곡 '낫 어프레이드'로 공연을 마무리한 에미넘은 자신의 음악을 좋아해준 팬들 덕분에 '복귀'(리커버리)를 할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자 주연을 맡았던 '8마일'(2003)의 주제곡으로 아카데미 주제가상까지 받은 '루즈 유어셀프'를 앙코르 곡으로 들려줬다.

모든 팬들이 노래의 대부분을 따라 불렀고, 에미넘은 다시 한번 팔을 머리 위로 들어 하트를 그리며 화답했다. 그리고 '피스'를 외친 뒤 손가락으로 'V' 자를 그린 뒤 퇴장했다.

비가 흩뿌렸지만 공연의 열기를 식히지는 못했다. 약 80여 분간 지속된 공연 내내 팬들은 자리를 뜨지 않은 채 힙합 전설의 복귀를 축하했다. 에미넘이 설립한 레이블 '셰이디 레코즈' 소속 슬로터하우스가 오프닝 무대를 장식하기도 했다.

노랫말 등에 욕설이 다수 포함돼 지난 5월 내한 공연 당시 '18세 미만 관람불가' 등급으로 공연했던 미국의 팝스타 레이디 가가(26)에 이어 역시 같은 등급으로 선보일 것이라 예상된 공연이었다. 하지만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으로 구분됐다. 이에 따라 노래들이 욕설을 제외한 클린버전으로 공연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에미넘은 거침없었다. 노랫말 속의 욕설은 물론 팬들을 향한 말, 무대에 오른 뮤지션들과 나눈 대화에서도 'f***'을 남발했다. 팬들에게 'f***'을 외쳐보라고 주문했고, 팬들은 기다렸다는 듯 응하기도 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에미넘이 국내 팬들의 반응에 매우 만족해했다"며 "공연이 끝난 뒤에도 즐거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콘서트업계 관계자는 "다소 엄숙한 일본 공연과 달리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는 한국 팬들의 상대적인 분위기에 에미넘이 놀란 듯하다"며 "공연 중 하트를 그리는 것이 국내에서만 보인 행동이 아닐 수 있지만 에미넘이 그런 모습을 보인 자체가 이례적이다. 뜨거웠던 공연이라는 사실만은 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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