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5-06-14 15:58 (토)
[신간] 윤복희 동화작가 《샛바람과 파도 소리》 발간
[신간] 윤복희 동화작가 《샛바람과 파도 소리》 발간
  • 박혜정 기자
  • 승인 2024.09.19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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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복희 동화작가
▲ 윤복희 동화작가 ⓒ채널제주

70이 넘은 나이에 늦깎이로 등단한 윤복희 작가의 첫 동화집 《샛바람과 파도 소리》를 펴냈다. 이 동화집에는 등단작들을 포함해 일곱 편의 단편동화를 묶었다.

표제작인 ‘샛바람과 파도 소리’는 아픈 손자에게 기꺼이 골수를 내어주어 생명을 선물해준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예준이는 할아버지와 함께 걷던 대나무숲의 샛바람을 떠올리며, 할아버지의 가슴에서 들려오는 따뜻한 파도 소리를 듣는다. 작가 특유의 따뜻하고 서정적인 목소리가 담뿍 담긴 동화다.

그 외에도 해녀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다시 돌아온 바다’, 제주의 아픈 역사인 4․3 이야기를 담은 ‘동백을 보며 기다릴 거야’는 제주의 이야기를 차분한 감성으로 전한다.

‘앞으로 앞으로’는 온 세계 어린이를 다 만난다는 노랫말처럼 세계 곳곳의 어린이들과 상상의 만남을 펼치고, ‘마술 피자’는 마법이라는 소재로 흥미를 돋운다. 그 밖에도 생태와 환경을 생각하게 하는 ‘계절을 돌려주세요’, 어린 오리 아름이와의 만남과 이별을 천진난만하게 그린 ‘보름아, 안녕!’도 어린이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함께 선사한다.

작가는 흥미 위주의 소재보다는 여러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감성적인 이야기에 주목한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도 작가 특유의 서정적이고 따뜻한 문체로 어루만져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유년의 기억을 회상하며 감상할 수 있는, 온 가족이 함께 읽을 만한 동화집이다.

윤복희 작가는 2023년 《아동문예》 신인문학상, 2022년 제61회 탐라문화제 전국문학작품공모전 탐라상(대상), 2020년 제주문인협회 신인문학상, 2020년 제주기독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한그루 刊, 12,000원

윤복희 동화작가 《샛바람과 파도 소리》 표지
▲ 윤복희 동화작가 《샛바람과 파도 소리》 표지 ⓒ채널제주

■ 책 속으로

“왜 이 새벽부터 바다엘 갔어요?”

“바당신디 고맙덴 인사허레 갔주. 우리가 심지도 않고, 거름도 안 줘신디도 항상 우리에게 하간 걸 주는 바당이 고마완. 그리고 지난밤 태풍에 밀려온 쓰레기도 좀 줍고이. 그래야 바당도 기분이 좋아질 거 아니라?(바다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러 갔지. 우리가 심지도 않고, 거름도 안 줬는데도 항상 우리에게 많은 걸 주는 바다가 고마워서. 그리고 지난밤 태풍에 밀려온 쓰레기도 좀 줍고. 그래야 바다도 기분이 좋아질 게 아니겠니?)” (19쪽, ‘다시 돌아온 바다’)

“전쟁을 멈추어 주세요. 제발 부탁이에요! 우리는 너무 어려서 수니파, 시아파가 무엇인지 몰라요. 어른들의 생각과 욕심으로 어린이들이 희생되고 있잖아요. 저 보트에 탄 어린 난민을 보세요. 터키 해변에서 죽은 불쌍한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을 보셨을 거예요. 제발 전쟁을 멈추고 어린이를 사랑해 주세요. 어린이가 없으면 이 지구는 희망이 없잖아요. 리사아드야,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조금만 더 참고 힘내. 신은 결코 너희들을 버리지 않으실 거야. 곧 머지않아 평화가 올거야. 우리 두 손 모아 기도하자!” (33쪽, ‘앞으로 앞으로’)

하우스 비닐이 지구를 힘들게 하고 억지로 만드는 열 때문에 파란 하늘이 잘 보이지 않잖아. 하늘에 스모그가 사라지고 낮엔 높고 파란 하늘에 양떼구름을 보며 양이몇 마리인지 세어 보고 싶어. 그리고 깜깜한 밤이 되면 아기별들이 숨바꼭질하며 바쁘게 숨는 게 보이겠지. 그럼 반딧불이가 알려주러 나올 거야. 그럼 우린 햇빛, 바람, 비를 맞으며 싱싱하게 자라서 우리의 참맛을 자랑하고 싶어. 햇빛도 바람도 달게 먹이고 싶어. 제발 계절을 돌려줘! 우리의 생일을 찾아줘! 그러면 우리 모두 건강해질 거야. (51-52쪽, ‘계절을 돌려주세요’)

할아버지도 동백꽃이 있는 방향을 향해 긴 한숨을 쉬셨어요. 할아버지의 마음속 이야기가 한숨 속에 어떻게 숨어있는지 나는 전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이상하게 슬픈 생각이 들었어요. 이 동네에서 어른인 할아버지는 외양간에서 키우는 소도 돌보시고, 밭을 갈아 농사도 지으시고, 때로는 옆집과 앞집의 남편을 잃고 혼자가 된 여자 삼촌네 일도 도와주셨어요. 할아버지가 계셔서 고모도 언니들도 든든했을 거예요. 할아버지는 말 그대로 고모네 집 기둥 같은 분이에요. 그런데 할아버지도 대문 옆에 있는 동백나무에 눈을 떼지 않는 걸 나는 느낄 수 있었어요. (94-56쪽, ‘동백을 보며 기다릴 거야’)

어머니가 생각나시는지 할아버지의 목소리에는 눈물이 섞여 있었습니다. 눈을 지그시 감고 듣던 할머니는 대나무 숲에서 나는 소리가 시집오기 전에 살았다는 삼척에서 들었던 파도 소리처럼 들린다고 말했습니다. 예준이네는 하늘까지 곧게 뻗은 대나무들이 줄지어 선 대나무 숲에서 한동안 머물렀습니다. 그때 바람이 불어와 대나무가 흔들리면서 댓잎이 부딪히며 나는 소리를 들은 예린이는 여름방학 때 가족들이랑 제주도 여행을 갔다가 가파도에 갔을 때 들었던 파도 소리 같다고 했습니다. 모두 자기만이 간직하고 있던 파도 소리를 상상하며 걷는 산책길이었습니다. (109쪽, ‘샛바람과 파도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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