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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숙 시인 시집 《저 파랑을 너에게 줄 것이다》 발간
김윤숙 시인 시집 《저 파랑을 너에게 줄 것이다》 발간
  • 박혜정 기자
  • 승인 2024.08.07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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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숙 시인 시집 《저 파랑을 너에게 줄 것이다》 표지
▲ 김윤숙 시인 시집 《저 파랑을 너에게 줄 것이다》 표지 ⓒ채널제주

김윤숙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저 파랑을 너에게 줄 것이다》에서 시적 성찰은 타자와 ‘나’에 대한 깨달음으로 이루어진다. 주목할 만한 것은 타자라는 이 현시적 대상을 통해 ‘나’의 존재에의 접근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추사 김정희를 대상으로 한 “당신이 걸어온 길”은 추사의 삶이 “직립의 날들”이었다고 노래한다.

《저 파랑을 너에게 줄 것이다》는 시인의 시가 지금까지 그래왔듯 풍경을 응시하고, 그 풍경 속의 사물들을 불러모아 시의 내적 세계를 열고 있다.

시적 대상은 인간과 자연과 이 모두를 초월하는 존재나 사상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김윤숙은 그동안 풍경 속에 녹아 있는 삶의 보편성을 주목하는 데 진력해 왔다. 그런 김윤숙에겐 사람도, 사건도 풍경의 한 부분이며 삶의 한 부분이다.

풍경을 경험한 데서 발원하는 김윤숙의 시학은, 그러나 풍경에 자신의 정서를 투사하는 주관적 실감보다는 사회 현실과 삶에 대한 인식에 따라 발화하는 측면을 견지하고 있다.

그런즉 김윤숙의 시는 인간의 저편에 놓여 있는 것 같으나 실상은 인간 속에 들어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자연을 탐구함으로써 인간을 발견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 온 김윤숙의 시가 새롭게 조명되어야 할 이유이다.

제주에서 태어나 2000년 《열린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가시낭꽃 바다』 『장미연못』 『참빗살나무 근처』, 현대시조 100인 시선집 『봄은 집을 멀리 돌아가게 하고』가 있다. 시조시학 젊은시인상,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문학상, 시조시학 본상 등을 수상했다. 2024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항도 항해도 꼼짝없이 갇혀서

쇄빙선 따른다는 동토의 당신 바다

언 마음

여기도 북극

나를 질러오시라

봄!

너의 이해

돗바늘 탱자 가시 한순간 찔린 손등

혹독히 파고들어 농이 차 뭉크러져도

그 누가 알아차릴까 이해했던 단 하나

덧난 가지 싹둑 자른 냉정한 오후도

가시는 눈물 같고 어쩌면 온순해져

서로가 맞닿은 자리 비켜 앉던 그 잠시

새순마저 초록으로 땡볕 여름 견디며

저를 눌러 넓힌 자리 그늘이 되는데

난 그저 지나쳐온 날, 불쑥 솟는 가시였네
 

파노라마
 

어제 한 약속이 새까맣게 지워졌을까
숲 기슭 가을볕에 끌려 나온 누룩뱀
논오름 곶자왈 위로 빙빙 돌던 제주 참매

야생의 눈빛에도 때로는 어긋나서
빗살무늬 활엽수림 불사르는 가을 앞에
자욱이 취하던 연기 자꾸 발을 헛디뎌

등성이 떠밀려온 배, 끌어당기는 바다와
뇌 속을 텅, 텅 헤집어 인화되는 생각마저
통로를 겨우 벗어난 바로 그때 누가 툭,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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