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아동문학협회 마흔세 번째 연간 작품집

제주아동문학협회(회장 안희숙)의 마흔세 번째 연간 창작집이다. 동시 작가 12명, 동화 작가 15명이 참여해, 60편의 동시와 15편의 동화 등 총 75편의 작품을 수록했다.
제주아동문학협회는 발간사를 통해 “책 속에 푹 빠지다 보면 여러분은 어느새 생각이 확장된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바로 성장이지요. 책을 통한 성장은 미래를 향해 도전하는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책과 가까이 하는 여러분이 발견하는 가치이기도 하지요”라고 전했다.
표제작인 ‘할아버지 낚싯대’(이원경)는 시골로 전학 온 민수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고 있을 때, 다리 밑에서 홀로 지내던 할아버지와 낚시를 하며 짧고 인상적인 우정을 쌓는 동화이다.
이 밖에도 동심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의 많은 이야기가 동시와 동화에 정성스레 담겨 있다. 경이로운 자연과 일상의 소중함, 가족과 친구, 이웃 등 우리 주변에 대한 애정을 담아, 아이들이 건강한 정서와 관계 속에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 있다.
■ 목차
<동시>
김영기_꽃이 피는 돌|꽃이 된 나|꽃에도 무기가 있다|숨어 피는 꽃|별 목련
김옥자_빗소리는 재주꾼|작은 민들레|5월의 구름도|버스 안 풍경|아침인사
김익수_입학 첫날|왜 다를까|수박 고르기|등굣길|고향 사랑
김정련_가로등을 위하여|산꼭대기 눈|지구 아끼기|아프지 말라고|자동차 그림
김정희_찔레꽃|나무|산지천|아무도 없네|바다 집이 된 우산
박숙자_노란 블록길|엄마 닮았네|앗! 따가워, 비자나무|개미들의 등굣길|나뭇잎이 웃는다
박희순_욕심꾸러기 곤줄박이|아기 꾀꼬리, 어떡하지?|나, 왕파리다|새들아, 내 말 들리니?|별이 된 반딧불이
양순진_북촌리 동백꽃|우리 학교 돌하르방|파도소리 들으며|돌하르방이 좋아요|웃뜨르 돌하르방
이명혜_엄마의 시간|안개비 가둔 거미줄|뜨거운 물 + 얼음 = 하나|새소리 동그라미|꽃눈 길
이소영_질경이의 노래|글자들의 소리|잔디 꽃|별|생각을 깨워주는 바람
이정아_똥강아지|할머니와 콩잎|미안해|울고 싶은 날|코딱지의 하루
장승련_간질이는 봄비|동백꽃 배지|영등 할망|범섬 가까이 가면|햇빛과 물
<동화>
강순복|엄마의 항아리
고운진|서울에서 온 초대장
김도경|하늘을 나는 수마트라
김란|눈사람 아빠
김미애|윤나의 요술 장갑
김순희|반딧불이를 도와줘
김정배|전학생 한이
김정숙|별이 된 물고기
김정애|나한테만 왜 그래?
박재형|누가 김평수를 울렸나
안희숙|그래! 모두 다 주인공이야
윤영미|작다고 무시하지 마!
이원경|할아버지 낚싯대
장수명|눈물 반, 웃음 반
한천민|복희 선생님은 마법사
■ 머리글
올해도 제주아동문학협회 제43번째 동시, 동화 연간집이 여름 햇살에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이번엔 어떤 이야기로 어린이들을 만날까? 고민하며 제주아동문학가들이 글을 창작했습니다.
제주의 아동문학가들이 동심으로 그린 문학작품을 한 편 한 편 만나볼 때마다 어떤 의미를 담으려고 글을 빚었는지 작가의 마음이 되어 공감도 해보고 나의 생각과 비교하며 책장을 걷어보시길 바랍니다.
산책하듯이 동화와 동시의 공간을 거닐면서 어떤 캐릭터가 나의 마음에 와 닿는지 등장인물과 친구가 되듯이 책 속으로 쏘옥 들어가 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책 속에 푹 빠지다 보면 여러분은 어느새 생각이 확장된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바로 성장이지요. 책을 통한 성장은 미래를 향해 도전하는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책과 가까이 하는 여러분이 발견하는 가치이기도 하지요.
그럼 동화와 동시 속으로 함께 한 걸음 다가가 볼까요? 책이 즐거워지는 순간을 함께 누려볼까요?
■ 책 속에서
밟고 간 사람의 발자국
깔고 뭉갠 바퀴 자국 아파도
땅을 쥔 손에 힘 모아
영차, 영차 일어선다.
나는야
밟아도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
온 들과 길에 납작 엎드린 채
뿌리부터 뭉쳐 쏘아 올린
씨를 모아놓고
아픈 몸 치료하세요.
나는야
밟혀도 견뎌내는 건강 지킴이.
(이소영, ‘질경이의 노래’)
그때야 영순이는 깨달았습니다. 엄마가 항아리를 왜 그토록 아끼고 사랑했는지를요. 엄마는 항아리와 끊임없이 사귀었나 봅니다. 그렇지만 영순이는 새 항아리를 사다가 엄마처럼 아끼고 사랑할 자신이 없습니다.
그때 쓰던 항아리를 깨뜨리지 않고 지금까지 두었더라면 엄마가 보고 싶을 때 만져라도 볼 텐데. 오늘은 엄마의 항아리가 너무 생각납니다. 아마도 엄마가 너무나 보고 싶은 탓일 겁니다.
‘이 항아리는 숨 쉬는 항아리란다. 여기다 장을 담그면 오래 둘수록 맛이 있단다.’
(강순복, ‘엄마의 항아리’)
민수와 할아버지는 강가에 앉았습니다. 민수는 왠지 할아버지가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 혼자 사는 거 좋아요? 저도 여기서 살까요?”
“예끼! 쓸데없는 소리. 가족과 함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건지 네놈이 모르니까 고런 막돼먹은 소리를 하는 게다. 이제 거의 기억도 없어졌지만, 우리 어머니 품은 정말 좋았다. 온종일 싸돌아다니다 들어가면 등짝을 한 대 치시긴 하셨지만, 코를 닦아주시고 얼굴을 씻겨 주시고 보리밥 위에 김치 한 쪽 쭉 찢어서 올려주시면 꿀맛이었지……. 죽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뵐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
(이원경, ‘할아버지 낚싯대’)
제주아동문학협회 엮음 / 153*225 / 342쪽 / 12,000원 / 979-11-6867-175-1 (73810) / 한그루 / 2024. 7.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