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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장영춘 시인 시집 《달그락, 봄》 발간
[신간] 장영춘 시인 시집 《달그락, 봄》 발간
  • 박혜정 기자
  • 승인 2024.06.24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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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춘 시인 시집 《달그락, 봄》 표지
▲ 장영춘 시인 시집 《달그락, 봄》 표지 ⓒ채널제주

장영춘 시인의 최근 시집 《달그락, 봄》을 발간했다. 제1부 누구의 안부일까, 일렁이던 파문은 제2부 사람도 섬이 되는 그러누 날이 있다 제3부 채우고 채워도 허기로 피는 꽃 제4부 메이리로 가득찬 그 길위에 마주서면 제5부 기다린 당신의 봄은 등 총 66편의 시조를 담고 있다.

2018년 《단애에 걸다》 이후 6년 만에 내놓는 이번 시집 《달그락, 봄》에서는 인간의 본성에 기반하여 부재와 결핍으로 인한 관계의 단절을 회복하려는 욕망의 현시화(顯示化)를 시도하고 있다.

이별 혹은 사별로 인한 그리움의 정서가 주조를 이루는 가운데 일상에서의 자아와 근원적인 자아의 단절을 해소하려는 시도에서부터 자아와 타자의 불통을 넘어서려는 분투에 이르기까지 그 상관관계는 다분히 복합적이다.

장영춘 시인에게 시조는 자아와 세계를 관계 맺으려는 그리움의 알레고리가 갈라지고 멀어진 세계 사이에 다리를 놓으려는 욕망의 형상화라 할 수 있다.

이번 시집은 자아의 정서적 결핍을 초래한 사라진 존재와 세계에 관한 질문과 성찰이 전체의 배경이자 하나의 큰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것은 망각의 현실에 대한 반동이자 불가능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반항이다.

《노란 지팡이》 작품을 보면 시인은 어머니의 존재부재를 확인한다. 어머니의 부재는 “꿈이듯 생시이듯” 아직도 실감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노란지팡이’ 때문이다. 그 지팡이는 ‘떠나가지 전’ 어머니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주인 없는 빈집에 동그마니” 놓인 ‘지팡이’는 화자가 아직 마음으로는 어머니를 떠나보내지 못했음을 은유한다.

장영춘 시인에게 있어 존재론적 기원에 대한 부재와 단절의 비감한 정서는 근현대사의 비극적 사건에서 빚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장영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가족’에 관한 그리움의 사유를 유감없이 펼쳐 보이고 있다. 이는 개인적인 잦고의 죽음과 근현대사의 가장 처절한 비극이 일어난 4.3의 비극성을 절제된 감정으로 담담하게 직조하는 바탕이 된다.

장영춘의 시세계는 감각의 전이와 시적 화자의 개성적인 발화 형식으로 소외된 이들을 호명하고 자연과 인간의 육체가 뒤섞이는 혼용의 세계인 동시에 우주적인 공간으로 확장을 시도한다.

임채성 시인은 해설에서 “‘결핍’은 사랑과 욕망을 매개한다. 결핍 안에서 정해지는 사유의 방향에 따라 인간의 영혼은 존재론적 상승을 바라보기도 하고, 욕망의 논리 속에서 세속과 염세에 물들어 하강하기도 한다.

이번 시집에서 보여주는 장영춘 시학의 또 다른 특징은 부재와 결핍을 딛고 일어서려는 힘에 있다. 분명한 실재로서 존재했던 것들의 부재, 채워져 있어야 할 것의 결핍에 대한 반작용으로서의 사랑과 그리움이 이번 시집의 근간이자 궁극이라 할 수 있다.”라고 평했다.

장영춘 시인은 2001년 《시조세계》 등단했고, 시집으로 『쇠똥구리의 무단횡단』, 『어떤 직유』, 『단애에 걸다』, 현대시조 100인선 『노란, 그저 노란』 등이 있다.

제주작가회의, 한국작가회의, 제주시조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그루 刊, 10,000원
 

[작품감상]
 

산정호수의 아침
 

누구의 안부일까,
일렁이던 파문은

소금쟁이 수묵화 치던 물장오리 산정호수
언제나 마르지 않은 푸른 눈빛 간직한

서둘러 떠나간 자리
여백으로 남긴 채

분화구에 몰려든 어진 안개 달래던
설문대 둥근 밥상에 고봉밥 한 그릇

오늘도 모락모락
한 끼니 위로를 얹고

벼랑 끝 외줄 타던 산딸나무 사이로
어느새 수천 마리 나비 우화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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