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기철 시인 시집 《담록빛 물방울》 발간
나기철 시인 시집 《담록빛 물방울》 발간
  • 박혜정 기자
  • 승인 2023.10.27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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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편에 녹아드는 시학
나기철 시인 시집 《담록빛 물방울》 표지
▲ 나기철 시인 시집 《담록빛 물방울》 표지 ⓒ채널제주

나기철 시인이 최근 일곱 번째 시집 《담록빛 물방울》을 발간했다. ‘목소리’ 등 모두 60편에 가까운 시를 담고 있다.

나기철 시인의 시는 비교적 짧다. 이것은 시 장르의 특성상 다른 글쓰기보다 최량(最良)의 시적 표현을 득의(得意)하기 위한 시 본연의 속성에 충실해서이기도 하다.

그의 짧은 시의 표현이 자아내는 시적 감응력을 좋은 서정시로서 미의식을 바탕으로 나기철만의 독창적 개성의 미의식을 잘 벼리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기철 시인의 이처럼 짧은 시적 표현이 함의하는 그 시적 맥락, 달리말해 시인의 시적 표현의 안과 밖으로 휩싸고 맴돌아 치는 일상의 풍경들을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그와 연관된 자신의 경험 혹은 추체험을 그 시적 표현에 포개놓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기철의 시인의 천해(天海)라는 작품은 다른 시보다 상대적으로 긴 편이지만, 다른 짧은 시편에서 두루 발견되는 시쓰기의 특장이 있다.

시뿐만 아니라 절차탁마한 창조적 예술이 일궈내야 할 예술의 비의성에 이르는 도정과 그 심오한 미적 성취가 간결화돼 있다.

나기철 시인의 시적 재현 또한 오랫동안 짧은 시를 벼리는 가운데 서정시가 시적 감응력을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가에 관한 시적 고투의 산물인 셈이다. 여기에는 시적 대상을 애워싼 일상의 풍경들 사이로 대로는 강렬하게 시적 서사를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시집에 수록된 시편들을 읽으며 어머니의 시적 재현이 좀처럼 떠나질 않는다. 이것은 시인과 시적 화자의 어머니와 그 어머니 부재에 대한 시의 감응력이 미치는 파장이 쉽게 가시질 않기 때문이다.

나기철 시인은 격동의 험난한 시대를 겪었던 우리 시대의 어머니들이 저마다의 사연 속에서 삶의 경이로움을 기억하고 그 특유의 시의 독창적 개성으로 나기철 시인의 시학을 정립하고 있다.

나기철 시인은 1953년 서울 출생, 12세때 제주로 이주했고, 오현고와 제주대 국문학과를 졸업, 1987년 <시문학>으로 등단했다.

‘작은詩앗・채송화’ 동인, 시집으로 <섬들의 오랜 꿈>, <남양 여인숙>, <뭉게구름을 뭉개고>, <올레 끝>, <젤라의 꽃>, <지금도 낭낭히> 등이 있다. 풀꽃문학상, 서정시학상을 수상했다.

서정시학 刊, 값 12,000원
 

[작품감상]
 

목소리
 


건너오는
투명한 듯

사각사각
나뭇가지

담록빛

물방울
굴러가는
 

천해天海
 

거기 너를 두고

바이칼에 와
절벽위에서
구름 가려진
피안을 본다

입에 악기를 문
여인이 왔다 가고
바다새
돌다가 갔다

문득
물을 가르며
작은 배
지나간 곳

수많은
오선지 결들이
소리를 내며
한참 있다가
사라졌다
 

때죽나무 꽃
 

별은 밤하늘에만
있는 게 아니다

절물 너나들이길 위에도
있다

무수히 종을 울리다
떨어져
더 빛나는
 

어머니
 

초겨울 밤
시청 앞 건널목
가로등 옆
늙지 않은 여자
검정 비닐에 싼
밀감, 바나나 네 묶음
앞에 앉아
몰래 울고 있다

밀감, 만 원 내미니
오천 원이라며
바꿔오겠다고
일어서려 한다

쑥부쟁이 하나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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