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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 만의 귀향", 광주형무소 옛터에서 발견된 '4·3 희생자' 신원 확인
"75년 만의 귀향", 광주형무소 옛터에서 발견된 '4·3 희생자' 신원 확인
  • 박혜정 기자
  • 승인 2024.11.12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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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12월 광주형무소 복역 중 행방불명된 고(故) 양천종 씨, 12월 17일 고향 제주로 봉환'
제주도청 전경
▲ 제주도청 전경 ⓒ채널제주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광주형무소 옛터에서 발굴된 유해 중 4·3 사건의 행방불명 희생자의 신원을 75년 만에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신원 확인은 제주도의 ‘도외지역 발굴유해 유전자 감식 시범사업’의 확대 과정에서 이뤄진 중요한 성과로, 그동안 미제로 남아있던 제주 4·3사건의 진상 규명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됐다.

제주4·3평화재단은 지난해 ‘도외지역 발굴유해 유전자 감식 시범사업’을 시작하면서 대전 골령골에서 첫 4·3 희생자 신원을 확인한 바 있다. 이후 사업은 확장되어, 이번에는 광주형무소 옛터에서 발굴된 유해 중 4·3 행방불명 희생자의 신원을 밝혀냈다. 유전자 감식 과정에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 조사위원회로부터 제공받은 광주형무소 유해의 유전자 정보와 4·3 희생자 유가족의 유전자 정보가 대조되면서, 신원 확인이 이루어졌다.

# 고(故) 양천종 씨의 75년 만의 귀향

이번에 신원이 확인된 고(故) 양천종 씨는 제주시 연동리 출신으로, 4·3사건 당시 가족들과 함께 피난생활을 하던 중 1949년 3월, 토벌대의 선무공작에 의해 귀순했다. 귀순 후 그는 잠시 풀려났지만, 7월에는 귀향을 하던 중 다시 체포돼 광주형무소에 수감됐다. 이후 가족에게 마지막으로 전한 편지는 1949년 11월경으로, "형무소에서 잘 지낸다"는 내용뿐이었다. 그러나 그 해 12월 4일, 가족들에게 전달된 것은 사망 통보뿐이었다.

당시 가족들은 양천종 씨의 유해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시신을 수습하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그 후 75년이 지나, 이번에 광주형무소 옛터에서 발굴된 유해 중 하나가 그의 것으로 확인되면서, 유해는 고향 제주로 돌아가게 되었다.

# 광주형무소 옛터 발굴유해, 261구 중 1구 신원 확인

양천종 씨의 유해는 광주 북구 문흥동에 위치한 옛 광주형무소터에서 발굴된 261구의 유해 중 하나다. 광주형무소는 1908년 광주감옥으로 시작해, 1923년에는 광주형무소로 개칭되었으며, 1961년에는 광주교도소로 명칭이 바뀌었다. 1971년 현재의 북구 문흥동으로 이전하면서, 그곳은 이후 무연분묘터로 사용되었고, 최근 법무부 관리 하에 111구의 유해를 포함해 총 261구가 발굴됐다.

# 고향으로 돌아오는 유해, 75년 만의 귀향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양천종 씨의 유해를 예우를 갖추어 고향 제주로 봉환할 계획이다. 유해는 12월 16일, 유가족과 제주4·3희생자유족회 및 관계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인계 절차를 거쳐 제례를 마친 후 화장된다. 12월 17일에는 항공편으로 75년 만에 고향 제주로 봉환되어, 제주도지사와 유가족을 포함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봉환식과 신원확인 보고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신원 확인은 제주도 내에서 발굴된 417구의 4·3 희생자 유해 중 144명의 신원을 확인한 데 이어, 도외지역 발굴유해 신원 확인 사업이 확대됨에 따라 그 숫자가 145명으로 늘어났다. 또한, 제주도는 대전 골령골과 경산 코발트광산 등에서 발굴된 유해들에 대한 유전자 감식을 진행 중이며, 총 2,233명의 4·3 행방불명 희생자 유가족의 유전자 정보가 확보된 상태이다.

# 진상 규명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이번 신원 확인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대전 골령골 발굴 유해의 유전자 감식과 제주4·3 유해 발굴 사업의 연계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며, "이번 신원 확인은 타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진 성과로 매우 뜻깊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대전골령골, 경산 코발트광산, 전주 황방산, 김천 등에서 발굴된 유해에 대해서도 타 지자체와 협력해 4·3 희생자 신원 확인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제주4·3, 진실 규명에 한 걸음 더 다가가다

이번 신원 확인은 4·3 사건의 희생자들에 대한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을 위한 중요한 진전을 의미한다. 75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그들의 삶과 고통은 기억되고 있으며, 그들의 이름은 다시 고향 땅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제주4·3사건의 진상 규명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많은 이들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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