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에서 군수님을 확실히 밀어드리겠습니다.”
13일 오후 강원도청 대회의실에 마련된 연극무대에서 김 과장(전준환·38)의 부인(정아영·26·여)은 “그럼 이번에 확실히 군수님 눈에 들어와야 돼”라고 말하며 남편의 불법 선거운동을 부추겼다. 김 과장은 잠시 후 송 면장(김정남·34)을 만난 자리에서 “이번에 군수님을 잘 부탁 드립니다” 라며 귓속말을 건넸다. 송 면장은 “걱정 마세요. 군수님 업적을 상세히 기록한 제작물을 만들어 면 지역에 쫙 뿌리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답하며 입가에 음흉한 미소를 띠었다.
이 공연은 6월 4일 제6회 전국 지방선거를 앞두고 도청 직원들이 공명선거를 실천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마련한 연극의 한 부분이다. 연극 공연을 제안한 자치정책과 홍미료(45·여)씨는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공직선거와 관련한 직원교육을 진행하지만 딱딱하고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동료 직원들과 함께 한 무대공연을 통해 ‘선거중립’을 지키자는 공감대를 이끌어 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부터 2개월간 직원들이 준비한 ‘공명선거 상황극’은 2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사람이 후보자와 함께 선거운동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두 번째는 현직 군수가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하고 공무원이 선거기획에 참여하는 과정을 코믹하면서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연극에 참여한 전준환씨는 “공무원의 선거중립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유익한 공연이었다”면서 “깨끗한 선거를 치르기 위해 동료 직원들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출처: 국민일보 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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