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양동림 시인 시집 《여시아문如是我聞》 발간
[신간] 양동림 시인 시집 《여시아문如是我聞》 발간
  • 박혜정 기자
  • 승인 2023.08.04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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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생을 꿈꾸는 미생들을 위하여 언어의 돌을 놓다
양동림 시인 시집 《여시아문如是我聞》 표지
▲ 양동림 시인 시집 《여시아문如是我聞》 표지 ⓒ채널제주

최근 양동림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여시아문”이 발간됐다.

1부 나는 이렇게 들었다 2부 전부를 살리는 길 3부 서로 집을 짓는 곳 4부 위기십결(圍期十訣) 등 50여편의 시를 담고 있다.

‘여시아문(如是我聞)’이란 “나는 이처럼 들었다.”라는 뜻으로, 모든 불교 경전의 첫머리에 나오는 글귀이다.

이 시집은 ‘바둑 시집’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전반에 걸쳐 바둑 이야기가 담겨 있다.

바둑 용어를 시의 제목으로 삼아 바둑판에서 벌어지는 국면들을 우리 인생의 한 장면으로 포착하기도 하고, 집을 짓고 허무는 관계 속에 권력과 투쟁의 대항점을 배치하기도 한다.

현택훈 시인은 발문에서 “시인은 오늘도 돌을 놓는다. 오늘도 하루를 살고, 한 편의 시를 쓴다. 그가 바둑에서 돌을 놓듯 언어의 돌로 집을 짓는다. 비록 현실의 집은 춥고 힘들어도 이렇게 견고하고 아름다운 시의 집을 한 권 지었다. 그에게 집은 언어의 돌로 지은 가정(家庭)이다. 이 집에서 시인은 알뜰히 살림을 꾸리며 오순도순 가족과 행복하게 지낼 것이다. 그것이 이 인생이라는 바둑에서 그가 꿈꾸는 최선의 묘수가 되고, 시도 그에 맞게 정수(正手)의 돌을 계속 놓게 될 것을 이 시집이 증명한다.”라고 밝혔다.

비록 지상의 집을 가지진 못했지만 시인은 단단한 돌의 언어로 아름다운 시의 집을 짓고 있다. 온 생활을 바둑에 쏟아부으며 단단하게 쌓아올린 삶의 철학 또한 그 집의 단단한 버팀목이다.

바둑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만큼, 시집 말미에 많이 쓰이는 바둑 용어를 쉽게 풀이해 놓았다.

양동림 시인은 태손땅 납읍에서 나고 자랐다. 제주작가회의, 애월문학회 회원으로 시를 쓰며 방과후교실에서 어린이들에게 바둑을 가르친다. 현대해상에서 보험 판매원으로 일하고 있다.

시집으로 『마주 오는 사람을 위해』가 있다.

한그루 刊 값 10,000원
 

[작품감상]
 

꽃놀이패
 

싸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목숨을 내걸고 하는 싸움인데
그가 잃는 것은
조그만 공터 하나에 불과했다
머리띠 동여매고 기본 시급 일만 원 외칠 때
그는 팔만 원 하는 뷔페를 즐기고 있었다
내가 갈수록 올라가는 집세를 생각하고 있을 때
그는 노동자들의 기본급 천 원 올라가는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기원
 

바둑을 배우는 아들은
기원으로 가자고 조른다
사람들이 서로서로
자기 집을 세고
너의 집을 세고
그렇게 서로 집을 짓는 곳

아들이 바둑을 두며
큼직큼직 집을 짓는 동안
나도 두 손 모아 기원을 한다
우리에게도 집 한 채 있어
가족이 편히 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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