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칼럼](1)어금니가 빠졌다
[김민수 칼럼](1)어금니가 빠졌다
  • 나는기자다
  • 승인 2012.04.1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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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시인
나는기자다 신문에서는 ‘김민수 칼럼’ 「일출봉에 올라」를 게재합니다.
김민수님은 제주 성산고에서 공부하고, 방송통신대학교 국문학과를 수료했습니다. 그리고 한국문인협회 제주지부에서 주최하는 제18회 신인문학상을 수상(2008년)하였습니다.
또한 「시꽃마을」,「푸른시의 방」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필독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어금니가 빠졌다

-김민수-

오징어를 씹다가 어금니가 빠졌다.
마흔 넷의 생에서 마흔이 빠져나갔다.
푸른 고등어의 등뼈와 닭고기의 다리뼈까지
통째로 씹어냈던 단단한 힘이 사라진 틈
눅눅하게 씹힌 오징어의 다리가
어금니가 빠져나간 틈을 물고 있다.
어금니가 오징어를 씹고 오징어가 어금니를 물고
물고 씹히는 일이 반복되는 동안
물렁물렁해진 오징어의 다리사이에서
불쑥 튀어나온 옹이진 빨판이 어금니를 뽑았다.
순간 뽑혀진 마흔 살의 나
씹어서는 안되었던 반듯한 말들과
뼈 없는 것들을 마구 씹어버린 내력이
입안 가득 몰려와
뼈 없는 혀에게
그 내력을 묻고 있다.
뼈 없는 것들이 단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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