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칠 시인, 월간시誌 ‘심상’ 신인상 수상으로 시인 등단
최원칠 시인, 월간시誌 ‘심상’ 신인상 수상으로 시인 등단
  • 박혜정 기자
  • 승인 2021.08.23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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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철 시인
▲ 최원철 시인 ⓒ채널제주

최원칠씨(아랑졸띠/섬 대표)가 ‘심상’ 상반기 신인상을 수상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당선작은 ‘벚꽃’, ‘첫사랑’ ‘감자꽃’, ‘연鳶’ 등 4편이다.

‘심상’ 신인상 심사위원인 박동규씨는 심사평에서 “‘벚꽃’을 비롯해 시편들은 잘 다듬어진 언어 구사를 통하여 사물과 인간의 교합을 교묘하게 창조하고 있다”며 “깊이 있는 소재의 관찰을 통한 정서적 교감은 독특한 향기를 느끼게 한다”고 밝혔다.

이어 “‘첫사랑“에서 보여주는 사연의 고백은 서정적 자아의 설정이라는시의 특징을 통해 순수한 인간의 형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며 “서정의 깊이와 시적 표현의 독창성을 통해 우리 시 세계에 큰 별이 될 것을 기대한다.”고 평했다.

최원칠씨는 당선소감을 통해 “늦은 나이까지 가슴 깊은 곳에 포란(抱卵)한 채 언젠가 부화(孵化)의 날을 꿈꾸어 왔다”며 “심상(心象)을 통하여 등단이라는 넘치고 과분한 세례(洗禮)를 주셨으니 인연이 된 모든 분들게 누(累)가 되지 않도록 정성을 다해 시작(詩作)에 정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최원칠씨는 전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고, 한라산문학동인으로 문학활동을 하고 있다.
 

[당선작품]
 

벚꽃

개화하는 순간을 볼 수 있었다면
이다지도 놀라움이 컸겠습니까
맨 몸으로 겨울을 견디고가지마다 물이 오르고 꽃눈을 달고
붉은 유두처럼 봉긋 하더니
팝콘 터지듯 일제히 피어나는 기습에
어안이 벙벙 합니다
웬만하면 지나칠 무심한 시선들 마저
한동안 붙잡아 놓고 맙니다

한 낮 태양보다 강렬한
흰빛 성찬에
마음 둘 곳을 모릅니다
몸 둘 곳을 모르겠습니다
원치 않아도 불쑥 찾아 왔던 사랑처럼
가을에 떠났던 불귀의 옛사랑처럼

사랑이 피고, 지는
관조의 능력을 가졌다면
이토록 감당 못할 몸살이야 낫겠습니까
이 순간이 영원할 줄 알았다면 무턱대고
소심한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겠습니까

그보다 먼저 피어났을 서늘한 가슴속에도
꽃 그림자 길게 남아 있음을
이제사 알게 되었습니다
잇몸 드러나게 환하게 웃던 날들이
두손 가지런히 내어 주셨던 그 순간이
찬란한 벚꽃 그늘속에 피어났음을
 

첫사랑
 

초등학교 4학년경자라는 여자아이가 있었습니다
눈빛이 깊었지만
제일 약해 보이는 아이였습니다
까만 주름치마에 분홍색 누비저고리를 입곤 했는데요
길가 코스모스가 필 때는
흡사 그 아이가 피는 것만 같았습니다
치마에 까만 씨앗을 받아내는 모습에
유난히 마음이 가는 아이였습니다

어느 봄날
동 트기도 전에 감나무 밑에 떨어진 노란 꽃을 주어
알알이 무명실에 꿰어 감꽃 목걸이를 만들었습니다
등굣길에 애간장 녹이며 기다렸다가
얼른 그 아이의 목에 걸어 주었습니다
두 아이의 볼에 잠시홍시가 피었습니다

건넨 뒤 도망치듯 뛰어 가는
녀석의 엉덩이에서 마른 풀잎 몇 개가 떨어졌습니다
겨울방학이 가까워질 무렵
경자는 전학을 갔고
환갑도 훨씬 넘긴 사내는그것을 첫사랑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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