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지 않은 행복도시, 세종]
겨울은 '안개·눈'과의 전쟁
지형 분지라 낮까지 안개 남아.. 청사 옆 인공호수도 한몫 더해 신호등·교통표지판도 안보여
제설작업 늦어 '큰 눈'오면 난리.. 작년 한 사무실은 부서원 20% 빙판길에 넘어져 골절상 입기도
지형 분지라 낮까지 안개 남아.. 청사 옆 인공호수도 한몫 더해 신호등·교통표지판도 안보여
제설작업 늦어 '큰 눈'오면 난리.. 작년 한 사무실은 부서원 20% 빙판길에 넘어져 골절상 입기도
정부세종청사에서의 두 번째 겨울나기. 이곳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벌써 걱정부터 앞선다.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짙은 안개와 이에 따른 교통사고, 내린 눈이 얼어붙은 빙판길에서 골절사고는 다반사다. 오는 13일부터 2차 이전을 시작하는 산업통상자원부 등 공무원들은 삭막한 겨울에 이전하는 것을 두고 불만이 높다.
정부세종청사가 입주해 있는 세종시는 짙은 안개가 거의 매일 끼다시피 해 공무원과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세종시는 지리적 여건상 짙은 안개가 자주 발생할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금강과 본류에서 갈라져 나온 미호천이 도심을 감싸고 돌면서 수증기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변이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형태여서 공기가 주변으로 잘 퍼지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밤 사이 기온이 내려가면 수증기가 응결돼 아침에 안개가 짙게 낀다. 낮에도 안개가 완전히 걷히지 않고 박무 형태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세종청사 바로 옆에 조성된 인공호수 역시 짙은 안개에 한몫하고 있다. 이 호수의 담수면적은 32만2000㎡로 축구장 45개 넓이다.
공무원들은 사방에 있는 공사장에서 날아온 흙먼지 등 각종 오염물질이 안개에 엉겨붙는 바람에 건강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한 사무관은 "기관지에 직접 영향을 받는 것 같고 목감기 증상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짙은 안개로 인한 새벽출근길 교통사고도 큰 문제다. 한 치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짙은 안개 때문에 세종청사주변에서는 거의 매일 추돌사고가 일어난다.
세종시가 출범한 뒤 두 번째 맞는 겨울이지만 겨울 새벽안개는 이미 이주공무원들에겐 악명이 높다. 차량이동이 집중되는 새벽에 짙은 안개가 끼면 바로 앞 신호등과 교통표지판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공무원들에겐 안개 사고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대형 추돌사고다. 첫마을과 대전방향 도로를 잇는 학나래교 위에서 무려 15대의 차량이 연쇄 추돌했다. 오송~세종 간에도 10중추돌사고가 빈번하다.
총리실 한 공무원은 "이주 초기 안갯속에 바로 오른쪽에 있는 청사를 찾지 못해 한참을 직진하다가 다시 돌아왔던 적도 있었다"며 "실질적인 안전상 위협이 된다면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3일부터 2차로 5000여명 이상의 공무원들이 추가로 세종에 둥지를 튼다. 교통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 뻔하다. 안개 경고 전광판이나 도로유도등 등을 설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지만 부족한 재원에 세종시는 물론 행복도시건설청도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금 바로 대책을 세우고 시설공사에 들어가도 이사 날에 댈까 말까인데, 겨울을 앞두고 옮겨 온 공무원도 옮겨 올 공무원도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
겨울이 되면 세종청사 인근엔 제설작업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안전사고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겨울엔 한 사무실 인원 중 10~20% 가까이가 빙판길에 넘어져 골절상을 입은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세종시는 제설을 담당하는 기관이 6개나 된다. 기관마다 구역별로 쪼개서 관할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폭설이 오면 세종시 첫마을 인근 도로는 여지없이 꽁꽁 얼어붙어 버리고 만다.
이에 따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앞서 겨울철 강설로 인한 교통사고 예방 및 도로이용자들의 불편 해소를 위해 제설종합대책까지 마련했다. 이번 제설종합대책은 정부세종청사 2단계의 원활한 이전 지원을 위한 것으로 행복도시 내부도로(102.3㎞)와 정안IC연결도로 등 외곽접근도로 7개 노선(60.3㎞) 등이다. 특히 효율적인 제설작업을 위해 논산국토관리사무소, 대전시, 세종시, 충북도, LH 등 유관기관과 비상연락 및 협조체계를 구축했으며, 염화칼슘 1065t, 소금 4120t, 모래 610㎥ 를 확보했다. 또 강설시에 대비, 덤프트럭 18대, 염화물살포기 18대, 굴착기 15대 등 73대의 제설장비도 준비했다.
출처: 파이낸셜 뉴스 강문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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