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구 동장 ‘우리의 소원은 2호선’ 개사해 감사관실서 3시간반 조사
"우리의 소원은 2호선/꿈에도 소원은 2호선/모두가 행복한 도시/로하스 대덕구/대덕구 살리는 2호선/대전시 살리는 2호선/우리의 소원은 2호선/대덕구로 오라."
이 노래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로 대덕구 주민들은 지난 4일 신탄진에서 열린 도시철도2호선 설명회장에서 이 노래를 합창했다.
‘우리의 소원은 2호선’ 동춘당문화제 가두행렬에서 첫 선
익히 알려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대덕구 A동장(59)이 개사해 지난달 5일 동춘당문화제 문정공 시호 봉송행렬 가두행렬 때 첫 선을 보였다. 마침 가수 박현아 씨가 이 동 주민이어서 '우리의 소원은 2호선'은 멋진 노래로 재탄생했다.
도시철도 2호선에 대한 대덕구 주민들의 열망을 담은 이 노래는 동춘당문화제 취재 차 현장을 찾은 한 신문기자가 보도함으로써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한 달 전 동춘당문화제 가두행렬용으로 만든 노래가 지난 4일 도시철도2호선 설명회장에서 다시 불려졌다.
대덕구 주민들의 요구와 관련 없이 일방적 설명회가 진행되는데 불만을 표시한 주민들이 누군가의 선창에 의해 '우리의 소원은 2호선' 노래를 불렀고 설명회장에 있던 다른 주민들도 이를 따라 합창했다.
도시철도2호선 설명회장에서 주민들 ‘우리의 소원은 2호선’ 합창
자신이 노랫말을 바꾼 이 노래가 도시철도2호선 설명회장에서 사용된 것을 A동장도 현장에 가서나 알았다.
A동장은 "지난 1주일 간 교육을 다녀왔기 때문에 이 노래가 설명회장에서 사용될 것을 미처 몰랐다"고 했다.
그런데 동춘당문화제와 도시철도2호선 설명회장에서 대덕구 주민들의 환호를 받았던 이 노래의 효과는 엉뚱한 데서 나타났다.
A동장은 설명회가 끝난 뒤 시청 직원들의 전화에 시달렸다. 급기야 염홍철 시장 비서실에서까지 A동장에게 전화를 걸어왔던 것이다.
또 시청 감사관실에서는 A동장을 호출했다. 지난 8일 금요일 오후 4시 시청 감사관실로 들어오라는 호출이 있었지만 A동장은 다른 일정상 시간이 맞지 않는데다 소속 자치구인 대덕구청에 보고도 않고 가는 것이 옳지 않다 생각해 거부했다.
A동장 시청 감사관실 불려가 3시간 반 조사
대덕구 A동장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개사한 '우리의 소원은 2호선'
그러자 월요일인 11일 오전 시 감사관실로부터 다시 들어오라는 전화 연락이 왔고 A동장은 시에 들어가 점심도 거른 채 10시30분부터 2시까지 3시간 반이나 조사를 받았다. 조사내용은 어떤 목적으로 해당 노랫말을 바꿨는지, 이것이 대덕구 주민들의 집단행동 모티브가 됐는지, 이런 행위가 공무원 복무규정에 저촉되지는 않는지 등이었다.
이에 대해 A동장은 "감사관실로부터 대전시는 이미 노선을 확정했는데 공무원으로서 노선을 변경해 달라는 것이냐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시에서는 내가 개사한 노랫말이 일파만파 번지는 것을 두고 시정에 반하는 것으로 보고 있더라"고 전했다.
A동장은 또 "동장으로서 우리 동네에는 기초수급자와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많으니 2호선을 연장해 달라는 뜻을 담아 동춘당문화제 거리행렬 때 부른 노래였지 대전시 정책에 반대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은 아니다"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의 소망을 담아 노랫말을 바꿔 부른 게 공무원으로서 잘못된 행위냐?"고 반문한 A동장은 "노랫말 개사를 문제 삼을 게 아니라 대전시는 시민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A동장 “노래 문제 삼을 게 아니라 대전시는 시민의 소리 귀 기울여야”
A동장은 이어 "섬김은 경청이다. 시민을 섬긴다면 경청해야지 주민들의 염원을 담은 노랫말을 바꿨다고 책임을 추궁하면 어쩌냐"고 항변했다.
A동장을 불러들인데 대해 대전시 관계자는 "이 노래가 어떤 의도로 개사됐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설명회장에서 집단적으로 사용됐는지를 알아보는 과정이었다"며 "일단 상황을 파악하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지 징계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공무원은 국가나 해당 자치단체의 정책에 반하는 행위를 할 수 없으며 중립을 지키고 품위를 유지할 의무가 있다"면서 "이 노래를 집단행위를 유발하는데 의도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덕발전구민위원회 곽인상 회장은 "지금이 때가 어는 때인데 시 감사관실에서 동장 불러다가 엄포 주는 어처구니없는 행위를 할 수 있느냐"면서 "대구 도시철도3호선 견학도 구민위원회 자체 기금으로 다녀왔으며 이 노래 역시 동춘당문화제 때 들었던 것으로 설명회장에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부른 것"이라고 했다.
출처: 다트뉴스 임연희 기자 | lyh30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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