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태식칼럼](177)급진 개혁만이 능사가 아니다
[현태식칼럼](177)급진 개혁만이 능사가 아니다
  • 영주일보
  • 승인 2017.03.03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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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 6·25 한국전쟁 참전을 기념하기 위해 호주의 참전용사들이 시드니항구에 한글 비석을 세우고 지금도 회동하며 우의를 다지고 있다. ⓒ영주일보

의회가 구성되고 행정기관과 마주 했다. 우리는 단번에 시민이 제주시의 주인이 되도록 하는 마음에 조급증이 생겼다. 그래서 행정의 모든 것을 다 공개하고 하나하나 조사하고 따져서 완전 투명한 행정이 되도록 했으면 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시민의식이 대단히 민주적이고 정직하고 합리적이며 정의의 편에 강하게 동조해야 가능하였다.

그리고 의원 한 사람 한 사람도 스스로 매우 민주적 사고와 행동을 해야 한다. 공직자가 시민을 주인으로 섬기지 않으면 공직에 있기가 어렵고, 시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공직자는 환대받는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였다. 시청공무원이나 의원이나 선진국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고, 몸소 체험하고 훈련한 바 없을 뿐만아니라 시민도 주인의식과 더불어 주인 행세를 할 줄 모른다. 특히 공무원은 박정희 정권부터 노태우 정권까지 30년을 관료주의와 독재주의 행태에 길들여지고 권위주의와 관의 우월주의의 외투를 겹겹이 끼어 입고 있어, 갑자기 시민 위에 군림하는 관료주의의 옷을 벗으라고 하면 마치 겨울에 런닝셔쓰만 입고 추운 벌판에서 살아가라고 하는 것과 같으니, 모두 반기를 들고 나올 것 같고 복지부동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러므로 지방의회가 생겼다 해서 경험하지 않은 민주주의를 완전히 실시하라는 것은 큰 부작용이 일어날 것이다. 오히려 제주시민에게 큰 손해가 발생하는 행정공백이 일어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하여 천천히 한 단계씩 민주화로 가기로 작정하고 조바심을 참았다.

나는 시민이 제주시의 주인이고, 의원도 그들을 위하는 일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하여 위회를 찾는 시민께 아주 친절하고 공손히 맞이하였다. 시민이 원하는 것은 법에 위배되지 않고 비리가 아니면 적극 해결하여 드렸다. 기회 있을 때마다 나는 시청공무원에게 세금을 내어 당신들에게 월급을 지급하고 시청이 유지되도록 유지비를 부담하고, 제주시의 모든 분야가 전진할 수 있게 하는 비용부담을 하는 시민을 주인으로 섬겨야 한다는 것을 주문하였다.

민원창구의 친절과 신속한 민원처리 공손하고 예의바른 응대에 대한 교육을 할 것을 시장에게 주문하여 시간이 갈수록 민원실 분위기를 쇄신하였다. 각 동에서도 민원 창구의 친절, 공손, 신속을 근무수칙이 되게 하였다. 일본의 지방자치를 돌아보고 그네들 공무원의 근무 자세를 보면서 언제면 우리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하며 부러웠다. 일본 요꼬하마 시청을 방문하였는데 건축과 직원이 책상에는 많은 서류와 건축에 대한 자료를 쌓아놓고, 민원인이 오면 마주 앉아 모든 정보를 친절히 가르쳐드리고 있었다. 민원인이 불편한 일이 있으면 시청의 담당직원에게 와서 상담하고 해결하고 있었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시청을 가보았더니, 여기는 영국식 지방자치여서 시청 건물 중앙부를 거대한 집회 장소로 만들어 시민을 위한 공연, 행사, 회의 장소로 내어놓고 있었다. 건물이 ‘시민의 것’ 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사무실은 아예 주변으로 밀려나 있었다. 미국 하와이시에서는 시청에 직원이 몇 명 밖에 없었다. 부시장과 몇 명만 근무 중이었다. 전부 현장 근무라고 했다. 민원인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사업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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