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정'도 좋지만 개인정보 유출 '우려'

서울시가 '열린시정'을 위해 국장급 이상 간부가 결재한 문서 5만건을 전면 공개했지만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내용까지 무차별 공개해 부작용이 우려된다.
서울시는 29일부터 '서울 정보소통광장(opengov.seoul.go.kr)'에서 올해 국장급 이상 간부가 결재한 각종 계획서·보고서·기안문 등 문서 5만건을 전면 공개했다.
정보소통광장의 문건은 내부 업무관리시스템과 자동으로 연결돼 키워드를 치면연관된 정보가 담긴 결재 문서와 각종 문건을 함께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보소통광장에서 볼 수 있는 서울시의 공개자료는 5만6000여건으로 늘었고, 내년 3월부터는 과장급 이상 결재문서까지 총 800만건 이상을 누구나 볼 수 있게 된다.
문제는 공무원 개인정보가 담긴 문서까지 여과없이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소통광장에는 지난달 30일자로 공무원 19명, 29일자로 13명의 '휴가 결재 신청' 문서가 올라와 있다. 조퇴와 외출 신청서도 다수다. 이 문서들엔 공무원 이름과 소속·직급은 물론 휴가 날짜, 휴가 종류, 신청사유까지 나온다.
A 국장은 '가사정리'를 이유로 하루 연가를 냈고, B 국장은 '가사사정' 때문에 반차를 신청했다. C과장은 '건강검진 재검'을 위해 하루 공가를 결재받았다.
D과장은 '치과진료'로 오후 5시부터 한시간 동안 조퇴를 신청했고, E과장은 '자녀 병원진료', F과장은 '병원진료'로 각 한 시간씩 조퇴 결재를 요청했다.
시민의 알권리 확대와 투명한 행정을 위해 시정과 관련된 각종 문건을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같은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려운 공무원의 개인정보까지 공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 정보정책과 관계자는 1일 "휴가 사유는 개인정보에 해당되지만 본인이 따로 비공개를 요청하지 않으면 모두 공개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문서를 생산할 때 공개·비공개를 체크할 수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 휴가 결재문서가 공개된 공무원은 "휴가 신청 이유까지 모두 공개되는 줄 몰랐다"며 "관행적으로 '공개'에 체크했는데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공무원 역시 "전혀 몰랐다"며 "아무리 공무원이지만 언제, 어떤 이유로 조퇴나 외출을 했는지 누구든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꺼림칙하다"고 했다.
서울시공무원노조 관계자는 "행정정보공개를 확대하는 것이 맞지만 어디까지가 시정을 위해 공개할 정보인 지 공무원들 간 의견 차가 크다"며 "특히 공무원 신분상 공개되는 업무전화 외에도 개인정보가 유출돼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출처: 뉴스1 차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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