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이용자가 번호이동을 하면 제반 수수료를 내는데,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 중 상당수가 수수료 관련 정책결정자인 공무원에 대한 접대 워크숍과 출장 등 비용으로 대거 지불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병헌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이 3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유·무선 전화의 번호이동 수수료 수입이 130억원인데, 이중 34억원만 고시에 지정된 '제반시설·장비 및 운영비용'에 소요됐고, 나머지 96억원은 순수익으로 집계됐다.
미래창조과학부 고시 '번호이동성' 정책에 따라 유·무선은 '번호이동시스템'을 구축하고, 통신사업자간 고객의 번호이동 인증을 하도록 돼 있다. 번호이동 조회를 이용하는 사업자는 '이동전화서비스 번호이동성 시행 등에 관한 기준' 제5조 6항에 따라 '번호이동성 업무수행에 필요한 제반 시설·장비의 구축비용 및 운영비용을 분담'하도록 돼 있고, 번호이동 조회 사무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담당하며 건당 수수료는 800원이다.
문제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번호이동 수수료의 합당한지 아닌지 여부다. 건당 800원을 받고 있는데, 순수익이 96억원에 달한다는 것은 애초에 금액을 너무 높게 책정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함께 KTOA의 수익금의 용처가 애초 목적한 '통신소비자 권익이나 제도연구'용이 아닌, KTOA 고유 사무나 통신사·미래부 공무원 관련 협력 사업에 쓰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병헌 의원 측은 미래창조과학부와 KTOA가 현재 '번호이동 수수료' 사용 내역에 대해 일체 자료 요구를 거부한 채 번호이동 제도 외에 다른 사업에 사용하고 있다고만 알려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 의원실이 별도로 확보한 'KTOA 내부자료'에 따르면, KTOA 자체 업무추진비나 대외협력사업에 '번호이동 수수료' 수익을 대부분을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0년 사업부문별 수지결산(안) 자료에 따르면, KTOA는 협력사업에 11억3100만원, 업무추진비 6억6500만원, 통신서비스 4억3200만원, 조사연구 등에 16억2200만원을 사용했다. KTOA가 인건비, 사무실 운영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은 회원사들이 납부하는 연간 7억2000만원의 회비여야 하는데, 사실상 미래창조과학부 고시를 위반 한 채 38억5000만원을 임의로 사용했고 고시로 인해 발생하는 법정수수료를 아무런 감시·감독·통제 없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 위 동그라미가 목적없는 대외협력사업비이며, 아래 동그라미는 업무추진비 (출처-전병헌 의원실)
이와 함께 KTOA는 공무원·통신사 임원 접대, 골프리조트 워크숍, 해외출장 접대까지 번호이동 수수료 수익을 사용하고 있었다.
대외협력사업, 업무추진비로 KTOA가 연간 사용하는 비용은 18억원 수준이며, 이외에 간접적으로 사용하는 비용은 30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비용은 대부분 미래창조과학부 공무원(구 방통위) 및 협회 소속 통신사 임원들 접대비로 사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골프리조트워크숍'은 월 1회 이상 수시로 이뤄졌으며, 모든 비용은 KTOA가 지출했고, 회원권을 가지고 있는 양지파인리조트(용인), 엘리시안강촌리조트(춘천·가평), 휘닉스파크(평창)를 중심으로 제주·부산 등의 특급시설에서 1박2일에서 2박3일로 진행됐다. KTOA의 이러한 접대는 국내에서만 그친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2009년 9월 18일부터 26일까지 미래부의 K 사무관을 비롯한 2인은 KISDI, KT, KTOA 직원 7인과 함께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Number Portablility 2009 Conference 참관 및 현지시장조사'를 위한 출장을 갔고, KTOA는 총 4705만원을 지출했다. 1인당 평균 459만원의 여행경비를 사용했고, 별도 자문료도 지급했다. 만찬 비용은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미래부 공무원은 600만원의 출장비를 지급받았고, 천만 원을 접대 받은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미래부를 포함한 '공무원 행동강령' 제14조(금품 등을 받는 행위의 제한)를 위반한 것이란 지적이다.
2010년 9월 8일부터 11일에는 필리핀 센츄리팍 호텔에서 (구)정보통신부 직원을 비롯한 34명이 '유무선 번호이동 합동조정(실무)위원회 워크숍)을 진행했고, 2011년 2월 14일부터 19일까지는 방송통신위원회 K 사무관을 비롯한 3인과 KTOA 직원이 ‘한-스페인 통신정책 협력 강화를 위한 공무국외여행’으로 스페인 MVC 참관과 관련기관을 함께 방문했다.
전 의원실이 확보한 관계자 진술에 따르면 KTOA의 접대는 '동남아 성접대 워크숍'까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1년 2월 10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 '유선 번호이동 협력위원회 워크숍'이 마닐라 하이얏트 호텔에서 진행됐는데, 여성접대부를 호텔방마다 투입했다는 복수 관계자의 진술이 있었다는 것. 이 행사에는 비공식적으로 공무원들도 합류했다고 한다.
전병헌 의원은 "번호이동 수수료는 이용약관 상 고객이 납부하도록 돼 있으나, 실제로는 통신사업자가 이를 대납해주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며 "통신사업자가 대납해준다고는 하나 그 비용의 출처를 본다면 사실상 가계통신비 부담 중 하나인데, 이러한 상황에서 연간 100억원이 넘는 '번호이동 수수료' 중 다수가 KTOA 운영비나 공무원·회원사 임원 접대비로 사용되는 현실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 의원은 "미래창조과학부 고시로 정해진 사안인 만큼, 고시 개정을 '번호이동 서비스'가 운영될 수 있는 최소의 비용으로 수수료를 낮추고, 이를 국가 직접 사업이나 위탁 사무로 관리한다던가, '번호이동 수수료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골프리조트 워크숍이나 공동 해외출장을 통한 접대 등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며 "해외 출장시 비행기표를 제외한 모든 현지 체류비용을 KTOA에 부담시키는 행위는 '공무원 행동강령'을 20~30배 넘는 '진짜 뇌물'을 받는 것과 같은 접대행위이므로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미디어잇 이진 기자 miffy@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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