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사훈련·오리걸음 등 극기훈련…“업무와 무관” 지적
#. 지난해말 서울시 공무원 임용시험에 합격한 ㄱ씨(81기)는 충북 수안보 서울시연수원 인근 눈쌓인 고갯길을 오리걸음으로 올랐다. ㄱ씨와 그의 동기들은 그렇게 한시간 가량 눈길 행군을 계속했다. ‘이건 아니다’는 생각도 스쳤지만, 이후 교육 소감을 적는 평가서에도 그렇게 적을 순 없었다. ㄱ씨는 소감문에 “한계를 극복할 수 있어 좋았다”고 썼다.
서울시가 7~9급 신임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한계상황극복훈련’이 업무수행과 무관한 ‘공무원 길들이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서울시인재개발원은 신규채용된 7~9급 공무원들의 직무수행에 필요한 업무지식과 행정능력을 기르겠다는 취지로 4주간 ‘신임리더과정’ 교육을 의무 실시한다. 교육내용은 명사강의, 실무교육 등으로 구성된다.
논란이 되는 것은 교육기간 중 실시하는 ‘한계상황극복훈련’이다.
지난 24일 서울시인재개발원은 제85기 7~9급 신임공무원 162명을 대상으로 강원도 태백 일대에서 ‘백두대간 22.2km 행군’을 실시했다. 앞서 83기 교육생을 대상으로는 6월 ‘무박야간 24.4km 행군’을 했고, 82기는 지난 5월 특전사 제13공수특전여단을 방문해 ‘특전사 극기훈련’을 받았다. 이곳에서 교육생 238명은 유격훈련을 체험하고, 15kg 군장을 메고 행군에 나서기도 했다.
2010년 3월에는 "한강르네상스 사업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는 취지로 2시간 가량 직접 노를 저어 한강을 왕복하는 '한강도하체험훈련'을 진행했다.
서울시인재개발원 홈페이지에는 지난해 12월 81기 신임리더과정 교육생들이 눈 쌓인 언덕길을 쪼그려 앉아 오르는 사진도 게재돼 있다.
서울시인재개발원 관계자는 “교육생들이 신규임용자들이다 보니 앞으로 닥칠 어려운 민원 환경 등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자는 취지에서 극기훈련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훈련과정에서 조별 과제도 풀면서 팀워크를 강화하는 게 주목적이고 교육생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교육이라니 말도 안 되는 넌센스”라며 “시민의 이해관계뿐 아니라 직무수행과도 전혀 관련이 없는 공무원 길들이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오 사무국장은 “시장이 인권변호사 출신인데 이런 교육을 한다는 건 매우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장하나 민주당 의원은 “서울시 및 25개 구청 공무원의 신입교육이 이런 식으로 획일화 된다면 국민들과 가장 가까워야 할 행정이 더욱 경직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출처: 뉴스1 홍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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