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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서울로 아내 돌려 보낸 세종시 공무원
<10.24> 서울로 아내 돌려 보낸 세종시 공무원
  • 퍼블릭 웰
  • 승인 2013.10.2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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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바닥 위의 공무원들-세종/서울 '기형 행정' 이대론 안된다②-3]

 "무두절도 하루이틀이지…."
 
  상사가 휴가로든 업무로든 자리를 비우면 직장인들에게는 그 날이 명절이다. '헤드'가 자리를 비운 날이라는 의미의 직장인 유행어 무두절(無頭節)은 그렇게 만들어진 말이다.
 
정부세종청사에서 일하는 공무원들 사이에선 "일주일이면 반은 무두절"이라는 말이 돈다. 툭하면 자릴 비우는 실국장실에 서류를 들고 기웃거리기도 여러 번. 이제는 특정요일 오후면 당연히 자리에 없겠거니 한다. 떨궈 주고 간 업무만 처리해 놓으면 잔소리 들을 일이 별로 없다. 아무리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관(官)이라지만 업무긴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에 주거를 두고 있는 공무원들에게 금요일은 서울 출장가는 날이다.
 세종청사 이전 전에는 과장급이 가던 회의도 금요일에는 간부급이 꼬박꼬박 서울 회의에 참석한다. 회의 일정 마치면 서울에서 곧바로 퇴근해 주말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월요일 오전 회의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업무의 경중과 상관없이 생활여건에 따라 공무원들의 동선이 그려지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또다른 비능률이다.
 
세종으로 가족을 동반해 이주한 비율은 직급이 위로 올라갈 수록 급격하게 적어진다. 홀홀단신 말단이야 거주지에 큰 의미가 없지만 가정을 꾸리고 취학연령 자녀를 둔 과장급부터는 문제가 다르다. 각자 계산에 따라 이주파와 출퇴근파가 나뉜다.
 
그런데 고참과장일수록 세종에 둥지를 틀기를 꺼린다. 고위공무원단까지 승진한다는 보장이 없는 이상 남은 공직생활 기간과 자녀들의 대학진학 시기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서 출퇴근하는 한 중앙부처 과장은 "덜컥 집을 옮겼다가 나중에 직장도 애들도 없이 전원생활할 일 있느냐"고 말했다.
 
비슷한 이유로 국실장급은 아예 이주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기획재정부의 경우 차관 이하 국장급 이상에 가족을 동반해 세종으로 이주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유일하게 가족을 동반했던 A국장도 이사한지 1년도 안돼 최근 경기도권에 오피스텔을 구해 아내를 올려 보냈다. 편의시설이나 문화시설이 없고 지인들과도 떨어져 있는 생활을 아내가 견디기 힘들어 했기 때문이다.
 
혼자 남게 된 A국장은 "혼자 거점을 세종에 두려니 동료들과 동선이 꼬여 회의 등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게다가 보고를 받자며 호출하는 국회와 청와대 등 윗선은 아랫동네 공무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
 
관리자급은 서울에 살고 말단과장이나 사무관, 주무관들은 세종에 산다. 같이 서울에 왔다가도 국장은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데 과장·사무관들은 서울역으로 가 막차를 타거나 찜질방에서 자고 아침 통근버스에 몸을 구겨 넣는다. 국장이 다음날 오전 국회라도 들어갈라치면 그날은 또 무두절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앞으로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세종으로 이주하는 부처는 늘어나지만 거처를 옮기겠다는 공무원 비율은 날로 줄어들고 있다.
 
국정감사에서 성완종 새누리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세종에 이주했거나 이주할 공무원 1만885명 중 수도권에서 출퇴근하겠다고 응답한 공무원은 2161명으로 작년 같은 조사에 비해 41%(882명)나 늘었다.
성 의원은 "출퇴근을 희망한다는 응답자 대부분이 올 연말과 내년 이주를 앞둔 2~3단계 부처 공무원들"이라고 지적했다.

출처: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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