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초인 현달환-
작은 집이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곳이야
우주를 바라보며
자신의 길을 안내하고
길이 아니면 헤치며
나아가던 손이 있지
세상을 향해 던진 몸부림으로
수많은 상처로 피멍이 된
주름진 손이 있지
실연에 쓰러진 손
실직에 넘어진 손
실패에 주저앉은 손
그 상처를 온전히
잡아주던 손이 있지
그 많은 손들의 둥지
추운 손들을 녹여주는 안식처에는
호호 불며 녹이던 작은 불꽃이 있지
쨍그랑
얄팍한 동전도 모이는 곳
손가락 숫자보다 더 많은
비밀이 숨겨 있는 곳
따뜻한 온기로 힘을 내서
다시 시작하는 곳
희망의 보금자리로 상처를 맞이하는 곳
그 곳은 손들의 고향
사물들의 쉼터
작은 집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지
다행스럽게 누구에게나
그 여유로운 집,
하나씩 갖고 있다
그러나 무턱대고 아무나 지나가는 사람들과 그 포옹이라는 것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어떤 이는 포옹을 하기가 어렵지만 가장 손쉽게 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상대의 손을 잡아주는 것이다. 손을 잡으면 그 사람과 나는 하나가 되고 적이 아니라 같은 동지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반가우면 악수를 하고 손에 흉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그 표시로 손을 번쩍 들어서 빈손임을 보여준다. 그래야 상대방은 안심한다.
인간에게 손이라는 것은 도구 사용을 위한 역할만의 기능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손이 있음으로 우리는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화해를 할 수 있고 격려도 할 수도 있고 명령과 지시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겨울날 손이 시린데 그 손을 녹일 난로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밤하늘 에 찬란하게 비추는 별을 보면서 하나씩 손가락으로 별을 가리키면서 세어보던 그 손을 넣어 둘 주머니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거친 손이 안타까워 따뜻한 마음의 고향이 될 만한 곳, 주머니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위안이 되는지. 우리에게 갖추어진 손의 안식처가 있듯이 주머니는 손의 집이다. 더 크게는 몸뚱이를 녹일 수 있는 집이다. 그런 집들이 소중하게 보인다. 그러나 현대에 갈수록 1인 가정의 확산으로 집이라는 개념이 점점 쓸쓸해지고 있다. 혼자만 있고 가족이 없는 그런 집들이 이제 많아지고 있다. 그로인해 1인가구가 많아서 텅 빈 집들이 많아지고 있음은 주머니를 통해서도 알 수가 있다. 손은 두 개인데 주머니는 바지에만 앞에도 2개, 뒤에도 2개씩 있다. 상의에도 몇 개씩은 주머니가 있다. 그런 것을 볼 때 앞으로의 현대 사회는 외로울 것이다. 오랫동안 정착이 안 될 것이다. 주머니에 오랫동안 손을 넣을 수가 없는 것처럼 우리들의 집도 오랫동안 머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기에 주머니에 손을 넣는 순간 우리의 인생도 집에서 사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러니, 살면서 영원처럼 살 것처럼 생각말자는 것이다. 그래야 나중에 눈물 흘리지 않고 편하게 살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넘어진 이에게 손을 내밀고 힘이 빠진 이에게 손을 내밀고 기운이 빠진 이에게 등을 토닥일 수 있는 손, 주머니에 손을 넣는 순간만큼은 그래도 행복하게 편하게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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