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달환 칼럼](42)주머니
[현달환 칼럼](42)주머니
  • 현달환 기자
  • 승인 2016.06.07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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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초인 현달환-

작은 집이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곳이야

우주를 바라보며
자신의 길을 안내하고
길이 아니면 헤치며
나아가던 손이 있지

세상을 향해 던진 몸부림으로
수많은 상처로 피멍이 된
주름진 손이 있지

실연에 쓰러진 손
실직에 넘어진 손
실패에 주저앉은 손
그 상처를 온전히
잡아주던 손이 있지

그 많은 손들의 둥지
추운 손들을 녹여주는 안식처에는
호호 불며 녹이던 작은 불꽃이 있지

쨍그랑
얄팍한 동전도 모이는 곳
손가락 숫자보다 더 많은
비밀이 숨겨 있는 곳
따뜻한 온기로 힘을 내서
다시 시작하는 곳
희망의 보금자리로 상처를 맞이하는 곳
그 곳은 손들의 고향
사물들의 쉼터

작은 집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지

다행스럽게 누구에게나
그 여유로운 집,
하나씩 갖고 있다

▲ 현달환 시인/수필가
이 세상에서 사람과 사람이 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은 포옹이라고 생각한다. 포옹을 하면 사람들은 침울해지는 위험을 줄일 수 있고, 자존감과 자기애를 느낄 수도 있다. 또한 분노와 폭력, 성급함을 해소할 수 있고 슬픔과 외로움, 절망 같은 감정을 해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에너지 상태를 상승시켜 기분을 한층 밝게 만들고 면역력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스트레스와 공포감들을 해소는 물론 개인과 개인의 유대를 강화시킬 수도 있겠다. 포옹은 누구나 안심이라는 안식과 휴식을 얻게 된다. 그래서 포옹은 항생제보다 강력한 치유약이라고 한다.
그러나 무턱대고 아무나 지나가는 사람들과 그 포옹이라는 것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어떤 이는 포옹을 하기가 어렵지만 가장 손쉽게 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상대의 손을 잡아주는 것이다. 손을 잡으면 그 사람과 나는 하나가 되고 적이 아니라 같은 동지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반가우면 악수를 하고 손에 흉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그 표시로 손을 번쩍 들어서 빈손임을 보여준다. 그래야 상대방은 안심한다.
인간에게 손이라는 것은 도구 사용을 위한 역할만의 기능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손이 있음으로 우리는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화해를 할 수 있고 격려도 할 수도 있고 명령과 지시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겨울날 손이 시린데 그 손을 녹일 난로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밤하늘 에 찬란하게 비추는 별을 보면서 하나씩 손가락으로 별을 가리키면서 세어보던 그 손을 넣어 둘 주머니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거친 손이 안타까워 따뜻한 마음의 고향이 될 만한 곳, 주머니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위안이 되는지. 우리에게 갖추어진 손의 안식처가 있듯이 주머니는 손의 집이다. 더 크게는 몸뚱이를 녹일 수 있는 집이다. 그런 집들이 소중하게 보인다. 그러나 현대에 갈수록 1인 가정의 확산으로 집이라는 개념이 점점 쓸쓸해지고 있다. 혼자만 있고 가족이 없는 그런 집들이 이제 많아지고 있다. 그로인해 1인가구가 많아서 텅 빈 집들이 많아지고 있음은 주머니를 통해서도 알 수가 있다. 손은 두 개인데 주머니는 바지에만 앞에도 2개, 뒤에도 2개씩 있다. 상의에도 몇 개씩은 주머니가 있다. 그런 것을 볼 때 앞으로의 현대 사회는 외로울 것이다. 오랫동안 정착이 안 될 것이다. 주머니에 오랫동안 손을 넣을 수가 없는 것처럼 우리들의 집도 오랫동안 머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기에 주머니에 손을 넣는 순간 우리의 인생도 집에서 사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러니, 살면서 영원처럼 살 것처럼 생각말자는 것이다. 그래야 나중에 눈물 흘리지 않고 편하게 살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넘어진 이에게 손을 내밀고 힘이 빠진 이에게 손을 내밀고 기운이 빠진 이에게 등을 토닥일 수 있는 손, 주머니에 손을 넣는 순간만큼은 그래도 행복하게 편하게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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