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달환 칼럼](41)일탈 逸脫
[현달환 칼럼](41)일탈 逸脫
  • 현달환 기자
  • 승인 2016.06.04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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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탈 逸脫

초인 현달환

정작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고
어머니는 말했지

어쩌나,
길이 아닌 그곳을
가보고 싶은
오래전 욕망이 꿈틀,

그곳을 탐했다.
아이처럼
수컷처럼

▲ 현달환 시인/수필가
인문학 강의를 하는 TV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는데 유명한 교수인 강사가 하는 말이 우리나라 속담 중에 제일 싫어하는 속담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여야 한다.” 는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속담이었다.
무슨 말이고 하니 21세기에 창의적인 발상을 위해서는 수긍하지 말라는 것이다. 당돌하게 질문도 던져보고 의문을 가질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단지 체면이나 주위 시선으로 인해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로인해 어른들이 젊은 청춘에게도 조언도 안하고 훈계도 안하는 시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내 생각과 같은 강의 내용이라서 흥미롭게 보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질문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이 수업시간에 질문하지 않아서 맥없는 수업을 하는 걸 종종 볼 수가 있다. 어느 신문기사에 보니 질문을 하지 않는 두 가지 이유로 ‘잘난체하는 것 같아서’ 와 ‘그것도 몰라? 하는 멍청하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질문을 좀처럼 안한다고 한다.
언젠가 방영했던 다큐멘터리 "우리는 왜 대학에 가야하는가" 에서 한국 기자들이 오바마 기자회견 당시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는 장면이 나왔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에 문제가 있다고 했지만 한국기자들이 질문하지 않는 이유는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한국인들은 유달리 영어에 대한 콤플렉스가 심하기 때문이다. 지구 어디를 가도 한국인의 영어실력은 수준급이지만 정작 필요할 때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실정이다. 둘째, 한국인들에게 안 좋은 비아냥거리는 근성 또한 한 몫 한다. 한 기자가 만약 영어로 질문을 했다면 다른 기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 기자의 영어실력, 문법을 비판했을 것이다. 따라서 기자들 입장에서는 단체로 쪽팔리는 것이 개인으로 쪽팔리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기자들이 질문을 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질문하는 방법을 배우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러한 사회적인 상황과 인간 내면의 비열함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꼬집고 비아냥거리는 이 근성들을 뿌리째 뽑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나서서 질문을 할 것 같진 않다는 것이다.

사실, 나 역시도 성격이 아주 내성적이었다. 성격이 이렇게 바뀐 이유가 있었다. 고3때 잔디밭에 모여서 교장선생의 훈시교육이 있었는데 교장선생이 질문을 했다. ‘교통통신’이란 주제를 가지고 했는데 교통통신이 무엇인가하고 질문을 했는데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고 나도 손을 들지 못했다. 그때 인문지리를 배우고 있어서 교통통신이란 정의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지금도 잊지 않는 그 정의는 “사람이나 물자物資, 통신을 장소적으로 이동하는 것” 이다. 그러나 나는 용기가 없었고 손을 들고 답을 하지 못했다. 집에 돌아와서 그 상황이 머릿속에 계속 남아 지금까지도 잊어버리지 않는다. 그 후 나는 깨달아서 말을 열게 되고 성격을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원래부터 성격이 그런 줄 알지만 사실 엄청 얌전한 촌놈이었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성격은 바꿀 수 있다. 천성적으로 부여받은 성품은 남아있지만 성격은 마음먹으면 바꿀 수 있기에 우리는 시도를 많이 해봐야 한다. 그래야만 자식들이 나를 보며 질문도 하고 세상을 헤쳐 나갈 것이다. 아이들이 말썽을 피워도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유연한 사고를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가 사는 지금의 시대에 모범생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세월호 사고를 통해 똑똑히 보지 않았던가. 일탈이란 것은 똑바름에서 벗어나는 것이지만 그러나 언젠가는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가정에서 얘기해본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는 더 큰 인물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 기회를 통해서 이런 내 자신에 대해서도 반성하게 되었고, 초심을 유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스스로 계란껍질을 깨서 세상에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 병아리가 이 세상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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