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달환 칼럼](38)월정(月汀) 바라보기
[현달환 칼럼](38)월정(月汀) 바라보기
  • 현달환 기자
  • 승인 2016.05.27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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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月汀) 바라보기

-초인 현달환-

달의 고향,
월정마을 해안 길에
비집고 들어갔다
모래백사장 가운데
나무향 나는 의자카페
이층에 올라
바다,
너를 바라본다.
너는 배고픈 모양인 듯
하얀 백사장을
야금야금 파랗게
물들여놓았다
멀리까지 수평선을 그리고
또 뭍으로 밀려오는 파도에게
자기 영역을
전해준다

참 넓다.
파릇파릇
반사된 바다표면 그 위로
같은 옷을 입은
하늘색이 빛을 낸다.

낮은 의자에 앉아 있으면
돌멩이 하나
모래알 하나
사람들 하나둘 사연이
다 똑같다는 걸 알게 된다.

바람에 뿌려진 모래알들이 날려 온다.
하얀 풍차가 신나게 돌아간다.
모래알에 사연 하나씩 보내온다.
잘 익은 사연하나 꺼내 입에 담근다.
입에 넣은 당케 조각이 달콤하다

어릴 적, 동화 같은
나무의자에 앉아
다시 너를 본다.
여러 가지로 울리는
자동차 경적소리마저
저 바다 속으로 잠기고
지나는 이의 미소 속으로도 잠긴다.

오늘은 바다에도
하늘의 그 달도 찾아왔다
주옥같은 시간이 영화처럼 흐르는
아아, 지금 월정, 그 바다로

* 당케: 당근 케익
* 월정: 제주시 구좌읍에 위치한 마을
(문장21, 2014 겨울호 수록 )

▲ 현달환 시인/수필가
제주도의 마을에는 해안을 따라 형성되어 있다. 해안을 따라 형성된 이유는 바로 물 때문이란다. 식수라는 문제 때문에 해안을 근거지로 마을들이 형성되었다. 어릴 적에 마을은 비포장도로여서 지금처럼 변한 제주도의 광경을 볼 수 있는 장소가 없었다. 해안도로가 형성되면서 마이카(my car)족이 늘면서 제주도의 해안을 따라 드라이브하는 일이 잦아지고 더 멋진 곳을 찾다보니 과거에 훌륭했던 경관들이 돋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제주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그동안 제주의 아름다움을 느끼면서도 정말 좋다는 것을 못 느끼며 살아온 것이다. 그러나 외지에서 온 사람들( 제주 식으로 육지사람)이 제주를 동경하고 제주에 한번 놀러온 분들은 제주의 경관에 빠져들고 이색적인 제주의 모습에 반할만 하다. 그래서 제주에 흠뻑 빠지면 헤쳐 나오지 못하는 것 같다.

나는 제주의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못 느끼고 있다. 그냥 제주의 모습에서 지금 빌딩들이 높이 올라가고 있는 모습이 제주의 앞으로의 모습인가 하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제주의 아름다움은 바다이다. 그런데 그 바다를 거대한 장벽, 콘크리트가 막고 있다. 그 바다를 감상하기 위해선 해안선이 있어야 하는데 그 해안선을 거대한 콘크리트가 막고 있는 것이다. 하물며 제주의 돌담 속으로 보이던 아스라한 풍광들도 이 콘크리트로 막혀 고개를 기웃거리고 올라서야만 볼 수 있는 지경까지 왔다.

또한, 월정이라는 마을까지 와서 커피를 마시면서 맛있다고 감탄하는 나를 보는 순간 나는 슬프다. 제주의 어느 곳이든 그런 풍경들은 많이 있는데 굳이 1시간 정도 걸리는 월정이라는 곳까지 와서 기름 값 지출하며 커피를 마셔야 하니 커피가 쓰긴 썼다. 그나마 이런 곳마저 앞으로 해안선이 막혀 사라지면 어디로 가야하나 하고 생각해보니 짠하기만 하다.

아시다시피 월정이라는 이 마을은 이제 카페의 마을이 되어 있다. 많은 이들이 찾고 있고 인기 있는 제주도의 관광지로 블로그에 많이들 올라와 있다. 마을에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주차시설도 준비하고 모래가 날리지 않도록 예쁘게 관리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월정이 더 월정답기 위해선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그냥 커피마시고 돌아가는 사람들에게 ‘또 오세요.’ 할 것이 아니라 가슴속에는 달나라 계수나무 아래 사는 토끼들의 이야기를 심어주어야 한다.

유행이란 것은 한번 번지면 급속하게 번지고 다시 새로운 유행으로 물들인다. 지금은 해안을 따라 생기는 건물들의 높이를 더 이상 올라가지 말아야 한다. 지금처럼 바다의 해안선을 볼 수 있는 그대로 남겨져야한다. 만약 마을사람들이 월정에서 벗어날 때 그곳은 이미 지난날 우리가 보았던 월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 때나 월정에 가서 2층에 있는 카페에 올라가 차 한 잔 마시면서 지나는 이들의 얼굴을 보면 보기만 해도 흐뭇할 것이다. 온갖 평화는 여기 있음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속으로 들어가 보면 마을 사람들은 하늘에 떠 있는 달에게 소원을 빌고 있지 않을까. 우리도 돈 좀 많이 벌수 있게 해달라고. 사람 사는 곳에 공생하는 게 힘든 것이고 기업이나 사업체들이 사회 환원이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너도 웃고 그도 웃고 나도 웃는 그런 달의 고향, 월정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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