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 아들
-현달환-
우리 형兄아
엄마보다
하늘나라 먼저 간 까닭은
엄마야, 이제
좁은 땅
좁은 집
좁은 방에서
넓게 살라고.
우리 형兄아
엄마보다
하늘나라 먼저 간 까닭은
엄마야, 미리
넓은 땅
넓은 집
넓은 방에서
편히 모시려고.
나 역시 결혼하고 첫아이를 낳고 채 걷기도 전에 아이가 아파서 어쩔 줄을 모르고 응급실로 병원에 몇 번 갔던 것이 기억난다. 생각해보면 아이가 아프지 않고 사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
그런 와중에 자식이 먼저 하늘나라로 간다는 것은 부모의 마음을 갈기갈기 마음을 아프게 하고 희망을 앗아버리는 상상할 수 없는 아픔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형이 하늘로 간 뒤 나는 어머니를 보지 않으려 했다. 제대로 보지 못했다. 모든 걸 체념한 모습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웃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1년 후 산소에 가서 앉아서 이런 생각 저런 생각하면서 몇 글자 적어보기도 하고 궁시랑 불평도 해보고 푸른 하늘도 보고 푸른 풀도 뜯어보고 지나가는 바람도 먹어보고 맥 빠진 돌멩이를 던져보고 누워도 보고 반듯한 비석을 만져도 보고 별짓 다하다 ‘효자 아들’이라는 시를 만들어보았다.
부모가 된 입장에서 나는 다시금 생각해본다. 나의 형이 갔지만 나의 자식이 간다면 정말 견딜 수가 없을 것 같다.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에겐 살아야할 이유가 무엇일까 하고 생각도 해본다. 살아가야할 이유가 있는 것일까.
세상은 왔다 가는 게 순서가 없다지만 나는 가는 순서는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고통, 아픔이 덜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봤다. 헤어짐은 아픔이고 사별死別은 결국 드라마로 치면 비극이었다.
어차피 세상의 존재는 결국 죽음이란 마침표로 매듭짓는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도 버리는 시간 없도록 알차게 보내련다. 점점 오월의 눈부신 태양이 밝아온다. 오늘이란 24시간의 푹신한 틈에서 빠져나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