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태식칼럼](110)금고 정상화를 위해
[현태식칼럼](110)금고 정상화를 위해
  • 영주일보
  • 승인 2016.05.17 19: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곰팡이나 병원균은 음습한 데서 창궐한다. 여름장마가 지면 곰팡이 냄새가 진동한다. 의복마다 책장마다 누기가 오르고 곰팡이가 번식한다. 따라서 여러 가지 세균이 번식하고 질병이 만연한다. 그런데 참 이상도 하다. 이 모든 것을 햇볕에 내다널면 몇 시간도 안됭 뽀송뽀송 마르며, 그렇게 걱정했던 곰팡이가 말끔히 없어진다. 톡톡 털고 집안으로 들여 놓으면 퍽 기분이 상쾌해진다. 새로워진 기분이다.

내가 맡은 신제주새마을금고는 썩고 곰팡이 피고 세균이 득실대서 누구도 손대기를 기피하여 재생 불가능한 것 같이 보였다. 하지만 나는 실상을 모두 공개하기로 마음먹었다. 즉 햇볕에 모두 내어놓아 뒤집으면서 말려, 다시는 곰팡이 썩음이 일어나지 못하게 통풍을 잘 시킬 작정이다.

이사회를 소집해서 내 결심을 말했더니, 이사들이 걱정하는 소리는 ‘금융은 공신력이 생명인데 치부를 다 드러내면 공신력이 없어져 인출사태가 벌어지면서 문을 닫게 된다는 것’이었다. 정말 그런가를 곰곰이 생각해보고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회원이나 거래자가 금고 상황이 어떻게 되어있나, 어떻게 될 것인가를 알아야 믿든지 말든지 하지, 늘 음습한 곳에 숨겨 내막을 모르게 하면 의심이 생기고, 그 의심은 전염병처럼 번져 회생불능의 사태로 발전한다.

그러면 되돌리기 힘들다. 지금의 현상까지 온 것이 투명 경영을 해서가 아니라 공신력이라는 이유로 썩고 부패하고 부정하는 것들을 숨기자고 하니 불량한 관리자는 얼씨구 좋다 하고 더욱 부정비리를 확대시켜서 속은 물론 껍데기도 온전치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 나는 공개하겠다. 모든 일은 장기적으로 추진하다 보면 잘못이 얼마든지 발생한다. 그렇지만 그 잘못된 것을 어떻게 처리하나를 지켜보고, 제대로 처리하면 믿음이 생기고 내용을 다 공개하면 의심이 없어져 신뢰가 생기며, 이것이 곧 공신력이라고 설득하였다.

신제주새마을금고의 예수고, 대출, 업무진행원칙, 부실예상, 회수가능, 결손처분예상액, 회생가능성 등을 모두 있는대로 밝혀 길바닥에 전시하다시피 고객이 잘 보이는 곳에 즉 가는 사람, 오는 사람 모두 볼 수 있게 하였다. 도표로 그려 걸어놓았다. 변동사항도 일주일에 한번 그래프로 표시하였다. 부실채권은 모두 법의 판결을 받았다. 급속히 부실을 줄인 것이다. 장기 원리금 체납자를 강제 회수하니 반발이 심했다. 아무리 반발해도 때로는 거리에서 멱살을 잡혀도 굽히지 않았다.

금고의 돈을 먹으려면 벼룩의 간을 내어먹어요. 금고돈은 초등학교 학생의 코흘리개 돈이고, 등꼬부라진 할머니 돈이고, 날품팔이 가난한 자의 돈이고, 시장바닥에서 배추 몇 포기 멸치 몇 보시 비린내나는 생선 몇 마리, 소·돼지 내장 한 다라이 놓고 판 서민들의 목숨줄 같은 돈이다. 이 돈을 떼어먹으면 죽어서 지옥을 예비한 자이니, 무슨 할 짓이 없어 벌써 지옥을 예비하나. 나는 당신이 지옥길을 못가게 예방하는 차원에서라도 그 돈을 회수하여 돈주인에게 돌려줘야 하고, 이제 돈을 마련할 길 없어 죽는 환자, 학비가 없어 퇴학 직전의 학생, 방 한 칸 빌 돈 없어 거리에 나앉는 가련한 사람, 점포 한 칸만 임대해주면 그것으로 모든 식구 의식주 해결하여 사회적 문제를 파생시키지 않을 수 있는 그 선량한 사람들에게 대부하기 위하여 법적으로 환수투쟁을 한다고 설득하고 달래면서 가능한한 부실채권을 줄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법인명 : (주)퍼블릭웰
  • 사업자등록번호 : 616-81-58266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남광로 181, 302-104
  • 제호 : 채널제주
  •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제주 아 01047
  • 등록일 : 2013-07-11
  • 창간일 : 2013-07-01
  • 발행인 : 박혜정
  • 편집인 : 강내윤
  •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내윤
  • 대표전화 : 064-713-6991~2
  • 팩스 : 064-713-6993
  • 긴급전화 : 010-7578-7785
  • 채널제주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채널제주.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channeljeju.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