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태식칼럼](108)업무 인계인수도 못받고
[현태식칼럼](108)업무 인계인수도 못받고
  • 영주일보
  • 승인 2016.05.09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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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전 이사장에게 업무 인계를 해주도록 통보하여도 반응이 없었다. 비리 부정이 너무 많아 그 속내를 내보이는 것이 싫어서 그는 금고 사무실에 나타나지도 않고 연락을 끊어버렸다.

이사회를 열고 업무 인수 인계를 받지 못하니 이사장직을 수행할 수가 없다고 하였더니 내가 평소 신뢰하고 있었던 이사 양두훈씨가 업무 인수인계 절차를 마친 후 업무를 개시하려면 불가능하다고 하였다. 그냥 눈 감고 지금 있는 그대로 다 받은 것으로 생각해야 된다고 하였다. 나는 업무 인수인계 절차가 없다 하여 손놓고 있어봤자 신제주새마을금고의 파산을 촉진할 뿐이므로 총회에서 선출한 이사장으로서 시급히 금고 회생에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해서, 인수절차를 이행하지 않는 상태로 업무를 개시했다.

내용을 파악해보니 자산은 4억원이나 부실대출이 1억8천만원이었고, 회수불능이 5천만원은 족히 될 것 같았다.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전 이사장의 측근 친척이 예금을 현금으로 5천여 만원을 인출해버려서, 금고는 지불준비금이 바닥나서 업무 중단의 위기에 봉착하고 있었다.

정말 탄식할 노릇이다. 아무리 권고하거나 금고가 아무리 공익성이 강하다고 해도 이사장직을 수락하지 말아야 했는데 후회막급이었다. 그러나 후회는 앞서지 않는다. 엎질러진 물, 나는 잘못하면 이제까지 쌓은 신용과 나 개인에 대한 자부심이나 명예가 이 신제주새마을금고와 함께 침몰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솟구쳐왔다. 한편으로 아무리 그렇더라도 탄식은 파산하는 날에 하고 지금은 있는 힘과 능력을 다 발휘할 때라고 생각하였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에게 예금을 권유하면서 한편으로, 부이사장과 내가 보증을 서서 은행에서 대출받는 수속을 신속히 진행하였다. 오늘만 버티면 내일은 은행에서 대부받아 숨통이 트이겠는데 낮쯤 될 때 벌써 지불준비금이 바닥나서 보통예금 청구에 대해서는 지불 불능 상태가 되어갔다.

나는 다급했다. 좌관수라는 친구가 용담 같은 동네에 살았었는데 여러 해 동안 가깝게 지냈다. 그도 계모 밑에서 푸대접 받으며 살아와 나와는 서로를 의지하고 위로하며 살아온 처지였다. 그 친구에게 부탁했더니 거금 칠백만원을 그 날까지 예금시켜준다고 하였는데 약속을 잘 지키는 그가 왠지 소식이 없다. 목이 바짝바짝 탔다. 전화로 욕을 되는대로 하였다. 몇시간 후에 그 친구가 돈을 가지고 와서 하는 말이, 약속한 돈은 안오고 내게서 욕을 듣고 거래처에 가서 빼앗아왔다는 것이었다. 친구가 좋기는 좋다. 나는 마지막 숨을 거두고 저승에 가려다 되돌아온 기분이었다. 그 날을 넘기고 제주은행 신제주지점에서 2,000만원을 대출받아 지불준비금을 확보하니 하늘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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