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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장관일정 86% 서울서…공무원 90% “업무비효율↑”
총리·장관일정 86% 서울서…공무원 90% “업무비효율↑”
  • 퍼블릭 웰
  • 승인 2013.07.0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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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국회가 말하지 않는 ‘불편한 진실’ 
 
 
지난 6월 19일,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 100일을 맞아 집무실이 있는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오찬 간담회를 열었다.
40여 개 언론사 출입기자들과 장차관, 국장 등 50여 명이 참석한 대규모 간담회였지만, 정작 주인공인 서 장관은 낮 12시가 되기도 전에 황급히 자리를 떴다.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리는 ‘정부3.0 비전선포식’에 참석해야 했기 때문이다. 세종청사 부처의 모 차관은 버스 전용차로를 달리기 위해 바꾼 관용 승합차 대신 KTX를 이용한다. 시간 낭비를 줄이기 위해 승합차로 교체했지만, 서울 출장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니 장시간 운행으로 인한 허리통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KTX를 이용키로 한 것이다.
 
세종시 출범 1년, 정부세종청사가 세종시에 둥지를 튼 지 반 년이 지났지만, 행정 비효율성 문제는 오히려 더 심화되고 있다. 세종시 발전계획이 엄연히 박근혜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채택됐지만, 관심을 두는 이는 아무도 없다. 더 큰 문제는 대통령에게 세종시 문제를 정색하고 ‘직언(直言)’하는 공무원은 아무도 없고, 정부 차원에서도 이 문제를 공식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근혜표 약속정치의 상징처럼 돼 있는 세종시의 문제점을 공론화하는 건 일종의 ‘불경죄(?)’에 해당한다는 묘한 공감대가 정부 내에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현오석 부총리를 비롯한 경제부처 장관들의 공식일정 중 86%가 서울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이 같은 상황은 지금도 여전하다.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은 “정홍원 총리 취임 후 158회의 공식일정 중 세종시에서 진행된 것은 단 22회”라며 “5월 말까지 출장을 이유로 75일을 서울에서 지냈다”고 지적했다.
 
세종청사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90% 이상이 업무 비효율성이 증가했다고 답했고, 이 때문에 업무의 질이 저하됐다고 답한 공무원도 41%에 달했다. 현 부총리는 “국무회의부터 경제관계장관회의, 국가정책조정회의 등 대부분의 회의가 서울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세종시에 내려가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공무원들의 출장비도 정부과천청사 시절보다 약 3.5배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교육문제도 세종시로 이주한 공무원들을 괴롭히고 있다. 세종시 첫마을에 있는 한솔중학교는 몰려드는 학생들을 수용하지 못해 3.5㎞ 떨어진 다른 중학교의 교실을 빌려 쓰고 있다. 한솔초교 학생들도 인근 한솔고교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공무원들의 건강 환경도 여전히 열악하다. 세종청사 내에 건강의학 및 한의과 등 치료실이 들어섰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고 제대로 치료를 받으려면 서울이나 대전지역의 큰 병원으로 나가야만 한다.
 
세종청사 공무원들은 특히 행정 비효율의 ‘주범’으로 국회를 꼽고 있다. 서울 출장의 주요인 중 하나가 대국회 업무이기 때문이다. 이상일 의원 설문조사에서도 응답 공무원의 64%가 국회업무로 출장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기획재정부의 한 공무원은 “국회 보좌관들도 실무 과장이 설명해도 될 사안들을 꼭 국장에게 국회에 들어와서 보고하라고 한다”며 “의원들이 공무원들을 불러 윽박지르고 호통도 치고, 만나서 지역구 현안을 청탁해야 할 필요도 있기 때문에 서울로 올라오도록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각 부처가 화상회의 시스템 등 대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대국회 업무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고는 (업무 비효율성 개선은) 요원한 얘기”라고 말했다.
 

세종 =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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