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관계에서 우위에 있는 갑(甲)이 약자인 을(乙)에게 부당행위를 가하는 ‘갑질’은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고 있다.
백화점 직원에게 사과를 요구하며 무릎을 꿇게 하거나 아무 이유 없이 전화상담원에게 욕설을 퍼붓는 일은 일상 생활 속 갑질의 대표적인 사례다.
지속적인 갑질로 일상적 우울감과 모욕감에 시달리는 ‘을’은 우울증을 앓게 되거나 심할 경우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갑질’은 주로 서비스업종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공무원 또한 ‘갑질’의 피해자가 되는 일이 허다하다.
10일 대구시와 각 구·군 민원게시판에 게시된 글에서도 욕설과 모욕적 표현이 뒤섞인 악성 민원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달 28일 대구시 민원게시판에 올라온 글에는 한 시민이 주거지 인근의 건축물 관련 민원을 제기하며 “권영진 대구시장은 서울에서 거지근성 정치를 배웠나”, “당신 주위의 버러지들이 그렇게 만들고 있는 것”이라는 폭언을 적었다.
또 같은 달 15일에 게시된 “XX 권영진 시장이 조례를 지키지 않고 시민에게만 지키라고 한다.
시민 고통주고 여행이나 다닌다”는 제목의 글에는 담당 여성 공무원에 대해 “한글도 이해 못하는 XXXX”이라는 욕설이 포함돼 있다.
이밖에도 지역 한 구청장이 가진 신체 장애를 조롱하거나 자신의 민원이 해결될 때까지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게시하는 행태들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처럼 모욕적인 표현과 욕설이 포함된 민원게시물이 끊임없이 올라오는 상황에도 공무원들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 구청 공무원은 “집요한 악성 민원에 담당 공무원은 큰 스트레스를 겪지만 이렇다 할 대처를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최근에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대구시청 공무원이 정신과 진료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일부 관공서에서는 심각한 악성민원인에 대한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지역 구청 관계자는 “자신의 뜻대로 민원이 해결되지 않아 화가 나는 민원인의 마음을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도를 넘은 욕설과 모욕이 몇 달 동안 반복돼 공무원의 정신건강까지 해칠 정도라면 법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출처 : 대구신문 / 김정석기자 kjs@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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