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이 만든 돗통시…돗통시가 만든 마을문화, 돗제
지질이 만든 돗통시…돗통시가 만든 마을문화, 돗제
  • 양대영 기자
  • 승인 2013.12.29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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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관광공사와 김녕리, 30일 지질문화축제로 돗제 개최

화산섬 제주의 열악한 지질적인 특성을 극복하기 위한 옛 조상들의 삶의 지혜 속 독특한 특성이 마을의 문화와 만난 '지질문화축제'가 개최된다.

▲ 자료사진-돗통시
'지질문화축제'는 제주의 독특한 지질 특성이 제주문화의 원형(Orginal Form)이라는 점에 바탕을 두고, 지질자원과 문화가 만나는 지질&문화 융복합 축제를 지향한다.

제주관광공사(사장 양영근)와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이장 박윤보)는 오는 12월 30일 오전 10시, 김녕리 어울림센터 일원에서 지역주민 중심의 지역밀착형 지질문화축제인 '돗제(豚祭)‘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예로부터 주술적 목적으로 쓰이던 신성한 제물인 돼지는 부와 다산을 상징하여 제주에서도 직접적인 행운과 부를 가져다준다고 알려져 있어서 돼지를 키우면 집안에 복을 가져다준다고 여겨졌다.

특히 제주도민에게 돼지는 거름을 생산하는 소중한 존재로 함부로 잡아먹을 수 없는 신성한 동물이어서, 집안에서 열리는 관혼상제와 같은 큰일에만 돼지를 잡아 손님에게 대접, 제주의 경조사 문화를 만드는데도 크게 기여하였다.

이런 제주도민과 돼지의 관계에 있어서 떼어놓을 수 없는 게 '돗통시'인데, 돗통시는 인분의 처리와 돼지의 사육 이외에도 육지처럼 흙이 많지도 않고 영양분도 적어 생산량이 적었던 제주의 토양의 지력을 보완할 수 있는 거름의 생산거점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화산토라 물을 가둘 수 없는 토양구조를 가진 제주에서 인분을 활용한 액체거름은 제주의 땅과 결합할 수 없어 가축을 활용한 고체거름이 필요했기 때문에 '돗통시'는 제주민의 생활과 농경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돗통시의 풍습 속에서 일반적으로 쌀을 올리는 굿과 제사와는 달리 제주도민에게 신성한 돼지를 신에게 바치는 의례가 구좌읍 지역의 '돗제'이다.

돗제는 돼지란 의미의 돗(豚)과 제사란 의미의 제(祭)가 합쳐진 말로, 마을에 좌정해있는 신을 위하여 돼지를 바치는 의례를 말한다.

과거에는 마을공동신앙으로 당제로써 돗제를 지냈지만 시대가 지나면서 개인집에서 지내는 제사로 변화, 현재는 김녕, 월정, 행원, 세화, 평대리 등 구좌읍 일대의 일부 가정에서만 행해지고 있다.

개인집에서 지내는 제사로 변화된 이후에는 아들을 낳거나, 농사가 잘 되었을 때, 대학시험에 합격했을 때, 승진했을 때 등 집안에 기쁜 일이 있을 때 돗제를 열었고, 현재는 혼례를 앞두고 집안조상에게 문전제를 드리듯 집안에 혼례가 있음을 알리는 의미로 개인집에서는 3년에서 5년에 한번, 2월에서 5월, 9월에서 12월 사이에 주로 열고있는데, 제에 사용되는 돼지고기는 12부분으로 나뉘어서 미리 삶아두고 창자만 빼고 지레, 손톱, 털, 발톱까지 모두 제상에 올린다.

돗제가 개인집에서 열리기 때문에 제사를 지낼 때와 똑같은 사람들이 참석하지만, 끝나고나면 마을주민들을 불러 잔치를 벌림으로써 집안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축제의 자리로 자연스럽게 변화, 마을의 공동체 문화 형성에도 크게 기여했다.

특히 김녕은 궤네깃또에 대한 신화를 바탕으로, 나라의 난리를 평정하고 마을에 풍요를 가져다준 신성한 궤네깃또의 능력에 대해 제를 바치는 행위로 그 어떤 곳보다도 활발하게 돗제가 개최되었던 곳이다.

그리고 김녕리의 경우, 다른 마을의 몸국과는 달리 돼지고기를 삶았던 국물에 모자반과 조를 넣은 '몸죽'을 쑤어 나누어 먹는 독특한 풍습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 돗제는 2013년 지자체간 연계협력사업인 'UNESCO 세계지질공원 핵심마을 활성화사업'의 일환으로, 마을주민에 의한 지역자원의 발굴, 활용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특히 돼지와 돗통시라는 제주의 지질적 특성에서 마을 문화의 원형을 발굴하고, 이를 마을 축제로 재연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마을 축제의 발굴과 개최에 있어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제주관광공사는 돗제의 재연을 통해 관광객들에게는 독특한 관광상품이자, 제주도민에게는 과거의 삶을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마을 축제 콘텐츠로써 활용하고자 하고 있다.

돗제의 개최와 함께 궤네깃또의 신화에 맞추어 기원행사가 함께 열려서 참가자들의 무사안녕과 소원성취를 위한 자리가 마련된다.

제사가 끝나는 12시 이후에는 과거 돗추렴이 가지고 있는 나눔의 문화를 재연하여 몸죽과 돌레떡 등 다양한 제주의 향토음식을 나눠먹는잔치를 벌이게 된다.

돗추렴이란 돗제가 끝나고서, 참가한 친지 친척은 물론, 마을 주민들까지 함께 음복을 하거나 제에 올렸던 돼지를 나누어 먹는 행사를 말한다.

특히 몸죽은 과거 쌀을 구하기가 힘들었던 시대에 돼지고기를 삶은 물에 제주에 풍부한 해초인 모자반과 제주에서 재배되는 조를 넣어 끓인 것으로, 제주의 지질자원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는 '지질음식'으로써, 김녕리의 핵심 콘텐츠로써 육성시킬 계획이다.

행사장 한켠에 마련되는 돗통시와 김녕리 주민들에 의해 열리는 멸치후리기는 제주의 지질과 문화가 삶의 방식에 투영된 중요한 문화자원으로, 도민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신선한 재미를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 밖에도 돌 속에 있는 공룡뼈화석을 발굴해보는 '화석발굴체험', 돌하르방을 형상화한 인형을 만들어보는 '돌하르방 인형 만들기 체험', 제주의 지질느낌을 내는 '지질비누 만들기 체험', 제주의 흙을 활용한 '제주 도자기 체험' 등 제주의 지질과 관련된 다양한 체험이 준비되어 있으며, 김녕 인근의 해안선, 당 등의 지질, 문화 자원들을 돌아보는 '김녕 문화의 길 트레킹'행사도 마련된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제주의 지질적인 특성이 돗통시를 만들어냈고, 이 돗통시의 활용을 통해 돗제와 같은 마을만의 독특한 문화가 만들어졌듯이 제주의 지질적인 특성은 제주의 문화를 만든 또 하나의 원형(Original Form)으로써 제주의 독특한 문화를 만드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며 "앞으로도 마을의 지질자원 속 문화원형을 발굴하여, 이를 축제와 같은 관광상품으로 재연하여, 지질과 문화가 융복합된 '지질문화축제'라는 지역 축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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