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사무실 폐쇄를 강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전공노가 '사무실 사수'를 위해 다음주 종합대책 발표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경기도 수원시에서 지난 2013년 다수의 수원시 간부공무원들이 노조위원장 선거에 참여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수원시 4~5급 고위공무원 수십 명이 현행법을 무시한 채 노조선거인명부에 등재, 직접 투표에 나서는 등 집단 위법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는 객관적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10일 수원시와 전공노 수원시지부(이하 수원전공노)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수원전공노는 지난 2013년 3월 20~21일 양일간 임기 2년의 제7대 노조위원장을 선출하기 위해 1천468명이 선거에 참여하는 선거인명부를 작성하고 투표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 선거인명부에는 공무원노조 가입이 원천적으로 금지돼있는 4~5급 공무원 59명(4급 8명, 5급 51명)이 후원회원이라는 이름으로 등재돼있고, 부재자 투표방식으로 노조위원장 선거에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행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제6조에는 노동조합 가입범위를 6급 이하의 일반직공무원 및 이에 상당하는 일반직공무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국가공무원법 제66조(집단행위의 금지)에는 공무원이 노동운동이나 그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해서는 안되며 이를 위반 시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원전공노 선관위는 선거 당시 시청과 4개 구청에 투표소를 설치하고 고정함 1개, 순회함 4개, 부재자함 1개 등 6개 투표함을 통해 순회 방식으로 투표를 진행한 후 개표 당일 개함해 동시 개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 결과는 선거인 1천468명 중 1천215명이 투표에 참가(투표용지 미회수 13매), 3명의 입후보자 가운데 1차 투표에서 과반수 이상을 차지한 당시 지부장 김모씨(현재 4선째)가 재선됐다.
그러나 현행법상 후원회원은 조합원이 될 수 없고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포함한 일체의 노조활동을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같이 4~5급 고위공무원 다수가 선거인단에 포함된 것에 대해 '수원전공노의 어용노조化'를 목표로 한 염태영 수원시장의 치밀한 계획이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공무원 노조가입 대상이 아닌 4~5급 고위공무원을 선거인 명부에 등재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기에 전국의 어떤 공무원노조에서도 이같은 사례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역정가의 다수 인사들은 고위공무원들이 노조위원장 선거에 참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므로, 이들이 자발적으로 이와 같은 명백한 불법에 집단적으로 가담했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수원 지역의 여권 인사 A씨는 "이같은 불법은 노조를 어용으로 만들기 위한 지자체장(염태영 시장,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명시적 또는 암묵적인 지시가 없이는 불가능한 케이스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라며 "어용화 의혹에 대해 염시장의 명확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시 수원전공노 선관위 위원장을 맡았던 고모 주무관은 "상급단체 조합규약에 명시돼있는 '폭넓은 해석'에 근거해 선거를 합법적으로 진행했다"며 "당시 수원시도 이같은 내용을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시가 후원회나 선거 참여방식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김영규 기획조정실장(당시 행정지원국장)은 "노조가 자율적으로 행사하는 권한에 대해 시에서는 전혀 관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 없다"며 "후원회원으로 가입을 종용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상진 경기고용노동지청 근로감독관은 "공무원노조 가입대상이 아닌 자가 선거투표행위 등에 관여한 것은 명백한 실질적 조합원 활동이므로 법령을 위반한 사례"라며 "법을 준수하고 집행하는 공무원이 그 의무를 지키지 않은 위법사실이 인정될 경우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사무실 폐쇄명령을 받은 전공노 지부 대부분이 합법노조의 틀을 유지하고 있는 '민공노'(전국민주공무원노조)의 간판을 내걸어 법망을 피해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수원시의 경우도 편법을 통해 폐쇄대상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출처 : 수원일보 / 최윤희·이욱도 기자 suwon@su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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