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2시 경북도청 본관 3층 제1회의실. ‘가면무도회’를 연상케 하듯 가면을 쓴 사람들이 하나둘 모였다.
이들은 다름 아닌 경북도청에 근무하는 7급 이하 하위직 공무원. 이들이 앉은 자리에는 이름 대신 ‘닉네임’을 쓴 명패가 놓였다.
계급장을 떼고 소신 발언을 하기 위한 조치다.
7급 이하 직원들로 구성된 ‘창조경북 주니어포럼’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마련한 ‘비간부회의’ 자리였다.
도지사 역할을 맡은 닉네임 ‘갈 곳 없는 밤의 제왕’은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한다.
일부 간부들의 갑질로 힘들어 하는 부하직원들이 있다. 서로 격려하고 챙겨주는 따뜻한 조직문화가 필요하다”며 회의 주제를 제시했다.
할리우드 영화 ‘캡틴 아메리카’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가면을 쓴 직원은 “동료나 민원인 앞에서 상사가 서류를 던지거나 막말을 한다.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그 선배 공무원이 승진해서 고위직으로 가는 모습에 실망했다. 배려가 필요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닉네임 ‘귀신 잡는 해병대’는 “복도통신이 난무한다. 올
바른 소통 및 발언 자리가 없어 비공식적이고 비정상적인 ‘카더라 통신’이 난무하는 것이다.
그래선 올바른 조직이 될 수 없다.
간부회의도 오늘처럼 생방송을 하고 오늘 같은 정상적인 소통 통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닉네임 ‘헐크 성났어?’는 “요즘은 교육이 정말 중요하다.
딱딱한 공무원 교육원이 아니라 공직사회보다 앞서 나가는 민간교육시스템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내년부터 당장 대기업이 운영하는 교육기관에 교육을 보내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비간부회의는 도청 안 전 부서에 걸쳐 생방송됐다. 하지만 정작 간부공무원들은 이를 시청할 수 없었다.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6시까지 도청 강당에서 ‘간부공무원 청렴교육 및 서약식’ 행사가 열렸기 때문이다.
한 하위직 공무원은 “계급장 떼고 소신 발언하는 자리도 좋고, 간부 공무원들이 청렴을 서약하는 자리도 좋다. 그런데 왜 하필 행사를 같은 시간대에 열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
출처 : 영남일보 / 진식기자 jins@yeongnam.com
저작권자 © 채널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