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 현 모 논설위원이 시청 제주시 백 모 도시건설교통 국장을 폭행한 사건에 대한 경찰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찰은 현장에 설치돼 있던 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현 논설위원이 백 국장을 ‘공무원 그만두게 하겠다’는 발언을 협박으로 보고 8차례 때린 게 사실이라고 판단, 검찰로 송치하기로 결정했다. 시민사회는 이번 기회에 ‘권언유착’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민일보 현 논설위원의 폭행 그리고 제주시 백 국장의 투신까지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1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밤 11시40분 쯤 경찰서에 제주시 백 국장이 한 아파트 사거리에서 제민일보 현 논설위원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신고를 했다.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건의 내용은 △제민일보 기자와 우연히 만나, △함께 술 마실 것 강요받았고, △거부하자 욕설과 함께 ‘공무원 그만 두게 하겠다’고 협박했을 뿐 아니라, △목덜미를 잡아당기고 팔꿈치로 8차례를 폭행했다는 내용이다.
백 국장은 23일 오전 5시40분 제주시 연동의 한 4층 건물에서 투신한다. 백 국장은 투신 전 주변인들에게 “제주 지역 모 일간지는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워 공직 사회 인사에 개입하고 자기 사람을 심어놓아 사업을 추진하는 집단이다.
이런 일을 하는 데 중추적 일을 해당 언론사 모 기자가 담당하고 있고 그러한 쓰레기 같은 사람들은 없어져야 한다”는 문자를 남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백 국장은 1층 조립식 건물 위에 떨어져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문제는 더 복잡해졌다. 백 국장 투신 배경에 현 논설위원이 김태환 전 제주도지사와 김병립 제주시장 등과 통화를 했고 그 후, 동료 및 지인들로부터 ‘합의를 보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회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현 논설위원이 지위를 이용해 별도의 회유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연락했다는 사실 자체가 위법은 아니며 협박이나 강요로 판단되지 않는다”고 봤다.
백 국장의 투신 이후,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와 제주도청 공무원노조는 26일 공동성명을 통해 “해당 언론사는 지금이라도 물의를 일으킨 기자를 인사 조치해야 하고, 해당 기자는 책임을 지고 기자직에서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며 “해당 언론사와 당사자 태도에 따라 광고 협찬 중지 요청, 신문 불매운동, 마라톤 대회 참가 거부 등 방식으로 철저히 배척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어느 때보다도 강도 높은 대응 방법이 포함됐다.
파문이 커지자, 제민일보는 지난 4일자 1면에서 “기자 품위를 손상시키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본보는 사규에 따라 해당 기자에 대해 인사 조치를 단행했고 향후 사건 결과를 지켜보면서 대응책을 강구하는 등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에 앞서 제주도기자협회는 “사회의 공기인 언론인으로서 역할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자성의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사건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현 논설위원은 백 국장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장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이번 사건은 제주지역을 넘어 한국사회 전반으로 확산됐다. 무엇보다 현직 언론인이 현직 공무원을 폭행했다는 점에서 언론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제주지역 A기자, “확인되지 않은 사실 기사화하는 언론사 행태 또한 자성 필요”
제주지역 A기자, “확인되지 않은 사실 기사화하는 언론사 행태 또한 자성 필요”
그렇다면 지역사회와 기자들은 제민일보 현 논설위원의 백 국장 폭행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제주도 내 언론사 기자들은 모두 “폭행사건이 원만하게 해결되지 못한 것은 양 쪽의 책임이 크다”며 “무엇보다 자성과 반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이번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들이 ‘한쪽’의 입장만을 중심으로 보도한 것은 아쉬웠다”는 반응이 나왔다. 또한 “제주지역의 언론사 사주 등 구조적인 문제와 언론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나왔다.
제주지역의 한 언론사 A기자는 “폭행사건이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다”며 “도민사회에서 이 같은 불협화음을 만들어낸 것과 관련해 공무원이건 언론이건 자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이번 폭행사건과 관련해 현 논설위원과 백 국장 모두의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건의 경위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A기자는 “술자리를 주선한 사람은 K사장이었다”며 “K사장과 제민일보 현 논설위원이 같이 이동하다가 백 국장을 보게 됐고, 그 분과도 친분이 있어서 같이 한 잔 하자고 권유를 했다고 안다”고 말했다.
그는 “현 논설위원과 백 국장은 원래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다”며 “그 같은 상황에서 백 국장은 (현 논설위원과의 술자리에 대해)불편함을 드러냈고, 그 자리에 있던 현 논설위원은 그 이야기에 ‘나도 같이 술 마시는 게 좋은 줄 아느냐’는 등 ‘쫌생이’에 비유하는 듯한 발언이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왜 반말하느냐’라고 이야기가 나왔고, 실랑이가 벌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초 사이가 좋지 않았던 현 논설위원과 백 국장이 서로 말다툼을 하다 발생한 우발적 사건이라는 설명이다.
‘공무원 못하게 하겠다는 발언은 협박으로 인정된 것 아니냐’는 물음에 A기자는 “실질적으로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게 아니라, 홧김에 그런 언행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많은 언론사들에서 해당 사건을 보도하면서 ‘현직기자’라는 표현을 쓰는데, 현 논설위원은 시청을 떠난 지 3년 가까이 된다.
제민일보에서 논설위원으로 직함을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A기자는 현 논설위원의 백 국장에 대한 폭행사건이 기사화되는 과정에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공무원노조는 사건을 파악하기 이전에 백 국장의 말만 듣고 성명을 발표했다”며 “그 후, 모든 언론사들의 기사가 백 국장의 이야기로만 만들어지고 이어진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폭행을 행사한 현 논설위원을 두둔하거나 잘못이 없다는 게 아니다. 다만, 프레임이 백 국장의 일방적인 해명으로 구성된 것에 대한 아쉬움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같은 프레임의 보도로 인해 사건이 더욱 꼬였다는 지적이다. 이어, “이 기회에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기사화하는 언론사들의 행태 또한 자성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제주지역 B기자, “언론사 사주들이 건설사…사주의 민원창구 역할로 전락한 게 문제”
제주지역의 한 언론사 B기자 제주지역 언론사들의 소유 등 구조적인 문제와 그 속에서 언론 및 기자들의 책임성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B기자는 “제주지역은 관광산업이 주이다보니 지역 내 언론사의 사주가 대부분 건설사”라면서 “문제가 된 제민일보는 천마그룹 소유이며, 제주일보는 원남기업, 한라일보는 부영그룹 등의 영향아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건설사가 언론사를 소유한 것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기자들에게 독립권을 주는 환경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알게 모르게 건설사 기업들이 언론사를 소유해 그를 공무원들을 상대로 민원해소의 창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B기자는 “제민일보의 사주인 천마그룹은 건설사를 비롯해 에너지 등 문어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며 “이번 폭행사건에 연루된 논설위원은 ‘언론인’ 신분을 유지한 채 천마그룹으로 파견돼, 기업의 오른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현 논설위원은 스스로 기자가 아니라 특정 기업을 위한 일을 하게 된 것”이라면서 “기사를 쓰는 목적이 아니라 다른 사업 등의 목적으로 공무원들을 만나다보니 트러블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겠느냐. 폭행을 당한 분 역시 도시건설 관련 일을 하고 있는 공무원이었다”고 지적했다.
제주지역의 언론사 구조 문제로 이번 사건을 재조명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사주의 민원창구로 전락한 언론사들이 판을 치는 한 제2의 폭행사건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법 또한 없기 때문이다.
B기자는 “안타까운 것은 제민일보가 ‘민주정의’를 외쳤던 기자들이 뛰쳐나와 만들어진 사실상 도민들의 신문으로 시작됐다는 사실”이라면서 “그 같은 전통을 가지며 중심을 잡아줘야 할 언론사가 단순히 사주의 숙주역할로 이용당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스스로 권력이 돼 군림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당시 문제를 제기했던 기자들은 현재 제민일보를 상당수 떠났다는 것이 B기자의 설명이다.
그는 “이번 폭행사건이 무엇보다도 지역사회에 이 같은 문제를 던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도 밝혔다.
제주시민사회, “지역사회에서 언론 관련 적폐 드러나…신고센터 개설”
제주도 내 1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번 폭행사건과 관련해 “현직 기자와 공무원 개인 간의 문제만으로 치부할 수 없다”며 “현직 기자와 공무원간에 벌어진 사건의 자체는 제주사회 언론계와 행정 간의 관계에서 오랫동안 누적된 ‘적폐’가 우연한 사건을 통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번 사건을 ‘관언유착’ 폐해 근절로 삼아야 한다면서 신고센터 개설 등의 방안 등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에 소속 제주참여환경연대 안현준 사무처장은 “현재까지 드러난 팩트는 사회 공기를 다루는 언론인 신분의 논설위원이 공무원을 폭행한 것”이라면서 “일반인들끼리의 폭행사건도 문제인데, 기자가 ‘공무원 못하게 하겠다’는 등의 협박조 발언을 한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찰조사 결과, 폭행과 ‘공무원을 그만 두게 하겠다’고 했던 발언은 협박으로 인정됐다.
경찰은 “백 국장의 사회적 지위를 생각해본다면 그 같은 발언은 협박 부분으로 볼 수 있다”고 결정했다.
안현준 사무처장은 “지역사회 이런 저런 언론 관련 적폐가 있었는데 그것이 세상에 드러난 것”이라면서 “기자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지역적으로 성찰을 해야 할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부분에 대해 철저하게 대처해 지역사회에서 다시는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공무원노조와 함께 언론관련 신고센터를 개설하기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처 : 미디어스 /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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