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시 명륜2동 주민센터 직원들은 최근까지 출근하는 게 두려움 그 자체였다. 주폭자 주민 A씨(52)가 지난해 9월부터 지난 5월까지 9개월 간 일주일에 적게는 2∼3번, 많게는 하루에 한 번꼴로 주민센터에서 행패를 부렸기 때문이다.
A씨는 고장 난 휴대전화 수리나 집안 커튼 수리를 요구하는 등의 생떼를 쓴 뒤 조치해주지 않으면 욕설과 고성을 지르는 등의 시비를 일삼았다. A씨 행패는 지난 5월 민원행정 업무 방해 혐의로 철창에 갇히면서 막을 내렸다.
전국 공공기관의 민원부서 공무원들이 ‘악성 민원인’들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욕설은 물론 흉기를 휘두르는 경우도 많아 공무원들의 민원부서 기피현상을 낳고 있다.
28일 광주광역시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4시쯤 광주 서남동 동구청 복지정책과 사무실에서 노점상 유모(53)씨가 흉기로 사회복지담당 박모(42·8급)씨의 가슴을 찔러 찰과상을 입혔다. 유씨는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으니 긴급 의료비를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가 박씨가 “병원진료 기록이 없다”며 거부하자 흉기를 휘둘렀다. 지난 1월에는 토지보상금 지급에 불만을 품은 박모(54)씨가 광주시청 담당공무원의 허벅지를 흉기로 찔러 전치 6주의 중상을 입히기도 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민원인들의 횡포가 잦은 곳은 민원실을 비롯해 사회복지, 건축 인·허가, 주차단속, 쓰레기 불법투기 담당 부서 등이다.
대구 동구청 한 사회복지공무원은 “복지업무 특성상 여성 공무원들이 많은데 민원인이 소리를 지르고 난동을 부리면 너무 무섭다”고 말했다. 충북 청원군의 민원담당 공무원도 “민원인들의 무리한 요구나 폭언·폭행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민원실 직원 대부분이 여성이라 즉각 대처하기도 어렵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처는 적극적이지 못한 실정이다. 해당 공무원들은 인격적 모욕을 당하거나 신체적 피해를 당해도 ‘민원처리를 원만히 하지 못했다’고 문책을 당할까봐 쉬쉬하는 경우가 많다. 광주시청의 한 공무원은 “인사철이 되면 민원인들의 방문이 잦은 부서로 발령이 나게 될까봐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다”고 말했다.
민원인들의 행패가 잇따르자 경북 포항시는 지난 5월부터 시청 민원실을 비롯해 남·북구청, 33개 읍·면·동에 CCTV를 설치했다. 또 악성 민원인 응대 매뉴얼을 만들어 교육하고 있다.
출처: 국민일보 장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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