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와 산하기관 고위 공직자와 임원들이 잇따라 명예퇴직을 신청하거나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단체장이 원칙없는 인사를 단행하는가 하면 일부 시의원의 상식에 벗어난 ‘슈퍼갑질’ 그리고 공무원연금법 개정까지 맞물리면서 사직 도미노현상마저 우려되고 있다.
4일 용인시와 산하기관에 따르면 지난달초 김탁현 용인도시공사 사장이 한 시의원의 잇따른 모욕성 발언에 항의하며 사퇴한데 이어 덕성산업단지 개발사업을 담당해온 오세호 기업지원과장이 최근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오 과장은 8년째 표류하던 덕성산업단지 개발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았지만, 일부 시의원이 한화도시개발과 업무협약(MOU)건에 대해 사전 보고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인신모욕성 발언에 공개사과까지 요구하자 명예퇴직이라는 강수로 맞받았다.
덕성산업단지와 역북지구 등 용인시의 각종 난제를 담당하는 재정경제국 황병국 국장도 과도한 업무에 스트레스까지 겹치자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이에 앞서 정찬민 용인시장은 시장 취임후 재신임을 이유로 전임시장 당시 취임한 산하기관장들에게 일괄 사표를 제출하도록 했다.
퇴직관료 또는 측근 인사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이 과정에서 유린 자원봉사센터 센터장, 김기원 용인시민장학회 이사장, 유종수 디지털산업진흥원 원장, 박관택 청소년육성재단 상임이사 등이 취임 1년도 안 돼 물러났다.
정 시장은 게다가 디지털산업진흥원장에 측근 인사를 앉히기 위해 유종수 전 원장을 퇴진시킨 뒤 단 하루 만에 청소년육성재단 상임이사에 임명하는 등 회전문인사까지 단행했다.
새로운 집행부 출범 2개월밖에 안된 상황에서 이같은 사태가 벌어지자 1950년대생 고참급 공무원들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공무원연금법이 개정될 경우 대폭적인 연금삭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시장과 시의원들로부터 스트레스를 받고 근무하느니 차라리 명퇴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정신건강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 공무원은 “시의원 27명 저마다 의장인 양 행세하고 집행부 수장인 시장마저 원칙없는 인사를 단행하는 등 직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자 연금법 개정의 피해가 예상되는 고참 공무원들이 동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 경향신문 /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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