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을 61년만에 해체했는데, 건국 이래 가장 충격적인 행정부 개혁인것 같습니다. 국가부도 사태인 IMF(외환위기)때도 이러진 않았습니다."(경제부처 국장급 공무원)
"지금 변화가 필요한 건 인정하지만, 5급 공무원이나 고위공무원 자리에 외부 전문가를 뽑을때 공정할 지 의문입니다. 지금 과장급 인사적체도 심한데..."(사회부처 과장급 공무원)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해경을 해체하는 등 정부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민간 전문가들이 공직에 보다 많이 진입할 수 있도록 채용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하자 관가가 하루종일 술렁였다.
박 대통령이 공무원 조직에 대한 구조조정을 강한 어조로 발표한 순간엔 긴 탄식을 쏟아냈다.
관가에선 정권 초반도 아닌데 대통령이 직접 '해체'란 단어를 사용한 것에 주목했다.
그 어느때보다 상황이 심각하단 걸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정도로 '충격적'인 내용이 나오리란 생각을 못한 분위기다.
한 경제부처 과장은 "공무원들에게 그야말로 본보기를 보여준 것"이라며 "우리도 일을 잘 못하면 해체될 수 있다는 공포심을 심어줬는데 해체란 말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관계자는 "지금은 공무원들이 어떤 말을 해도 국민적 분노와 공분을 가라앉힐 수 없을 것 같다"며 "그만큼 공무원들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을 계기로 대통령이 말한 진정한 개혁을 위해선 공직사회도 좀 변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의 말처럼 민간 전문가들의 공직 진출 확대가 쉽게 이뤄질 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5급 공채용시험(행정고시)을 줄이는 대신 민간경력자 채용을 늘려 5대5 비율로 맞추고, 과장급 이상 직위에 대해 실시하고 있는 개방형 직위제도 대폭 손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중앙선발시험위원회'를 신설해 공정하게 민간 전문가를 선발하고 각 부처로 보내기로 했다.
문제는 지금같은 시스템에선 민간 전문가들이 공직에 오지 않는다는 것. 지금도 개방형 공직제가 있지만 우수한 전문가들은 지원하지 않는다. 연봉이나 인사 등 인센티브가 열악한 탓이다.
대부분 민간 분야에서 공직에 들어올땐 수천만원의 연봉이 깎이는 현실에서 누가 지원을 하겠냐는 것. 또 공직에 몸을 담으면 최대 3년간 유관 업무기관 등에 재취업이 금지되는데 우수 인력이 오겠냐는 지적이다.
또 다른 경제부처 고위관계자는 "개방형 직위에 대한 획기적인 인센티브 없인 우수 인력들이 오지 않을 것"이라며 "외부에서 고위공무원으로 올 정도면 연봉이 최소 2억원 이상은 될텐데 박봉의 공무원 자리에서 오래 버티진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에 개방형 직위제로 왔던 민간 전문가들도 지금 거의 떠나고 없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공무원들도 이제 '인생2모작'을 준비해야한다는 자조섞인 얘기가 나왔다.
행시를 패스한 공무원들도 각종 기술 자격증을 미리 취득해서 노후에 대비해야한다는 것. 사회부처 한 공무원은 "공무원들도 직무능력평가에 따라 직업훈련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공무원들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재취업이 금지된다면, 앞으로 정년을 채우고 나가기 위해 승진도 거부하고 자리만 지키는 복지부동한 공무원들도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공무원 사회에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퇴직을 3~4년 앞둔 공무원들에게 임금을 적게 주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며 "공직에서 30년 동안 일한 공무원들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 머니투데이 / 정진우 econph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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