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태식칼럼](175)콤소물라스키야 지하철역을 보다
[현태식칼럼](175)콤소물라스키야 지하철역을 보다
  • 영주일보
  • 승인 2017.02.27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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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 크레믈린궁 뜨락에 있는 거대한 대포와 탄환(1991.10.14) ⓒ영주일보

모스크바시에서는 제일 아름다운 역으로 지하 80m에 건설되어 웬만한 핵무기 공격에도 견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비상시에는 훌륭한 방공호가 되겠다. 지하철역의 기둥은 사기타일로 만든 아름다운 꽃과 마리아상 같이 예쁜 여신상으로 장식되고 기둥은 하나같이 크기와 장식이 같으며 전등은 화려하다.

한 정거장 지나 역의 천정을 보니 웅장한 소련 기마병정이 모자이크로 새겨져있고 거대한 전등은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1957년도 흐류시쵸프 집권시 건설한 136개 역에 대한 아름다움이나 예술성을 나같이 짧은 표현력으로는 그려낼 수 없다.

소련을 말로 한다는 것은 불가능이다. 놀라지도 웃지도 말자. 한 역의 천정은 운동경기를 모두 모자이크로 만들었다. 그 규모에 넋이 나갔다. 여러가지 생활상, 농민들, 수영하는 모습도 타일로 모자이크 해놓았다. 많은 사람이 지하철 교통을 이용해서 만원이었다.

지상으로 올라왔다. 16일은 모스크바식 음산함과 아울러 늦은 가을비가 질척거렸다. 거리에 간혹 석상이 보였는데 깊은 사색에 잠겨있는 예술인이나 철인의 상이 아닌가 한다.

거리에는 단풍잎이 수벅히 쌓이고 잎떨어진 베리오츠카는 노란 옷 입은채 겨울잠 준비를 하는데 그 나무 밑에서 예쁜 여인이 택시를 향해 손을 든 모습이야말로 천사의 하강 같다. 미술가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하고 사진가는 지체없이 렌즈를 맞출 것 같다. 음침함을 싹 씻는 듯 하다. 건물들은 오랜 건물이지만 하나같이 거대하고 웅장하다.

지구상의 역사에, 그리고 소련인에게 잊혀지지 않을 레닌 묘에서 시신을 직접 보러 갔다. 레닌은 말이 없다. 조용할 뿐이다. 악인인지 선인인지 시신만 보고는 분별이 가지 않는다. 우리나라 분단까지 필름을 돌리며 그와의 관계를 연상해보았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우리도 돌아서 나왔다.

시간은 11시, 거리에 대여섯 거구들이 어울리지 않게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지나간다. 계절적으로도 어색하다. 광장이 있고 국영상점이 있으면 상점 안과 밖이 사람의 장사진이 어김없이 이어진다. 지나가는 저 사람도 아마 새벽에 나와 아이스크림 하나 사고 지금 가는 것일 것이리라.

시간을 모두 기다림에 소비하고 있다. 건물로 시선을 옮기면 웬만한 건물은 르네상스 시대의 장식을 한 것 같다. 러일전쟁때 죽은 무명용사 기념탑이 시가지 가운데 잘 보존되어 있고 국립묘지를 시내 가운데 만들었다. 나라를 위하여 죽은 사람에 대한 예우가 남다른 것도 같다.

무슨 청사같은 거대한 건물은 아파트인데 여기에도 벽화가 있고 예술이 있다. 건물마다 독특한 미를 생각했다.

차는 모두 몇 십년 된 낡은 차인데 왜 매연이 없는가? 서울처럼 스모그 현상도 없다. 연구해 볼 것이 너무나 많다. 사실 며칠동안 표피적인 것만 주마간산식으로 본 것을 가지고 허투른 평가는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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