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태식칼럼](174)아르바트거리(문화의 거리)
[현태식칼럼](174)아르바트거리(문화의 거리)
  • 영주일보
  • 승인 2017.02.2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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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의 광장에서는 장신구를 파는 노점상이 즐비했다. 몇년 후에 가보니 흔적없이 사라져버렸다. ⓒ영주일보

일명 예술의 거리에는 세계 사람이 어우러졌다. 국적이고 인종이고 유색이고 백색, 흑색 모두 즐거운 표정으로 흘러간다. 남대문 시장 거리보다 더 복잡하다. 민예품, 토산품, 소형특산품들이 넘쳐난다. 나는 거리의 화가에게 초상화를 그렸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림값이 비싸지만 경제관념이 희박한 소련화가는 몇 달라만 주면 되었다. 고르바쵸프 대통령 옐친 대통령의 얼굴을 나무로 만드는데 큰 얼굴을 열면 그 속에 작은 얼굴 또 작은 얼굴 속에 더 작은 얼굴 몇 개가 포개지게 만들어 수도 없이 진열했다. 참 자유가 넘쳐흐르고 있다. 이 거리에는 사상도 이념도 다 소용이 없다. 어디서 어떻게 왔던 한데 어우러진다. 멋지던 남루하던 그런 것도 아랑곳 없다. 공산주의 나라에 이런 곳이 있다니 놀랍다. 그리고 즐겁다. 이 거리는 자유를 만끽하는 좋은 장소다.

○ 크레믈린 성 안을 보러가다(1991년 10월 14일)
호기심이 잔뜩 일어난다. 공산주의 본산 철의 장막의 핵심인 곳이 아니던가. 크레믈린은 소련어로 성벽이란 뜻이었다. 11세기에는 목조성채였는데 15세기부터 17세기에 이르러 황금기를 맞는다. 이반대제가 궁궐들을 화려하게 건축했다고 한다.

크레믈린궁 안으로 가려면 트로이츠카이야탑을 통과해야 한다. 트로이츠카이야는 3위 일체의 조화를 뜻한다. 크레믈린궁 입구 중 개인 관람객을 위하여 이용토록 허용한 것이다. 크레믈린궁이 화재가 나자 나폴레옹도 이 트로이츠카이야탑을 통해서 밖으로 피신했다고 한다.

궁 안으로 들어가면 연방내각관(1971년 건축)이 위압적이며 화려하게 다가온다. 마당에 40톤이나 되는 황제의 대포를 전시하고 있었다. 16세기에 만들었고 대포알 또한 18세기에 만들어 대포 옆에 두었다. 이게 다 러시아의 힘과 위엄을 상징한단다.

○ 황제의 종
18세기에 제조한 무게 200톤 되는 황제의 종 종바위가 한 조각 떨어져 나가 한번도 울린 적이 없다고 한다.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정복 기념으로 만들어 이반대제의 종이라고 한다.

○ 우스페스사원(러시아정교 사원)
현재는 박물관이다. 아름다운 그로노비타이노궁전. 크레믈린 내 건물 중 아름답기로 백미다. 이태리 기사가 설계했다고 하는데 화려하기가 보아야만 알 수 있지 필설로는 다할 수 없다. 내부의 전면적을 벽화로 장식했다. 모두가 이태리 화가의 솜씨인데 정교하고 아름답다. 러시아 황제의 대관식장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크레믈린성의 길이는 2235m, 망루가 20여개, 면적이 28ha나 되는 크레믈린궁을 한참 관람하고 트로이트카이야탑을 지나 궁을 빠져나왔다.

○ 베리요치카(외국인 전용상점)
소련에 지천으로 많은 황금색 자작나무를 베리요치카라 하며 소련을 상징하는 나무다. 이 나무이름을 딴 상점은 국영상점이다. 이 상점에는 기념품이나 악세사리 정도의 물건인데 물량도 많지 않고 종류도 단조롭다. 그래도 외화를 벌기 위하여 열심히 개발한 것일 것이다.

모스크바 시내에는 560m의 높이를 자랑하는 국영방송탑이 명물이다. 높이 360m 지점에 원형 레스토랑이 있고 천천히 돌아간다. 모스크바 시의 전경을 앉아서 다 볼 수 있는 명소가 아닌가 한다. 탑은 위용이 대단한데 길거리에는 햄버거 한 조각 구하려는 군상이 흐르니 아이러니한 대비다.

○ 느긋한 소련인들
저녁에 불켜진 건물은 국영상점이거나 이·미용실이 대부분이다. 사람이 북적대는 건물 내부를 들여다 보았더니 생필품 파는 국영상점이고 사람들은 열지어 건물 가득히 늘어서 있다. 진열대에 다다르는 차례를 기다리며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아귀다툼도 없고 소란 피우는 일도 없고 새치기도 없다. 우리나라 사람의 모임형태만 보았던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 했다. 지금 거리만 보며 피상적으로 생각한 것과 아주 딴판이다. 거대한 제국이 파탄은 났지만 국민정신은 매우 높은 문화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진열된 물건이 모자라 자기 차례가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는데 맨 끝에 서있는 사람들이 흥분하는 기색이 없다. 우리 같으면 사람의 머리를 밟으면서라도 앞으로 튀어나가는 성질 급한 사람이 있을 법도 한데 소련 사람의 끈기가 그래도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국가체제가 어떻든 대국의 풍모를 유지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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