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태식칼럼](169)공산권 여행
[현태식칼럼](169)공산권 여행
  • 영주일보
  • 승인 2017.02.0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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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 중국 상해 임시정부 청사 관리원에게 성금을 전달하고(1992.9.1) ⓒ영주일보

언론이나 제주시민은 제주시의회 의원이 시민의 혈세로 외유나 관광을 다닌다고 매도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실지 시민의 혈세로 선진지 견학이라고 명칭을 붙이고 관광성 스케쥴을 잡거나 현지에서 배우고 기록해서 의회운영 기법을 개발하여 생산적인 의회가 되고 행정자치의 선진화를 유도하지 않으면 매도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수집한 자료를 정리해서 보고서를 만들지 못하면 스스로 반성을 하고 각성해야 한다.

나는 제주시 제4대 의회의 장으로서 외국에 나가서 배우고 돌아와 제주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데, 그것도 경비를 자비로 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공금으로 외국을 다녀와서 그 대가를 시민께 돌려드리지 못하면 의원의 본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무리 열성적으로 배우고 보고 와서 의원활동을 잘한다 해도 많은 사람은 평가를 각기 다르게 하기 때문에 찬반이 갈리고, 그러면 찬양보다 비판이 더욱 가속도로 여론화 된다. 그래서 의원과 의회의 위상이 추락하는 법이니 의원들은 공금으로 해외나들이 할 생각은 아예 말 것을 누누이 강조했다.

그런데도 몇 번의 해외 나들이 중 임기 후반기에 단 한번 공금으로 나들이를 한 적이 있다. 구 소련이 아직 붕괴되지 않고 고르바쵸프가 소련 서기장을 하고 있을때이며, 우리나라는 노태우 대통령 때 소련을 거쳐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헝가리, 폴란드 등 공산권을 여행할 무렵이었다.

이 공산권 시찰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앙사무처에서 평통위원이 공산권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평화통일에 대한 식견을 넓히기 위한 행사의 일환으로 추진하는데 우리 제주시의회가 참가한 것이다.

지방의원은 자동적으로 평통위원이 된다. 제주시에는 백명이 넘는 평통위원이 있지만 제주의회 의원으로 방문팀을 구성한 것은 제주시의회 의원은 동질성이 있어 행동통일을 하기 용이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시의회가 많은 일을 하려면 의장선거때 다른 후보를 지지했던 의원들이 갖고 있는 불만의 앙감을 털고, 같은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는 융화의 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었을 때였다. 해외방문, 그것도 국가에서 허가 없이는 갈 수 없었던 공산권을 시찰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가치관을 새롭게 정리합고 평통위원 역할에 크게 보탬이 될 일로 판단했다. 평통사무총장이 제주 출신 현경대씨여서 조건이 맞아 떨어졌다.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신청했으나 우리를 먼저 받아준 것이다.

이 공상권 시찰은 공금을 쓰고 갈 명분이 서지 않는다. 왜냐하면 공산주의 본산을 방문한 것이 민주주의 그것도 지방자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는 할 수 없다. 주로 제주시 의회 으원으로 방문단을 구성하면 나는 앞으로 4년간 화합과 단겨을 이루어 지방자치 발전과 의회의 선진화를 이루는 주춧돌을 놓고 다져야 하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여행경비 부담에 어려움이 있는 의원은 여유있는 의원이 경비 일부를 부조해주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 중국 계림 이강(離江) 언저리에 형성된 수상마을에 시장이 형성된 모습 ⓒ영주일보

일부에서는 경비부담능력이 있는 사람만 가자는 주장도 있었으나 나는 반대했다. 나는 의회를 원만히 이끌어서 의회 활동에 성과를 거두어야 의장의 능력을 인정받게 되고 지도자로서 체면이 선다. 대내외적으로 의회가 제 역할을 할 것인가 의아해 하고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는데,  이런 불안을 불식시키고 긍정적 평가를 받으면서 신뢰를 쌓아가야 시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고 행정을 견제하는데도 힘을 얻게 된다.

나는 여행경비로 천만원을 지원했고 나의 경비는 별도 부담했다. 그리고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의원에게 일부 협조를 부탁하여 전체 경비의 절반정도를 조성하였다. 그리고 우리가 이만큼 성의를 보이는데 여유가 없는 의원도 자기여비의 절반 정도 부담해야 여행을 한 후에도 자존심이 상하지 않는다. 또 전부가 협력한다는 뜻을 가지고 이번 시찰에 동참해야 한다고 권유하여, 몇몇 특수한 사정이 있는 의원을 빼고 많은 의원이 참가하였다. 서울에서 평통사무처에 들러 공산권에 가서 동포에게 전달하도록 하는 몇백 달러 성금을 수령하고 모스크바행 비행기를 탔다. 공산권 여행에 대한 여행기는 다음에 기술하기로 하고 하여튼 여행은 곧 사람에게 마음을 열게하고 친근하게 하는 힘이 있다. 이 여행을 마치고 난 후 우리 제주시의회는 대단히 분위기가 좋아졌다. 무슨 문제든 머리를 맞대고 순리대로 해결하는 지혜를 찾기에 의기투합하였다. 의장이 반대파 자기파 구별없이 다 같이 제주시 의회 의원으로 인정하고 대우해주는 것을 알고 피부로 느낀 것이다.

방문팀에는 의원 아닌 평통의원은 전 이승택지사와 김무호 사장이 합류하였고, 서울 평통의원 몇 사람이 동행했음을 말해두어야 하겠다.

이렇게 시민을 위하고 지방자치를 잘 하기 위하여 자비로 그것도 아름답게 여유있는 의원이 여유없는 의원을 감싸 안으면서 다녀온 공산권 시찰을 잘못 이해하거나 악의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은 제주시민의 혈세로 여행경비를 조달해서 외유를 다녀왔다고 비아냥거리면서 정말 의원의 자질과 양심 문제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나는 내 돈을 들여 광고를 낼 생각도 없고, 공금을 가지고 해명광고를 낼 생각은 더더욱 없는 사람이므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 그러나 지금은 이 책 속에라도 남겨두어야 진실은 밝혀지겠기에 적어둔다. 진실과 거짓은 구별되어야 하고 사실과 허위가 혼동되어서도 안된다. 사회가 발전하고 살기좋은 사회가 되려면 진실은 진실대로 허위는 허위대로 선이 그어져야 한다. 이것이 불분명하면 혼돈이 오고 이런 혼돈은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켜 판단을 흐리게 하며, 동시에 불신만 키우면서 불안한 사회를 만든다. 이런 곳에서 사는 사람은 불행하다. 우리는 냉철한 판단으로 더욱이 남을 비판할 때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여야 한다.

남을 모함하여 함정에 빠뜨리는 사람은 자기도 그런 수법에 의하여 언젠가는 걸려든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 후 중국을 다녀올 때도 평통행사로 다녀왔다. 이 때도 자비였다.

▲ 폴란드의 수도(바르샤바) 쇼펭상 앞에서(右로부터 강영철 의원, 전명종의원, 필자) ⓒ영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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