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순진 작가, 감성을 키우는 제주어 디카 동시집 출간

“소도리쟁이 밥주리” – 제주어와 사진, 동시의 새로운 만남

2024-11-18     박혜정 기자
양순진

제주아동문학협회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양순진 작가가 선보인 신작 동시집, 《소도리쟁이 밥주리》는 단순히 시를 넘어서 제주어의 아름다움과 그 시적 감성을 사진과 결합시킨 독특한 작품이다.

이 동시집은 ‘디카시’라는 새로운 형식을 통해 자연과 사물에서 얻은 시적 형상과 그에 담긴 제주어의 맛을 함께 풀어낸다. 디카시란,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이미지를 포착해 순간을 사진처럼 찍고 그 순간을 글로 표현하는 장르로, 양순진 작가는 이를 제주어와 결합하여 더욱 생동감 있는 동시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디카시는 시각매체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한 장르이다. 양순진 작가는 그만큼 아이들의 감성을 키우는 데 중요한 요소로 사진과 문자의 결합을 택했다. 또한 제주어와 표준어를 함께 실어, 제주어를 배우고 익히는 데 도움을 준다. 제주어는 그 자체로 아름답고, 독특한 운율을 가지고 있으며, 제주 고유의 자연과 문화가 담겨 있어 어린이들에게 제주어의 감각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제주의 모든 것을 눈과 손과 마음으로 받아 적는 사진가처럼 살아가는 제주어 시인의 시선으로 시를 썼다”는 양순진 작가의 말처럼, 이 동시집은 제주라는 섬의 독특한 풍경과 사람들, 그리고 문화가 그대로 묻어나는 작품이다. 사진과 함께 펼쳐지는 72편의 시는 강렬하고 압축적인 이미지로, 제주어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아낸다.

이 동시집의 가장 큰 특징은 각 시마다 제주어와 그에 대응하는 표준어 대역이 함께 실려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제주어를 재미있게 배우고,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돌하르방, 펜안헙데강”이라는 제목의 시에서는 제주도의 상징인 돌하르방과 그 주변 풍경을 사진과 함께 표현하며, 제주어의 독특한 리듬을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다.

이 외에도 제주 곳곳의 자연과 사물, 문화와 사람들이 담긴 사진을 통해, 독자들은 제주어와 함께 제주 특유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 제주에 서식하는 식물, 제주 바다의 푸른 물결, 그리고 제주 어민들의 삶의 흔적들이 사진과 동시로 아름답게 풀어져 있다. "고슬 소풍", "산당화", "후광을 위하여" 등의 시는 그 자체로 제주 문화와 자연을 생동감 있게 그려내며, 제주어의 정서도 함께 전달된다.

동시집의 마지막에는 ‘양순진 시인의 15단계 제주어 사전’이 수록되어 있어, 독자들이 제주어를 보다 쉽게 이해하고 배울 수 있도록 돕는다. 제주어는 그 독특한 발음과 어휘로 많은 이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언어일 수 있지만, 이 책은 그 소멸 위기에 처한 제주어를 보존하고, 다음 세대에게 전해주기 위한 중요한 작업으로서의 의미도 지닌다.

양순진 작가는 동시집을 통해 제주어의 가치를 강조하며, 이 언어가 가진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있다. 또한, 제주어를 기록하고 보존하려는 노력은 단순한 문학적 작업을 넘어 제주 문화의 정체성을 지키고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한 중요한 작업이다.

양순진 작가의 작품은 그저 아이들을 위한 동시집을 넘어, 제주어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제주 문화의 정체성을 담아낸 소중한 문학 작품이다. 제주어와 디카시의 결합은 제주라는 공간의 특성을 더욱 부각시키며, 아이들에게는 제주어를 배우는 재미를, 어른들에게는 제주어의 아름다움을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 소개

양순진 작가는 제주도 서귀포에서 태어나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다수의 동시집과 시집을 펴낸 제주어 시인이다. 또한, 제주어 보전과 문화 확산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동시와 디카시, 제주어 연극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넘나드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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