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50년 낡은 틀에 갇힌 공무원,자부심 옛말..‘승진 싸움’만
2014-01-20 퍼블릭 웰
100만 공무원의 자화상
"사람은 많고 승진할 수 있는 보직은 없고 일할 맛이 안 난다."
"사람은 많고 승진할 수 있는 보직은 없고 일할 맛이 안 난다."
최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난 공무원 B씨는 이 같은 심경을 토로했다. 국가공무원이라는 데 자부심을 품었던 지난 세월에 대한 안타까움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겉으론 견고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내부에서는 균열과 분열의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수직적인 직급체계 탓에 승진을 위해 전쟁 아닌 전쟁을 펼쳐야 하는 데다 고시와 비고시 출신 간 계급 차별도 심하다.
■발전 발목 잡는 조직구조
19일 공직사회에 따르면 공무원 근무여건과 환경은 엄청난 속도로 바뀌고 있는데 조직체계는 50년 전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국가 주요 정책을 기획·생산하고 집행한다는 국가공무원으로서의 자부심은 그저 먼 옛날의 에피소드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하는 일 없이 국민 세금을 축낸다는 여론 압박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공무원의 존재 기반 자체가 허물어질 위기에 처했다.
정부부처의 조직과 인사를 총괄하는 안전행정부는 원세훈 전 장관 시절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며 멀쩡한 48개 과를 갑자기 없애버렸다. 112개 과에서 67개 과로 통폐합된 것이다. 현재 안행부는 정부부처 가운데 인력이 3300명으로 가장 많다.
■무리한 부서 통폐합 부작용
통상 정부부처의 적정 과 인력은 10~12명이지만 안행부는 통폐합으로 평균 17.3명에 달한다. 특히 지역경제과는 이를 훨씬 넘는 수치인 32명이 근무하고 있을 정도다. 그 결과 보직이 없어진 공무원은 해마다 유령처럼 떠도는 신세다. 비단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직이 없어지다 보니 5급 이하 하위직 공무원의 승진 문턱은 더욱 높아져 인사철만 되면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른다.
심지어 같은 사무관이 팀장·계장으로 함께 근무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업무가 복잡해지면서 업무 분량에 불균형이 따랐고, 이는 과내 팀워크 발휘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부작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승진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모든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를 참아왔던 하위직 공무원에겐 날벼락 그 이상이었다.
이젠 체념이 습관화돼 조직 관행이 돼 버렸다. 조직의 혁신과 변화를 요구하지만 조직 내 소통은 요원하다. 공무원 조직의 전면적인 인사제도 손질이 필요한 이유다.
출처: 파이낸셜뉴스 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